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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박쥐 - 12
게시물ID : panic_198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128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9/25 12:33:06
42. 사람의 꿈은 그 어떤 것보다 공포스러운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또 다른 자신을 인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43. 동석은 어둡고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기분에 빠져들었다. 약간 어지럽고 울렁거린다. 가라앉는 기분이 굉장히 싫다. 바이킹을 처음 탔을 때 느꼈던 그것과 같다. 어서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갑자기 볼에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가장 먼저 잠에서 깨어난 것은 피부다. 촉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코가 촛불 타는 냄새를 감지했다. '지하실이다!' 동석은 눈을 떴다. 지하실 바닥에 얼굴을 대고 누워있었다. 차가운 기운의 정체는 지하실 바닥이었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주변을 둘러 봤다.. 지하실 바닥에는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아직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한 상태다. 동훈 역시 동석의 옆에서 잠에 취해 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른다. 뒤통수 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크크크…… 결국 잠의 유혹에서 깨어났군……" 한쪽다리에 피를 아직도 흘리고 있는 일환이다. 피를 많이 흘려서 얼굴은 새하얗고 입술은 파랗다. 다리 한쪽을 부여잡고 천천히 일어나 동석에게로 다가왔다. "이러면 당신에서 무슨 이득이 있지? 무엇을 원하는 거야?" 동석은 일환에게 말을 시켜 조금이라도 다가오는 시간을 지연 시켜 보려했다. "나는 단지 영생을 원해. 내 몸 안의 팔찌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줄꺼야. 크크크……" 일환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설마……' "크크크. 나는 팔찌를 내 몸 속에 박아 넣었지. 바로 이 심장에…… 조금이라도 더 신에게 다가가기 위한 의식이었다. 덕분에 난 이렇게 젊어지게 됐지." "말도 안돼. 그런 일이 가능 할 리가 없어!" "저런... 지금 이 광경을 보고도 모르겠다는 건 아니겠지." 동석은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모두 하나같이 하얀 얼굴의 일색이다. 마치 피가 모두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듯 했다. "팔찌를 몸 속에 넣은 뒤 나는 인간의 피를 직접 마시는 것 뿐 아니라 잠든 틈을 타 악몽을 이용해 그들에게서 조금씩 피의 기운을 빨아 들여 나의 젊음으로 뒤바꿔 왔어. 이 주름 없는 피부를 봐. 방금 빨아들인 피의 결과물이지." 일환은 자신의 얼굴을 동석에게 보여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크크크…… 난 이대로 영생을 얻게 될 거야. 라미아님이 말씀하신 살아 있는 제물을 바치기만 하면 나는 영생 할 수 있어." 일환의 눈초리가 매섭게 바뀌었다. 동석의 팔에 아직도 안겨있는 아기를 향해있다. 동석은 그 낌새를 눈치채고 아기를 양손으로 보듬어 안고 말을 꺼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죽었어. 더 이상의 희생을 가만히 지켜 볼 수는 없어." "어차피 인간은 쾌락을 위해 사는 존재. 그리고 쾌락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도 인간이다." 막 말을 끝마친 일환의 몸에 약간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푸르스름한 빛이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 하더니 그의 송곳니가 조금씩 길어서 입술사이로 삐져 나왔다. "보이느냐…… 신의 힘이…… 라미아님의 힘이……" 44.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백가지의 작은 쾌락을 느끼며 살고 있다. 도로를 건너기 바로 전 횡단 보도가 바뀌어 기다리지 않고 건넜을 때, TV를 켰더니 어제 보지 못했던 즐겨보던 드라마의 재방송이 할 때 등등 이 작은 쾌락이 존재하지 않는 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45. 일환은 갑자기 맹수처럼 동석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실제로 그는 맹수였다. 마치 표범을 방불케 하는 긴 송곳니와 온통 검은 빛으로 물든 눈동자. 그리고 입에서는 알 수 없는 동물의 괴이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석은 재빨리 아이를 안고 옆으로 굴러 일환의 돌격을 피해내었다. 덕분에 일환의 몸이 세게 벽에 쳐박혔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아까 다리에 맞은 두발의 총탄에 의한 고통 역시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일환은 벽에서 돌아서 동석을 내려다 봤다. 동석은 아이를 안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태. 일환이 그대로 공격해온다면 동석과 아기는 꼼짝없이 당할 판이다. "크르……" 일환의 입에서 걸죽한 침이 한 방울 떨어졌다. 『이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피를…… 다오.』 동석이 꿈속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지 빠져나가야 한다. 주위를 살핀다. 동훈이 쓰러져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다. 계속해서 이대로 놔두면 죽을지도 모른다. 동석은 급한 마음에 동훈을 부른다. 하지만 묵묵부답이다. '어떻한다……' 일환은 점점 거리를 좁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천천히 동석을 벽 쪽으로 밀어 넣으며 다가간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동석은 계속해서 뒷걸음친다. 하지만 곧 자신의 등에 차디찬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환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퍼진다. "이제…… 더이……상 도망칠…… 곳이 없……지……" 일환은 긴 송곳니 탓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동석에게 죄여오는 공포를 크게 느끼게 만든다. 실제로 동석은 일환의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죽음의 사자가 자신을 천천히 잠식해 가는 것처럼 느낀다. 『피…… 피를 줘……』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것을 신호로 느낀 듯 일환은 오도가도 못하는 동석의 목을 잡아챘다. 마치 가벼운 인형을 들 듯 일환은 동석을 한 손으로 든다. 동석은 아기를 놓칠세라 양손으로 아이의 몸을 휘감아 잡는다. "케엑!" 저절로 기침이 나온다. 엄청난 힘이 동석의 목을 조인다. 처음에는 목을 잡는 충격에 아픔의 고통이 있지만 두 번째는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온다. 동석이 이리저리 버둥거려 보지만 일환의 팔은 단단한 기둥처럼 조금의 움직임도 없다. "이제 곧…… 너와 이…… 제물로…… 신이…… 부활하신다……" 일환은 어렵사리 말을 마치고 동석을 벽에 내동댕이친다. 굉장히 큰 소리가 지하실 방을 채웠다. 동석은 벽에 던져지며 머리를 잘못 부딪혀 정신을 잃고 만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 안 좋은 일이 겹친다. 그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서 제물을! 살아있는 제물을 바쳐라!』 일환의 귀에 여자의 목소리가 아주 크게 울려 퍼진다. 목소리의 울림이 어느 정도 끝나자 일환은 자신 떨어뜨린 단검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동석의 손에 안겨 있는 아기를 빼낸다. 아기 역시 잠에 빠져 있다. 하지만 피가 빠져나가진 않았다. 아기의 순수한 영혼에게는 어떤 악몽도 소용없다. 『신선한 아이의 피…… 실로 몇 백년 만인지 모르겠군……』 일환은 단검을 아이의 목 위에 올려놓는다. 그대로 목을 그어 버릴 생각이다. 아직 아이의 목에는 아까 사람들이 떨어뜨린 피의 자국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울긋불긋한 피부가 조금 징그럽다. 단검을 든 일환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아이의 목에 작은 상처가 생기며 단검의 날이 아주 조금씩 파고 들어간다. 아이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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