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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박쥐 - 6
게시물ID : panic_197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13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20 14:51:17
26. 명숙은 배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통증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긴 떴으나 사지가 묶여 있는 까닭에 움직일 수가 없다. 온몸이 나른하다. 정신은 자고 있었지만 몸은 굉장한 운동을 한 기분이다. 뜨여진 눈으로 천장을 살폈다. 원래 회색이어야 하지만 축축한 습기 때문에 곰팡이가 슬어 거뭇거뭇한 얼룩무늬가 보인다. 물방울이 군데군데 맺혀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지하실인 듯 하다. 시간을 알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백열 전구가 어두운 지하실을 밝혀 주고 있다. 가끔가다 쥐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잽싸게 이쪽에서 저쪽으로 지나간다. 어째서 여기에 누워있는가. 여긴 어딘가. 하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제 저녁 약을 먹고 잠든 후 완전히 필름이 끊겨 버렸다. 갑자기 배가 아파 온다. 힘들게 고개를 들어 자신의 하반신을 쳐다본다. 배가 불러있다. 아기의 무사함을 보고 안심의 한숨을 쉰다. 하지만 곧 그녀는 놀란다. 자신이 입고 있는 흰색 임부용 원피스에 피가 잔뜩 묻어 있다. 하혈한 것은 아니다. 굉장히 많은 양이며 가슴 부근까지 핏물이 튀겨 있다. 잠자는 도중 도살장이라도 다녀온 듯한 옷차림이다. 더럽고 징그럽다. 그리고 무섭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깨닫지 못했던 피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명숙은 손과 다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움직여 본다. 하지만 침대의 앞뒤에 아주 단단히 묶여 있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새끼줄이다. 얼굴을 손목 쪽으로 돌려 이빨로 끊어 보려 하지만 아주 약간의 차이로 실패한다. 하지만 포기하긴 이르다. 계속해서 몸을 들썩이며 이리저리 새끼줄을 비비고 흔들어 본다. 한 10분을 그렇게 했을까. 새끼줄은 끊어질 기미도 보이질 않는다. 단지 명숙 자신만 지쳐갈 뿐이다. 땀이 많이 났는지 목까지 마르다. 하지만 물을 먹을 수가 없다. 거칠게 숨을 쉬며 눈을 천장에 고정시켰다. 천장에 붙어있는 작은 물방울이라도 입안으로 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덜컹! 갑자기 둔탁한 쇳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명숙은 재빨리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발치 쪽에 문이 있어서 목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백열전구의 빛이 너무 약해 문까지 가질 않는다. 단지 검은 물체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한다. 터벅. 터벅. 발자국 소리가 소름끼친다.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어째서 이런 곳으로 데려 왔을까. 명숙은 곰곰이 생각한다. 자신이 어째서 이곳에 붙잡혀 와야 하는지를...... 문을 열고 들어온 검은 물체는 어느덧 명숙의 바로 옆까지 다가 왔다. 명숙은 차마 그 검은 물체를 마주보지 못한다. 눈이라도 마주치기라도 하면 자기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눈을 꼭 감고 아기와 자신의 목숨만 건지기를 기도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검은 물체가 명숙의 손목을 잡았다. 명숙이 흠칫 놀라 입에서 소리를 낸다. 하지만 검은 물체는 소리에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한 손으로 손목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자신의 옷 주머니에 넣어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주사기다. 명숙은 눈을 꼭 감았다. 어렸을 때부터 주사기 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천천히 주사기 바늘이 명숙의 팔로 들어왔다. 따끔하다. 그렇지만 그다지 많이 아프진 않다. 주사를 잘 놓는 사람이 분명하다. 명숙은 그제 서야 고개를 들어 검은 물체를 보려한다. '어?' 하지만 그것은 명숙의 생각이었을 뿐. 이제 몸이 아예 움직이질 않는다. 눈동자조차도 그 기능을 잃은 듯 눈앞에 온통 하얀 빛 덩어리들이 날아 다녔다. 그리고는 의식이 점차 멀어짐을 느꼈다. 어제 밤에 약을 먹고 느꼈던 기분과 비슷하다. 나쁘지 않다. 아니 점점 좋아진다. 덜컹! 검은 물체가 지하실을 빠져나가는 소리를 끝으로 명숙은 완벽하게 의식을 잃었다. 27. PC방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몇몇 초등학생만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동석은 구석에 있는 컴퓨터에 자리를 잡았다. 재떨이가 있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진 않다. 곧바로 인터넷 검색 사이트로 접속한다. <라미아> 한글자 한글자 조심스럽게 타이핑해서 넣는다. 오타가 들어가 있는 상태로 검색에 들어가면 쓸모 없는 사이트들이 잔뜩 뜬다. 그리고 성격상 다시 한번 같은 단어를 쳐서 검색하는 것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색버튼을 마우스로 누르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사이트가 주르륵 뜬다. <라미아> 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사이트는 모두 뜨는 터라 수십 가지는 되어 보인다. 그래도 동석은 망설이지 않고 제일 위쪽에 있는 사이트 하나를 클릭 한다. 새창이 뜨며 갖가지 그림과 글들이 화면에 펼쳐진다. 그리스 신화 유물 전시회와 관련된 뉴스 사이트다. * * * * * 그리스 신화 유물 전시회 국립 박물관에서는 이번 문화의 달을 맞아 Wempti사의 지원으로 <그리스 신화 유물 전시회>를 연다. 얼마 전 발굴된 <라미아의 팔찌>를 최초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전시회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시회는...... * * * * * 아랫부분은 전시회의 날짜와 입장료에 대한 설명이다. 동석은 Wempti사의 지원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라미아의 팔찌> 라는 것도 유심히 기억해 놓는다. 아까 검색한 결과가 나왔던 창으로 옮긴다. 이번엔 두 번째 사이트를 클릭한다. * * * * * 인터넷 백과 사전 [라미아] 그리스 신화에서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요마. 동방국가 벨로스 왕의 딸로 전해진다.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아기를 여럿 낳았으나 헤라의 질투로 아기들을 모두 잃고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요마로 탈바꿈되어 어린아이를 잡아먹거나 그 피를 빨아먹었다. 헤라는 그녀의 아이만을 죽였을 뿐 아니라 요마로 바뀐 그녀에게 영원히 잠을 잘 수 없는 벌을 내렸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했던 제우스는 잠을 잘 수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의 꿈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을 주었다. 현대의 뱀파이어(Vempire)의 시조라는 설도 있다. * * * * * 동석은 그 창을 닫고 다음 사이트를 넘어 가려다가 그 밑에 다른 내용의 링크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 * * * * [라미아의 팔찌] 최근 그리스 근처에서 발굴 작업을 하던 발굴단이 발견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라미아의 팔찌. 라미아를 유일신으로 모시던 리투아니아인이 만들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사실과는 달리 라미아를 영생을 상징하는 신으로 묘사한다. 아이들을 피와 살을 먹음으로서 그 힘을 라미아 스스로가 흡수하여 잠을 자지 않아도 언제나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유지 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의 제식에는 항상 어린아이를 상징하는 작은 인형을 제단에 놓고 칼로 찌른다. 그래야만 라미아가 자신들에게 불행을 내리지 않고 행운을 준다고 생각한다. * * * * * 동석은 무언가를 알 듯 하면서도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느낌에 사로 잡혔다. - 악몽, 빈혈. - 낙태한 아이의 유기. - 살인사건. - 라미아, 라미아의 팔찌. - Wempti사 차례대로 정리해 놓고 보니 동석의 머릿속을 꿰뚫는 무언가가 있었다. 28. 동훈은 살해현장을 다시 한번 가서 기를 쓰고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시체를 옮기는 일을 도왔을 뿐이었다. 애송이 기자가 인터넷에서 쓸만한 정보를 찾는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형사가 기자의 도움을 받아 사건에 접근해야 하다니...... 프라이드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미 스위치는 애송이 쪽으로 넘어간 상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애송이 기자였다. "이형사님! 어서 경찰서쪽으로 와서 만나지요! 굉장한 걸 알아냈습니다." 상당히 들뜬 목소리다. 동훈은 은근히 자존심이 상한다. "아. 그래. 지금 곧 가지." 무뚝뚝하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차바퀴를 한번 세게 걷어찼다. 그리고는 차에 올랐다. 자존심에 금은 갔지만 마음 한편으로 차 오르는 호기심에 대한 욕구도 만만치 않다. 엑셀레이터를 평소보다 조금 세게 밟는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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