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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박쥐 - 4
게시물ID : panic_196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13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19 18:38:14
19. 동석은 민욱에게 악몽과 빈혈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화로 들을 수 있었다. 민욱은 악몽이 혈액에 미치는 영향을 꼭 규명하겠다면서 그것을 꼭 기사로 실어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머지 악몽환자들도 죽을 위험에 빠져있는 셈인가?' 동석은 서둘러 어제 약속한 악몽환자의 집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벌써 빈혈로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오늘 뉴스에 나온 사망자중에 한 명일지도... 마음이 급해진다. 옷을 대강입고 주소를 적어놓은 수첩을 확인했다. 차를 타고 30분은 가야하는 한다. '제발 살아있어라.' 20. 교외에 자리한 허름한 아파트가 동석의 도착지였다. 3층. 순식간에 달려 올라갔다. 허름해 보이는 건물과는 다르게 실내는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 되어있었다. 동석은 망설이지 않고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일반적인 초인종 울림소리. 하지만 여기서 동석은 왠지 모를 불안을 느낀다. 두 번, 세 번 초인종 소리를 더 내고 동석은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낭패다. 악몽과 악성빈혈과의 관계를 거의 밝혀낸 지금 당사자와의 상담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삿거리임이 분명하다. 동석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손잡이를 살짝 돌렸다. 어이없게도 예상과 달리 손잡이는 끝까지 스무스하게 돌아갔다. 동석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한 뒤 문안으로 몸을 살짝 비집어 넣고 안을 살폈다. 집안은 아수라장이다. 온갖 물건이 거실과 방을 거쳐 어질어져 있었고 아침인데도 전등은 켜져 있다. 좋지 않은 분위기. "흐읍."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드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비린내? 동석은 방문을 하나씩 열어가며 안을 살폈다. 처음과 두 번째 방까지는 평범한 가정의 방이었지만 마지막 세 번째. 안방으로 보이는 방에서 동석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시체. 싸늘하게 식은 시체가 안방 침대 위를 빨갛게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무언가로 배를 잔뜩 헤집어 버린 듯 뱃속에 있는 내장들이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이럴수가...' 문을 열었을 때 나던 거북한 냄새의 정체는 피 냄새였다. 동석은 지금 까지 코로 흡입했던 공기들을 모조리 토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숨을 참으며 피 냄새가 섞인 공기를 적게 들여 마시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품안에 넣어놓은 핸드폰을 꺼내었다. 경찰을 불러야한다. 살인사건이 분명하다. 동석은 차근차근 번호를 눌러나가기 시작했다. 경찰이 오면 사건의 경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아니지?' 동석은 갑자기 신호음이 바로 가기 전에 핸드폰을 닫았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그에게 구박을 하던 동료들을 떠올렸다. '그래. 나도 하면 잘 할 수 있단 말씀이야.' 그는 주머니에서 흰 손수건을 꺼내어 코에 대었다. 그리고 내장이 널 부러져 있는 침대근처로 다가가 시체를 차근차근 살펴보기 시작했다. 혼자 사건을 조사해 독점으로 사건 기사를 써볼 속셈이다. 우선 심하게 찢겨진 가슴부근을 부엌에서 가져온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심장에서는 피가 굳지 않아 동석이 젓가락으로 뒤적거릴 때마다 피가 울컥 울컥 솟아 나왔다. 한참을 시체와, 시체주변을 조사한 동석은 별다른 것이 없음을 알고 화장실로 향했다. 계속 참아온 소변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시체를 조사하며 긴장한 탓인지 더더욱 참기가 힘들었다. 화장실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빳빳하게 마른 수건들이 잘 접혀서 서랍에 들어있었고 세면대에는 머리카락 한올도 없었다. 이 집 안주인의 성격이 어떠한지는 보지 않아도 알만하다. 동석은 변기의 앉는 부분을 올리고 바지의 지퍼를 열고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쪼르르 하는 소리가 정겹다. '휴우..' 한숨을 한번 쉬어본다. 하지만 아무런 뾰족한 증거가 나오질 않는다. 눈을 감았다. 잔인하게 살해되어 내장이 조각조각 이리저리 헤집어져 있는 시체의 모습이 눈앞에 투영된다. 김형석. 나이 31세. 자식 없음. 부인 정명순 28세. 임신중. 현재 부인의 행방은 모른다. 복잡하다. 악몽과 악성빈혈과의 관계를 증명해줄 수 있는 환자가 행방이 묘연할 뿐 아니라 그의 남편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라니...... "젠장" 동석은 환자와의 인터뷰기사는 자신의 기사에서 제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소변도 그쳤다. 대강 손을 씻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더 이상 알아 낼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1. 동훈은 오랜만에 자리에 앉아서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었다. 성일병원원장과 Wempti사의 최일환의 사건 정리 목록이다. 어제 저녁 성일병원에서 나오며 산부인과 환자들의 신상명세서를 입수했다. 병원원장이 일일이 산부인과 환자의 차트를 확인한다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안내데스크에서 신상명세서를 경찰이라는 빌미로 뽑아 온 것이다. 조사해본 결과 원장이 진찰한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낙태를 하거나 유산을 했다. 원장이 진찰한 이유도 역시 이상한 징후를 보인 까닭이었다. 하지만 동훈의 머릿속에는 다른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었다. '강제 낙태.' 산부인과 환자 명세서를 계속해서 들춰보았다. 원장이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여러 환자를 진찰하지 않고 특정 환자만을 계속해서 진료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 환자는 심각한 임신 이상 징후도 없다. 아주 평범한 임산부였다. 정명순. 바로 이 이름이었다. "이형사. 출동이야. 살인사건!" 갑자기 비상이다. 관할구역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자료를 정리하며 머릿속으로 사건 구상을 하던 동훈은 짜증스러웠다. 22. 동석은 경찰서에 전화한 뒤 섭섭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한번 방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번엔 안방에서 좀 떨어진 거실의 물건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살펴보았다. 물건들이 다 튀어나와 있었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나......' 동석이 이제 완전히 포기하고 옷의 먼지를 툭툭 털며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의 눈에 전화기 옆에 있는 메모장이 들어왔다. 물론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다. 하지만 동석은 그런 메모장을 읽는 법을 영화에서 많아 보아왔다. 먼저 품안의 펜을 꺼내었다. 그리고 메모장 위를 대각선으로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바로 전 메모장의 쓴 내용이 조금씩 나타났다. 마치 전화를 하며 낙서를 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휘갈겨 쓴 글자들이었다. 아마 이 메모장에 글을 남긴 사람은 전화를 하며 통화 내용을 손으로 조금씩 적는 버릇이 있는 게 분명하다. <라미아, Vempti 9시, 지하실> 동석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밖에서 경찰차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잽싸게 메모장을 찢어 품안으로 접어 넣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집밖으로 나가서 경찰을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신 동아일보의 김동석이라고 합니다." 동석은 경찰을 상대할 때 기자임을 밝히면 많이 편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의 표정이 만만치 않다. 50이 다되어 보이는 얼굴에 수염도 제대로 깍지 않았다. 입을 굳게 다물고 가만히 동석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번 훑어보는게 아닌가. 동훈은 자기 앞에 서서 기자랍시고 깐죽대는 젊은 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내자식이 생긴것이 계집처럼 생겨서 어디 힘이나 쓰겠느냐는 말이다. "이형사요." 별로 그와 말을 하고 싶지 않은 동훈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내뱉듯이 말하고 동석을 지나치려했다. 그때 동석의 와이셔츠 한구석에 잔뜩 물들은 핏자국이 동훈의 눈에 비추어 졌다. "이봐. 여기 들어와서 곧바로 신고 한거 맞아?" 퉁명스럽게 물어오는 동훈의 말투에 동석은 뜨끔했다. 동석은 원래 거짓말을 잘 못하는 터라 점점 몸의 피가 귀쪽으로 쏠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시작했다. "아니구만. 당신 여기서 잠깐 기다려." 동훈은 동석을 그곳에 잡아두고 재빨리 집안에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한눈에 보고 쓸만한 증거 따위는 없음을 눈치챘다. 기자놈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잠시후. 동석은 동훈이 몰고 온 패트롤카 뒷좌석에 태워져 경찰서로 이송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품안에 넣어놓은 메모지의 존재를 슬그머니 확인하는 그였다. '라미아, Vempti, 9시, 지하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걸까. Vempti라면 유명한 재벌 그룹이 아니던가?'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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