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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박쥐 - 7
게시물ID : panic_197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11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20 14:53:21
29. "이형사님. 이것 좀 보세요. 제가 PC방에서 뽑아온 자료입니다." 동훈은 동석이 내미는 프린트물을 받아 들었다. <라미아>에 대한 조사 결과물이었다. "라미아 라는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마였군. 이 자료만으로는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오질 않는 걸?" "이형사님. 혹시 2주일 전에 벌어진 사건하나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위에서 트럭 운전사 한 명이 사망한 사건인데......" 동훈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기억나는군. 아. 그 트럭이 바로 이 자료에 써있는 그리스 신화 유물 전시회의 트럭이었지. 하지만 아무 분실도 없이 트럭 운전사만 살해당했다고 하던데......" "예. 아무 분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서 유물 전시회는 성황리에 얼마 전에 끝이 났죠. 하지만 사실은 아무 분실도 없는게 아니었습니다. 여기 이 자료를 보세요." 동석은 전시회 당시의 국립박물관 사진을 꺼내놓았다. 전시회 홍보 차 인터넷에 떠돌던 사진을 프린팅 한 것이다. 그리고 팔찌를 처음 발굴했을 때 찍은 사진을 옆에 놓았다. 사진에는 금빛의 팔찌 하나가 빨간 천 위에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앞에는 <라미아의 팔찌> 라고 써있다. 발굴 사진에도 역시 금빛 팔찌가 있다. 다른 점이 없다. 동훈이 자세히 살펴보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 할 수가 없다. "이상한 점이 없군." "아닙니다. 이쪽 사진을 잘 보세요. 이쪽 사진에는 팔찌가 두 개입니다. 리투아니아인의 오래된 라미아 그림을 보아도 라미아는 항상 양팔에 팔찌를 끼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군." 동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석은 동훈의 긍정하는 모습을 보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봤을 때 Wempti사의 사장 최일환은 미친게 분명합니다. 낙태한 아이들의 시체조각으로 리투아니아인들의 아기를를 이용한 잔인한 제식을 재현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지만 최근 악몽에 의해 빈혈이 발생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건에 팔찌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라미아는 사람의 꿈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능력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팔찌 하나가 사라졌다면 국립박물관이나, 관련된 다른 사람들이 모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게 말입니다. 그게 저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팔찌 하나를 훔쳐 내놓고도 아무 일이 없는 건지......" 동훈은 헛기침을 몇 번 한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봐. 애송이. 나는 솔직히 그 말의 30%도 못 믿겠어. 제식이니 뭐니 하는 얘기...... 솔직히 그건 자네 상상이 지나친 것 아니야?" "못 믿으셔도 하는 수 없습니다. 우선 9시까지 Wempti사 지하로 한번 가보도록 하지요. 어차피 이형사님도 가서 조사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동훈은 동석의 헛소리에 질린 듯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 동석은 뒤를 따랐다. 지금 시각은 6시가 조금 넘었다. Wempti사까지는 경찰서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서울의 교통문제는 세계제일이라 할만하다. 30. Wempti사 24층. 사장실이 위치해있다. 검은 커텐이 내려져 있어 방안이 어두 침침하다. 하지만 아주 어둡지는 않다. 벽에 걸려 있는 촛대의 초가 사방을 밝혀준다. 실내인데도 어디선가 바람이 들어와 불꽃을 이리저리 흔들어 방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물질이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장실 한쪽에 문이 하나 더 있다. 일종의 사장 휴식공간 같은 곳이다. 언제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침대와, TV가 있다. 지금은 침대 위에 누군가가 있다. 배가 나온 50대의 늙은 인물. 그리고 아무리 많게 봐도 20살을 갓 넘겼을 것 같은 알몸의 여자 3명이다. 한바탕 커다란 쾌락의 나락에 빠졌던 그들은 땀을 식히며 최일환을 중심으로 침대 위에 갖가지 자세로 누워있다. "담배." 일환이 입을 열자마자 근처에 있던 한 여자가 담배를 가져다 입에 물려준다. 그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마치 잘 조립된 기계 같은 움직임이다. "전화기." 아까와 비슷한 움직임으로 다른 여자가 전화기를 가져다 준다. 일환은 무표정하게 전화기를 받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준비시켜." 단 한마디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3명의 여자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운을 걸쳤다. 이번에는 여자들을 시키지 않고 직접 방 한 구석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병을 하나 꺼내었다. 붉디붉은 액체가 가득 들어 있다. 잔을 하나 들어 한잔 가득 따랐다. 붉은 액체가 잔 안에서 이리저리 소용돌이친다. 잠시 그것을 음미하며 쳐다보던 일환이 단숨에 입을 벌려 마신다. 싸한 피비린내가 그의 콧잔등을 스친다. 계속해서 무표정이었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감돈다. 31. 지금 시각 8시. 아직 동훈과 동석은 Wempti사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차가 예상보다 더욱 밀리고 있다. 32. 명순이 다시 한번 잠에서 깨어났다. 아까와 달리 나른하지 않고 온 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엄청난 고통이 찾아 왔다. 특히 배 언저리가 찢어질 듯 아프다. 사지는 여전히 묶여있다. 힘들게 고개를 들어 배를 쳐다본다. 입고 있던 원피스가 가슴까지 들추어져 있다. 그리고 배가 아주 잘 드는 칼로 도려낸 듯이 배 거죽만 없고 안의 내용물은 그대로 들어있었다. '아기......' 명순의 배가 꺼져있다. 배 거죽이 잘려나간 고통보다 아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입이 막혀있어 소리를 낼 수도 없다. 배 거죽을 잘라낸 부분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나온다. 아무래도 아까 찾아왔던 사람이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 분명하다. 명순은 발버둥 쳤다. 하지만 배의 고통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다. '여보......' 눈물이 흘러내려 침대를 적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몇 배 많다. 그녀 역시 남편과 비슷한 방법으로 죽어가고 있다. 33. 동석은 운전하는 동훈 옆에서 계속해서 사건의 내막을 끼워 맞추고 있었다. '만약 내가 생각한게 틀리다면 어째서 최일환은 아기의 시체조각을 필요로 했단 말인가. 그리고 라미아의 팔찌를 손에 넣은 이유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지는 생각에 동석은 주먹으로 머리를 쳤다. 두통이 생기면 곧잘 하는 행동이다. "이형사님 좀 더 밟으세요. 이러다가 늦겠습니다." 동석은 몸이 달아 견딜 수가 없다. 과연 Wempti에서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자신의 예측이 맞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일이 벌어지는 걸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어서 빨리 가서 사건의 전모를 알아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금 충분히 빨리 가고 있어. 거의 다 왔어." 동석은 동훈의 말을 듣고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나마 조금 소통이 좋아졌다. 몇 블록 앞에 Wempti 본사 건물이 보인다. 45층이다. 수많은 Wempti 계열사의 본사인 까닭에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불이 꺼진 층이 없다. 동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8시 40분. 20여분 남았다. 동훈이 몰고 있는 차가 건물 앞쪽에 거의 도달 했다. 근처에 빈 공터에 주차를 하고 두 남자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회전문을 통과하자 앞에 나타난 건 안내 데스크다. 그리고 경비원 2명. 큰 건물이라 경비원이 2명이나 대기하고 있다. 경비원에게 들키면 신분증 제시를 해야하고 그러면 두 사람이 들어 왔다는 사실을 숨길 수가 없게된다. "다시 나가지." 동훈은 동석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지하실로 들어가죠?" 동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9시가 다되어 간다. "따라와봐." 동훈이 동석을 데리고 건물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뒤편에는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있었다. 동훈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는 동석에게 손짓했다. 지하 주차장안은 띄엄띄엄 설치되어 있는 전등 탓에 꽤나 환했다. 동훈은 주차장 이곳 저곳을 둘러 보더니 또다시 말없이 이동했다. 동석은 그의 뒤를 쫓아가느라 바빴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동석은 동훈의 행동이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건물에는 공기 순환기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한마디로 밖의 공기와 안쪽의 탁한 공기를 교환 해주는 기계인데. 이 기계가 건물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으로 들어가면 아마 건물 안으로 잠입 할 수 있을 걸세." 동훈은 얘기를 하며 이리저리 눈을 두리번거리던 중 무언가를 발견했다. 주차장 한 구석에 있는 사람 크기 만한 쇠 박스였다. 박스를 두 세번 두드려 보더니 손잡이를 돌렸다. 하지만 잠겨 있는 모양이다. "잠겨 있나 봅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네요." 동훈은 들은 척도 안하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핀셋과 손톱깍이다. 그리고 30초도 걸리지 않아 간단히 문을 열어 내었다. "아니 그런 건 어디서 배운답니까?" "형사 생활 해봐. 범인한테 배우는 것도 많아." 동훈은 살짝 미소짓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은색의 알루미늄 호일로 둘러 쌓인 큰 파이프가 있었다. 정말 공기 순환기인 듯 안에서는 바람 부는 소리가 들려 왔다. "저쪽으로 물러나 있어." 동훈은 손짓을 하고 아까 꺼낸 손톱깍이 칼로 알루미늄 호일을 잘라 내었다. 안쪽에서 바람이 휭 하고 쏟아져 나왔다. "자 들어가." 동훈은 벽쪽으로 나있는 사람 만한 구멍을 가리켰다. 동석은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하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몸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공기 순환기를 깨끗하게 청소해서 그런지 안은 먼지 하나도 없었다. 굉장히 관리가 잘되어 있는 건물이었다. 공기 순환기가 도는 큰 파이프는 각 방의 천장에 있는 환기구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기어 가면서 밑의 상황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지하실 방은 단순한 창고였다. 불도 꺼져 있어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지하실 방 역시 창고였다. 각 방마다 20m는 기어가야지 비로소 환기구가 나왔다. 밑에서 천장을 기어가는 소리라도 들릴세라 온몸을 긴장하고 기어가는 탓에 두 남자의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는 없다. 다시 한참을 돌아 세 번째 방 천장에 닿았다. 세 번째 방 천장 쪽으로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굉장히 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동석은 시계를 확인했다. 9시. 딱 맞추어 도착한 기분이든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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