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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박쥐 - 9
게시물ID : panic_197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10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20 14:56:01
35. 와르르! 부서진 환기구 조각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동석과 동훈은 환기구 조각에 조심하며 아래로 뛰어 내렸다.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둘로 집중되었다. 막 단검을 아기에게로 내리 치려던 일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초대받지 않은 손님 둘이 들어 왔으나 의식에 참여하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선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다. 동훈은 급한 마음에 다짜고짜 알몸의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가 우선 아기를 낚아채었다. "누구냐!" 그때서야 일환의 입에서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훈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품안에서 반 지갑 하나를 꺼내어 일환에게 들이대었다. "경찰이다. 당신을 살인 미수 혐의 및 시체 유기로 체포한다." 동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예상대로 문 옆을 지키고 있던 덩치 큰 남자가 달려왔다. 동훈은 능숙하게 아기를 동석에게 맞기고 그 남자와 대치하기 시작했다. 나이나, 신체적인 조건으로 동훈에게 아무리 후한 점수를 준다 하더라도 동훈이 불리한 상황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장면을 지켜만 보고 있다. 나이 먹은 그들이 할 일은 그 일이 전부 인 듯 했다. 일환은 한 손에 단검을 들고 눈을 감고 가만히 서있었다. 동석은 아기를 받아 들고 일환을 쳐다보았다. 환기구로 볼 때보다 훨씬 자세하게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신문이나 TV에서 보던 익숙한 얼굴이긴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달라진 모습을 느꼈다. 젊어졌다! 얼굴의 주름이나 혈색이 몰라보게 좋아져 있었다. 원래 나이는 54세로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40대 초반, 아니 30대 후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혈색이 좋았다. '그가 말한 대로 라미아의 힘으로 젊어진 것인가! 영생이라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최근 동석은 눈으로 보기 전엔 믿기 힘든 일을 너무 자주 경험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코웃음칠 일들이 눈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동석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동석은 이제 동훈을 쳐다보았다. 바로 앞에 서있는 남자와 거리는 2m가량. 키 차이만 해도 20cm는 될 법하다. 동훈이 위기상황에 몰릴 것을 대비해 동석은 몸을 긴장 시켰다. 여차하면 가세하기 위해서다. "체포를 방해하면 공무집행 방해로 당신 역시 경찰서로 끌려가게 될텐데......" 동훈이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그것을 신호로 덩치 큰 남자가 동훈에게 달려들었다. 동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그에게로 파고들었다. 사람이 큰곰에게 달려드는 형세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났다. 동석은 누가 가해자인지 잠시 혼동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동훈과 동훈에게 기대어 쓰러지는 덩치 큰 남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훈은 자신 보다 큰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법을 잘 익히고 있었다. 간단하게 명치를 팔꿈치로 쳐서 상대방을 기절하게 만드는 것 쯤이야 그에게 간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였다. 지하실의 문이 열리면서 아까와 비슷한 덩치의 남자 3명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아무리 동훈이라도 이번에는 조금 역부족이다. 동석은 상황을 보고 아이를 가슴에 한 손으로 안고 동훈과 나란히 섰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말이지. 한번에 세 놈은 무리야. 이 방법만큼은 절대 쓰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지......" 동석은 동훈이 말하는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무엇인지 알기 힘들었다. 단지 이 상황을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박하다. 문을 연 세 남자는 단숨에 우리 둘에게로 달려왔다. 우릴 죽여서 갈갈이 찢어놓을 기세다! "무슨 방법이든지 좋으니까 어서 쓰세요!" 동훈은 잠깐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품안으로 손을 재빨리 넣었다가 꺼내었다. 품안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그의 손에는 쇠로 만들어진 조그만 기계. 권총이 들려 있었다. "움직이지마!" 동훈의 목소리가 지하실 안에 울렸다. 이 상황을 가만히 주시하고만 있던 다른 사람들도 권총이 동훈의 품에서 나오자 눈을 크게 뜨기 시작했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세 남자도 권총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머뭇거리며 기회만을 엿본다.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거야. 나는 사격으로 경찰총장표창까지 받은 몸이니까 말야. 어서 물러나!" 동훈의 말이 먹혀들었다. 세 남자는 두 세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동석과 동훈의 주위는 원 모양의 빈 공간이 생겼다. 동석은 이제야 안심이 된다. 동훈이 권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그렇게 많이 긴장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이형사님. 진작에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 동훈은 동석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단지 입을 꽉 다물고 아직도 자신의 앞쪽에 있는 세 남자를 경계할 뿐이다. "문까지 길을 터. 저리 비켜!" 동훈은 잠깐 원 가운데에 서 있다가 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동석도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동훈은 길을 터서 어떻게든 밖까지 나가 경찰서로 연락을 취해볼 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생각을 곧 포기해야만 했다. "총 내려놔." 일환의 목소리. 동석이 그의 팔에 잡혀있다. 그리고 목에는 단검이 단단히 죄여져 있다. 꼼짝달싹 할 수가 없다. 기자인 동석은 상대를 경계하는 법을 잘 몰랐다. 동훈의 등만 바라보고 쫓던 동석은 바로 뒤까지 따라온 일환의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동훈은 재빨리 돌아서서 일환을 조준한다. 동훈이 품에서 권총을 꺼낸 보람이 없다. 잔뜩 긴장한 탓에 동훈의 이마에 식은땀이 났다. "총을 내려놔. 안 그러면 이 자식의 목이 달아나게 될 거야." 일환은 능숙하게 단검으로 동석의 목에 피로 만들어진 선을 만들었다. 동석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칼날이 목에 닿는 차가운 느낌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사람을 죽이면 살인미수가 아닌 살인이 된다는 사실 모르는 것은 아닐 테지? 살인 미수가 훨씬 형량도 가볍고 죄의 질도 좋은 법이야. 후회할 일 만들지 말고 칼 내려놓으시지." 동훈은 전혀 흔들림 없이 권총을 들고 또렷하게 말했다. 하지만 일환은 단검을 동석의 목에 더 죄이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난 너에게 체포당할 일 따윈 없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 동훈은 새삼스럽게 고개를 돌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한다. 국회의원, 경찰감사, 여배우, 뉴스앵커...... 적어도 사회에 어느 정도 알려진 지위에 있는 사람들뿐이다. "개수작 집어 치워. 미친놈! 감옥이 아니라 정신 병원에 집어 쳐 넣어야겠군." 동훈의 화가 폭발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동훈의 말을 들은 일환도 조금씩 침착함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래. 어디 한번 그렇게 해봐라!" 일환은 단검을 번쩍 들어 아기를 안고 있는 동석의 심장을 노렸다. '이런 젠장. 결국 내가 이 짓꺼리를 또 해야하나.' 동훈은 일환의 다리를 조준했다. 아까만 해도 잘되던 조준이 막상 쏘려고 마음을 먹으니 조준점이 흔들린다. 너무 심하게 흔들린다. 잘못하면 동석의 다리를 맞출 수도 있다. 일환의 단검은 막 최고점에 이르렀다. 이제 내려가 동석의 심장을 꿰뚫기만 하면 된다! 동훈의 머릿속에 안 좋은 기억이 빠른 속도로 스친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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