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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박쥐 - 5
게시물ID : panic_196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164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09/19 18:39:43
23. 경찰서. 동석은 이미 여러 번 경찰서를 드나든 경험이 있다. 기삿거리를 찾으러 선배기자와 몇 번 들렀었다. 하지만 몇 번의 경험이 사람을 압도하는 그 분위기에 쉽게 적응 될 리가 없다. 취조실은 아니지만 비좁은 나무의자에 앉아 원래 좋지 않은 인상을 더욱 구기며 자신에게 질문을 퍼 붇는 남자의 질문을 답해 준지가 1시간이 다되어 갔다. 허리 끝이 당겨오고 슬슬 다리도 저려온다. 앉아 있는 것이 이렇게 지루하고 힘든 일이었나 싶다. 동석은 아예 팔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동훈의 눈을 피해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내려보았다. 계속 얼굴을 맞보며 얘기하는 것이 괴로웠다. "사실대로 부는게 좋을 거야. 기자양반. 시체를 보자마자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그 와이셔츠에 피는 왜 묻었어?" 동훈은 취조하는 일을 싫어했다. 일일이 질문해서 대답하게 만드는 일도 그렇고 자신의 성격상 질문을 하다보면 저절로 소리가 커지면서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에게 취조를 맡기겠지만 이 애송이 기자는 자의적으로 데려온 것이기에 남에게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동석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더 이상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경찰서 바닥에 떨어져있는 담배꽁초의 수를 세고 있다. 종류도 가지가지다. 디스, 던힐, 말보로등등...... "내 말을 듣는 거야 안 듣는 거야!!" 딴 짓 하는 동석의 모습을 본 동훈의 화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뭐 이런 놈이 기자를 해서 사람 성질을 건드리는지 이해가 안가는구만! " 동훈은 책상을 있는 힘껏 주먹으로 내려친다. 그 서슬에 동석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동훈과 눈은 마주치지 않는다. 화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가장 쉽게 화를 가라앉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어디선가 주워 들은 기억이 있다. 대신 이번엔 책상 위로 시선을 옮겨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바닥의 담배꽁초 세는 것보다는 훨씬 흥미진진하다. 약간 오래 된듯한 노트북, 몇권의 제목을 알 수 없는 책. 그리고 펼쳐져 있는 서류철들...... '아!' 동석은 굉장히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다. 성일병원에 관련된 문서들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 바로 어제 성일병원에 갔었던 동석은 그쪽 서류를 눈 여겨 조금씩 읽었다. 동훈은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취조할 때 상대가 말을 안 하기 시작하면 늘 하는 그만의 버릇이다. 몇 년 전 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취조다. 적어도 취조자의 멱살을 잡거나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고 있다. 많은 발전이다. "그럼 다시 처음부터 얘기하지. 거기엔 왜 갔어?" "요즘에 벌어지는 빈혈사망기사와 관련해서 인터뷰를 하려고 갔었습니다. 물론 약속도 했었습니다." 동석의 말이 사실이다. 동훈도 이 말에 별 이의를 제기할 것이 없음을 알고 있다. "젠장. 그러면 가서 그냥 신고나 하지. 거기서 무슨 짓을 한 거야. 빨리 불어." "이형사님." 갑자기 동석의 태도가 변했다. 동훈은 그 변화를 감지한다. "성일 병원과 Vempti사와의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군요?" 동훈은 깜짝 놀란다. 아직 조사중인 일인데 이 애송이 기자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다. "아 별것 아닙니다. 여기 서류에 잘 정리되어 있군요." 동석이 손가락으로 서류들을 찝어 준다. 동훈은 서류를 얼른 감춘다. 기자에게 이런걸 보여주면 분명 다음날 톱기사로 신문에 날것이 뻔하다.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해 언론은 완전히 결론짓는 나쁜 버릇이 있다. 따라서 상당히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아직 조사가 완전히 끝난게 아니니까 당신이 관여할게 못돼." "그러지 마시고 저와 몇 가지 타협을 하는게 어떨까 하는데요." "무슨 타협?" 24. 동석은 자신이 발견한 메모지를 동훈에게 보여 주기로 결심했다. 동훈의 책상 위에 널려 있던 서류철의 내용은 성일병원 원장와 Wempti사의 지저분한 사건이다. 낙태아들의 유기. 이건 분명 큰 기삿감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발견한 메모지에도 Wempti라는 글이 쓰여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번 살인사건과도 무언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군다나 <정명숙> 이라는 여자가 동훈의 서류철에 의하면 아무 이유 없이 회장에게 진찰을 매일 같이 받았었다. 이 사실은 <정명숙>이 Wempti와 성일병원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낙태한 아이들을 유기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던가, 아니면 정보 전달의 역할이었다던가...... 아니면 이번 살인의 살인범 일수도 있다. "이형사님. 제가 살인 현상에서 입수한 증거를 드리는 대신 저에게도 같이 조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게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동석은 자신의 생각을 동훈에게 전달한다. 물론 억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조사해볼 가치는 있는 것이 아닌가? "제 생각에는 <정명숙>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그 행방을 알 수 있는 무언가를 제가 가지고 있지요." "기자양반. 그 증거물은 나에게 주고 조용히 신문사에 가서 기사나 쓰라고. 사건 해결은 경찰 담당이니까." "하하하. 자꾸 그러시면 저도 방법이 있습니다." 동석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며 동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야 물론 일반 신문기자라서 경찰에서 조사가 끝나지 않은 걸 기사로 실었다가는 모가지 당하기 십상이지요. 하지만 제가 아는 친구들 중에는 그런 흥미로운 기사만을 다루는 잡지기자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아마 이 얘기를 그 친구들에게 해주면 굉장히 좋아할 것 같은걸요." 동석은 주먹을 꽉 쥐고 아까보다 더욱 세게 책상을 내려 쳤다. 소리가 굉장히 크게 울려 퍼진다. 철제 책상이 아마 약간은 찌그러졌을 것이다. 경찰서 안의 사람들은 이미 그런 일을 여러 번 겪었는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신경질 내지 마시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여기서 찾아봅시다." 동석은 안주머니에서 약간 구겨진 메모지를 꺼내었다. 하얀색의 메모지에는 검은 볼펜 자국을 배경으로 흰 글씨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차례대로 써있진 않고 삐뚤삐뚤 써있는 까닭에 쓴 사람이 무심코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훈은 애송이의 패턴에 말려 든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었지만 막상 동석이 메모지를 꺼내자 의욕적으로 변했다. "그럼 무슨 수로 그 여자를 찾아?" "간단합니다. 바로 여기에 장소와 시간이 적혀 있는 걸 보면 전화하면서 약속을 정한 것이 분명 합니다. 우리는 간단히 이 시간에 이 장소로 가면 될 겁니다." "Wempti 지하?" "네. 바로 거기죠." 동석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번 일만 잘되면 지금까지 듣던 애송이 기자라는 명칭을 날릴 수 있다. 부러워하는 동료 기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반면 동훈은 동석의 미소를 보고 속으로 울화가 치민다. 자신의 부주의로 애송이 기자에게 덜미를 잡혀 버린 것이다. 나이로 따지면 적어도 20년은 더 살아야 자신과 비슷해질 나이다. 하지만 동훈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굉장히 큰 사건인 만큼 당장은 힘을 합쳐 조사하는 편이 서로를 위해서 편할 것이다. "지금 시각이 1시가 넘었으니 밥부터 먹고 시작하지요!" 아침에 급하게 집에서 나온 터라 아침식사를 못한 동석은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남을 느꼈다. 25. "그럼 <라미아>는 무얼 뜻하는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나라 말은 아닌 것 같고 다른 나라 언어 같은데...... 인터넷에서라도 찾아봐야겠습니다." 두 남자는 식당에서 설렁탕을 시켜 먹으며 사건 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다. 잘 우러난 사골 국물이 일품이다. 동훈이 단골인 곳이라 고기 덩어리도 듬뿍 들었다. "Wempti의 지하실이라...... 아직 7시간은 남았군. 그전까지 <라미아> 인가 뭐 시긴가 하는 것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봐. 나는 살인현장에 다시 가서 좀더 건질게 없나 살펴봐야겠어." 동훈은 어느 덧 그 많은 설렁탕을 다 먹어 치우고 얼마 남지 않은 국물까지 한 모금에 마셨다. 동석은 아직 반도 못 먹었다. 동훈은 한심한 듯 깨작거리며 먹는 동석을 한번 쳐다보고 자기 몫의 돈을 상위에 올려놓고 사라졌다. 혼자 남은 동석은 아직 동훈에게 신뢰받지 못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으므로 개의치 않고 남은 설렁탕을 계속 숟가락으로 퍼서 입에다가 밀어 넣었다. 설렁탕을 다 먹는 대로 근처 게임방으로 향해서 <라미아>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볼 예정이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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