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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입니다. '지우고 싶어요'
게시물ID : readers_198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xpiation
추천 : 1
조회수 : 2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24 13: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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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소년은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울고 있었어요. 조금 전 집에서 함께 놀던 친구와 심하게 다투었어요. 맛있는 케잌을 두고 싸우다 그만 친구를 밀쳐 넘어뜨렸거든요.


 '어떡하지?'


 너무 놀랐던 소년은 케잌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와버렸답니다.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버렸는지 방 문 너머로 조용했어요.


 "흐아앙. 이제 그 애랑 어떻게 지내면 좋아."


소년은 머리를 쥐어박으며 울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 애랑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소년은 하늘을 보고 두 손 꼭 모아 기도를 했어요. 그리고 하루종일 울었던 탓인지 저도모르게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이었어요. 책상 위에 놓인 케잌 옆에 이상하게 생긴 지우개가 놓여있었어요.


 '이게 뭐지?'


 소년은 이상했지만 마침 지우개가 없던 터라 가방에 넣고 학교에 갔어요.
 

 등교길에 친구와 눈이 마주쳤어요. 하지만 소년과 친구는 서로 모른 체 하고 지나갔어요.


 '이게 아닌데. 아이씨.'


 수업시간 내내 소년은 친구생각에 마음이 울적했어요. 공책에 친구의 이름을 적고 지우기를 몇번이나 하면서 뭐라고 사과할까 생각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쉬는 시간이 되었어요.


 "야! 구슬치기 하러가자. 히히."


 친구가 소년에게 말을 걸었어요.


 "어어? 아... 응."


 친구가 태연하게 말을 걸자, 소년은 당황했지만 이내 웃음을 찾고 함께 놀았어요. 왜냐면 친구와 함께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일이거든요.


 '어제 일. 괜찮은 건가?'


 소년은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마냥 웃으며 노는 친구 얼굴을 보니 그런 마음은 사라졌어요. 그러다 학교 최고의 악동인 힘이 쎈 친구와 시비가 붙었어요.


 "야! 여긴 우리 구역이라고! 이게!"


 "아니야. 그런게 어디있어. 우리가 먼저 와서 놀고있었어."


 친구가 힘이 쎈 친구에게 대들었어요. 하지만 힘이 쎈 친구는 주먹으로 친구의 얼굴을 휘둘렀어요.


 "으앙. 아파~"


 "괘...괜찮아?"


 마침 수업 종이 울렸어요. 힘이 쎈 친구가 소년에게 말했어요.


 "다음 쉬는시간 때 너도 가만 안둘줄 알아."



 교실로 돌아온 소년은 무서웠어요. 친구는 옆에서 아픈 볼을 만지며 훌쩍이고 있었어요.


 '선생님한테 이를까? 그러다 나중에 더 큰 일을 당하면 어쩌지. 이 나쁜 놈 같으니라구.'


 소년은 공책에 힘이 쎈 녀석의 이름과 함께 온갖 욕을 적었어요. 그러다 선생님이 옆을 지나가자 황급히 지웠어요.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어요. 소년은 자리에 앉아 벌벌 떨고 있었어요. 친구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주먹을 꼭 쥐고 있었어요. 그때 교실로 힘이 쎈 친구가 들어왔어요.


 "내 친구를 괴롭히지마."


 친구가 힘이 쎈 친구 앞을 막으며 가로섰어요. 소년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들지 못했어요.


 "잉? 넌 또 뭐야."


 힘이 쎈 친구는 옆으로 밀쳐내고 구석에서 공부중인 다른 친구에게 다가갔어요.


 "나 이 노트좀 빌려간다."


그러고는 노트를 들고 나갔어요. 소년과 친구는 어안이 벙벙한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어요.


 '이게 무슨 일이지?'


 그러고보니 이상했어요. 케잌때문에 싸웠던 친구도 그렇고 시비붙었던 힘이 쎈 친구도 그렇고 소년과의 일을 모두 까막히 잊은 것 같았어요.


 '혹시?'


 소년은 가방에 둔 지우개를 꺼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노란머리 친구의 치마에 물감을 묻혔던 일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공책에 그 친구의 이름을 적고 지우개로 지웠어요.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란머리 친구에게 갔어요.


 "응? 왜? 할 말 있어?"


노란머리 친구는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어... 저기 너 치마에 그 물감말이야."


 "물감? 어머 이게 뭐야. 난 몰라~ 으앙."


 노란머리 친구는 울면서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세상에. 정말이다!'


 놀란 소년은 두 손으로 입을 막았어요. 그 지우개는 이름을 쓰고 지우면 그사람의 기억을 지우는신비한 마법을 지녔던 거였어요. 소년은 너무 신기해서 이런 저런 이름을 써보았어요.


 ' 오늘 성적표 나오는거 엄마가 아시니까 엄마도 쓰고, 오늘은 누나가 컴퓨터하는 날이니까 누나 이름도 쓰고. 히히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소년은 많은 이름을 쓰고 지우개로 다 지웠어요.


 학교가 끝나고 소년은 집에 왔어요. 혹시나 엄마가 성적표 얘기를 먼저 꺼내실까봐 조마조마했어요. 다행히 엄마는 성적표를 꺼내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지우개로 지웠거든요. 소년의 누나는 거실에 놓인 컴퓨터를 만지지 않고 방에만 있었어요. 지우개로 지웠거든요. 덕분에 소년은 어제도 오늘도 컴퓨터를 할 수 있었어요.


 ' 히히 이 지우개 완전 짱이다.'


 하지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어요. 오늘은 가족끼리 외식하러 가기로 했는데 가지 않았어요. 지우개로 지웠거든요. 또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는데 친구는 나오지 않았어요. 지우개로 지웠거든요.


 '치... 다 잊어버리면 어떻게 해. 하나도 재미없어.'


 혼자서 놀이터 그네를 타던 소년은 바로 친구의 집으로 달려갔어요.


 친구는 소년을 보고 문을 열어줬어요.


 "왠일이야. 히히."


 소년은 왜 놀이터에 오지 않았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주머니 속 지우개만 만지작만지작 거렸어요.


 "놀이터 가서 놀자."


 소년이 말했어요. 하지만 친구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어요.


 "아.. 그러고 싶은데 안 돼. 오늘 엄마가 성적표 보시고 엄청 화내셔서. 못 나갈 거 같아."


 친구는 많이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어요. 그리고 친구가 다시 말했어요.


 "너네 엄마는 너 성적표보고 뭐라 안 해?"


 "응? 아아 뭐.."


 "좋겠다.. 우리 엄마는 완전 잔소리 짱이야. 나도 나가서 놀고 싶다."


 친구는 고개를 푹 숙였어요.


 "내가 도와줄까?"


 "도와준다니 뭘?"


 소년은  친구에게 지우개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물론 케잌 이야기는 빼고 말이에요.


 "진짜? 그런게 있어?"


 "응. 아까 학교에서도 그 나쁜 애도 그랬잖아."


 친구는 아까 힘이 쎈 친구에게 맞은 볼을 어루만졌어요.


 "그래도 그건.. 그 애가 잘못했어."


 친구가 씩씩거리며 말했어요. 소년은 미소를 짓고 자기가 지우개로 지우면 되니까 얼른 놀이터에 가서 놀자고 했어요. 하지만 친구는 거절했어요.


 "아니야. 그래도 내가 공부못해서 시험 못본 건 맞으니까."


 "그래두. 지우개로 지우면 너희 엄마도 성적표에 대한건 잊으실거야."


 친구는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그건 비겁해... 미안."


 소년은 친구의 말에 화가 났어요.


 "치사하다! 그래 나 혼자 놀거야!"


 소년은 돌멩이를 발로 툭툭차면서 말했어요.


 "진짜 미안해."


 "됐어. 그럼 다음에는 꼭 같이 놀러 가는거다?"


 "응 알았어. 히히."


 "치이... 알았어. 용기야 그럼 내일 보자."


 "응."


 소년은 집으로 돌아왔어요. 퇴근하셨는지 아빠가 거실에 앉아있었어요. 하지만 아빠의 손에는 장난감이 들려있지 않았어요. 지우개로 지웠거든요. 소년은 아빠에게 다시 사달라고 말하려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하나도 재미 없어!"


 소년은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주머니에서 지우개를 꺼내고 밖으로 던져버렸어요. 책상 위에는 아직도 케잌이 놓여 있었어요.


 '내일 갖고가서 친구랑 같이 먹을까.'


 소년은 잠시나마 생각했지만 왠지 그럴 수는 없었어요. 원래는 케잌 때문에 친구랑 싸웠으니까요. 그래서 뭔가 계속 찜찜했어요.


 '어떡하지...'


 사실대로 말할까 생각도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친구가 화를 낼까 무서웠어요.


 '그래 뭐. 모른 척하구 같이 먹자. 히히. 친구랑 노는게 재밌으니까.'


 소년은 씨익- 하고 웃었어요.


  맞아요. 굳이 용기내서 말할 이유는 없었어요. 왜나하면 지우개로 지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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