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무슨 '조선족이 우리나라 사람을 죽였으니까 욕하고 매도해도 된다'란 상황도 아닙니다. 혼혈아들이 사람을 죽이기라도 했습니까?
예전에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고아 혼혈아들을 거둬서 길러주는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여러 피부색의 아이들을 정성으로 돌봐주는데 갑자기 어떤 노인이 다가옵니다. 노인은 큰 소리로 혼혈아들을 욕합니다 '튀기새끼들, 지 엄마가 양놈이랑 붙어먹어서 태어난 새끼들' 등등 차마 입으로 담기도 힘든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었죠. 목사님 말로는 동네 사람인데 거진 매일 와서 저런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얼굴들을 봤는데 진짜 무슨 풀죽은 모습들이 진짜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충격먹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더군요.
근데 지금 오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오유에서 일어나는 여론들, 오유에서 달린 댓글들은 저 노인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네요. 뭐가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여러분들? 여러분들도 저 노인처럼 튀기 창녀 등등 직접적인 말은 안했지만 그에 준하는 말들을 넷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바로 그것이 인종혐오와 인종차별의 시작입니다.
바로 몇 달 전만 해도 오유에는 이런 글이 베오베에 갔습니다. 금발 백인 혼혈아와 그 엄마가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갑자기 노인 한 명이 다가와서 '짐승 새끼, 악마의 자식'운운하며 아이를 욕했답니다. 근데 오유에는 그 노인을 욕하는 댓글들만 주루룩 있었죠. 뭡니까? 뭐에요? 그 글과 아까 베오베에 간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마인드를 보고 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된 거지? 노인이 욕한 거니까? 아님 다문화 가정이라고 안 써서 프레임에 벗어났나? 아님 백인 혼혈이니까? 아무리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봐도 저 양면성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요즘 오유는 뭔가 기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