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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게이트와 1인 미디어<펌질>
게시물ID : sisa_199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법천지
추천 : 4/5
조회수 : 1252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06/02/05 23:31:17

△ 오보파동의 발단이 된 메모 한장. 당시 구닥다리 타자기로는 파란 네모안의 th 첨자를 나타내기가 어려웠다고 함. 

<메모게이트> 와 1인 미디어  (서프 펌질)


- 참고로 아래 등장하는 [60분 II]는 KBS의 <추적60분>이 아닙니다. 미국 CBS-TV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60 minutes II〉를 말합니다. 

- ☞ 부분은, 좀더 이해하기 쉽게 구어체(?)를 사용해서 문장을 재구성한 겁니다. 물론 원문내용을 반영하면서.. 

2004년 9월 8일, 미국 대선이 한창일 때, 부시측에 큰 것 한방을 먹일 수 있는 회심의 한방이 한 언론사의 간판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전파됩니다. 그 특종의 주체가 미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CBS, 그리고 해당 방송사의 간판인 ‘댄 래더(Dan Rather)’였기에, 그 폭로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그의 주장을 뒷받침을 그럴듯한 문서를 손에 들고서 나타났었기에, 더욱더 신빙성있게 보였었지요. 

폭로의 내용은, 

☞ 부시가 군복무 시절 특혜 마이 받았다고 그라데. 저거 아빠 빽만 믿고, 땡땡이 치고 신체검사도 안받고.. 부시 샘이 오죽했으면 쪽지 위에다 하소연(?)을 해놓았을까... 

좀더 정중히(?) 표현을 하면, 

‘래더’가 터뜨린 폭로내용은, 바로 부시가 텍사스주 공군 방위군으로 복무할 때, 당시 그가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60분 II]은 '카더라' 폭로에 그치지 않고, 주장을 뒷바침 해주는 증거물을 제시합니다. 당시 부시의 직속상관이었던 '제리 킬리언' 중령의 메모 몇장을 공개하게 되지요. [60분 II]의 주장은, 한마디로 부시가 불성실하게 군복무를 수행했기에, 그는 군통수권자로서 자격미달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선거전에서 부시에게 당연히 감표요인으로 작용함을 뜻하겠지요. 더군다나 상대가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던, 월남전 베테랑인 ‘존 케리’였기에, 부시의 고민은 깊어만 가게 되지요. 참고로 케리 같이 훈장을 수여 받은 베테랑을 [A Decorated Veteran] 이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부시군복무 특혜의혹] 오보사건을 [메모게이트]라고 부릅니다. 직속 상관의 메모 몇장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지요. 참고로 해당 메모들은 맨아래 사진을 첨부해 놓았습니다. (편집자 註 - 글 중 관련 부분으로 옮김니다.)

CBS의 [60분 II]이란 프로그램을 타고 전국으로 방송된 이 내용이 만약 사실로 밝혀 진다면, 부시측은 한표가 아쉬운 시점에서 ‘우수수’ 표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도 한숨만 지어야 하는 입장. 군복무 문제는 선거기간 동안 계속 부시를 괴롭히던 골치덩어리. 더군다나 ‘댄 래더’는 한 장의 팩트(메모)에 기반해서, 부시공격에 박차를 가합니다. 사태는 부시측에 불리하게만 진행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한순간에 뒤엎어버리는 극적반전이 즉각 뒤따르게 됩니다. 바로 [Buckhead]란 닉네임을 가진 한 변호사의 온라인 블로그로부터 흘러나온 정보 때문이었지요. [Buckhead]는 당시 ‘댄 래더’가 제시한 그 문서의 위조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을 물고 널어지면서 말입니다. 그가 해당 메모에 대해 제기한 의혹을 간단히 번역해 보면, 

☞ ... 내가 딱 보이, 메모에 등장하는 폰트는 [Palatino] 내지는 [Times New Roman] 같네. 근데, 이 폰트(글꼴)는, 1972년 당시 사용하던 구닥다리 타자기로는 절대 나타낼 수 없는 폰트라니까. 아 답답한 사람들~ 레이저 프린터, 한글 97 및 퍼스날 콤퓨타가 있어야 만이 이러한 폰트작업이 가능하다니까. 근데 요놈들은 19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대중화되었단 말이지... 

쉽게 말해, 30여년 전 당시의 타자기로는 오늘날의 워드 프로세스가 구현할 수 있는 그런 정교한 문서작업이 불가능했었다는 말입니다. 보다 시각적인(?) 설명을 위해, [매튜]님의 글을 잠시 인용해 보면, 

부분은 [매튜]님 글에서 인용 

우리가 소위 말하는 위 첨자가 그 서류에 있었던 것이다. 1972년에서 1973년에 쓰여져야 마땅했던 그 서류에 그 당시의 타자기에는 절대로 없었던 기능인 첨자가 쓰여졌던 거다. 당시의 타지기나 혹은 초기수준의 컴퓨터 워드에서는 “111th” 라고 쓸 수가 없다. 즉 “111th”라고 쓰여져야 할 곳에 “111th” 라고 쓰여졌으니 그 서류는 근래에 작성된 서류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Buckhead]의 예리하고도 날카로운, 그리고 적시에 터진 한방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으며, [Fox News]나 [ABC News] 같은 쟁쟁한 주류언론이 [Buckhead]의 블로그에 담긴 내용을 퍼다 나르면서(?), ‘댄 래더’의 주장이 틀렸다는 여론을 형성하기 바쁘게 만듭니다. 주류언론으로서 그들의 체면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요. 마치 ‘한겨레-오마이-프레시안’ 삼각편대가, [브릭]과 [과갤]의 정보를 퍼나르며 연일 새로운 기사를 생성해서, 황박을 압박해 들어갔듯이. 물론 ‘래더’ 역시 쉽게 물러서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문서는 결코 조작되지 않았다고 버티다가, 나중에는, 비록 문서가 조작된 것인지 몰라도, 그 문서 속 내용은 진실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부시 군복무 시절 해당서류를 담당했었던 전직 여비서(Marian Carr Knox) 와의 인터뷰에서, “문서는 조작되었을 진정, 문서 속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는 증언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며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지요. 

하지만 다른 주류언론 (NBC, ABC, FOX NEWS) 등이 CBS 공격에 동참함으로서, 일개 네티즌에 불과했던 [Buckhead] vs. [댄 래더]의 승부는 결국 [Buckhead]가 승리하면서 일단락됩니다. 설령 ‘래더’가 주장한 부시의 군복무중 특혜의혹이(?)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어찌 거대 방송사가, 그런 조작된 정보를 가지고서 진실성을 주장하느냐 하는.. 역풍을 맞습니다. 결국 CBS는 여론에 백기를 들게 됩니다. 마치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전투기에서 발사된 엑조세 미사일 한방이 영국의 최신예 대형 구축함 셰필드호를 격침시킨 사건에 비견될까요. 골리앗을 이긴 다윗? 

아울러 2004년 미대선 [부시-케리]간 진검승부가 한창일 때라, 미묘한 시점에 블록버스터급(?) 방송사고를 저지른 CBS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책임자 문책을 해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됩니다. 자체감사를 통해, 4명을 직위해제하는 초강수를 두게 되지요. [60분 II]의 프로듀서였던 '메리 메퍼스' 역시 해고를 당합니다. 

하지만, 보다 상징적인 이벤트(?)가 뒤따르게 되는데, 바로 [부시 군복무 특혜의혹] 오보사건을 터뜨린 주역이었던 ‘댄 래더’의 향후 거취였었지요. 그는 문제의 프로그램인 [60분 II]의 총괄제작과 보도를 담당했었습니다. 래더는 자신이 진행하던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부시와 미국국민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표하고, 이후 계속적으로 사퇴압력을 받는 가운데, 결국 그가 오랫동안 진행해 왔던 [CBS Evening News]와 작별하고 앵커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자신은 예정에 있던 은퇴라고 해명했었지만, 위 [메모게이트] 파동이 ‘댄 래더’의 일선은퇴를 앞당기는데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상 '불명예 제대'인 셈입니다. 

아울러 자신이 진두지휘해서 터뜨린 특종의 내용을 부정하고, 사과방송을 하는 치욕을 맛보게 됩니다. 위 오보사건이 황금빛으로 물든 ‘댄 래더’의 캐리어와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제 경우엔, [메모게이트]과 관련된 일련의 뉴스들을 직접 CBS나 NBC뉴스 방송을 통해 접했었고, 아울러 담담한 표정으로 사과방송을 진행하던 ‘댄 래더’의 모습이 아직 선명합니다. 

참고로 아래는 ‘래더’의 사과문 맨 마지막 부분입니다. 적당히 의역을 했습니다. 

" 그 어떠한 것도, 우리 능력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 및, 공정하고 진실한 보도를 해야 할 우리의 소명에 우선하지 않습니다. " 

사실 ‘댄 래더’나 CBS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들이 터뜨린 의혹이 [부시 군복무 특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호도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메모게이트]의 진위에 대해서 옳고 그름이 가려진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해당 문서를 담당한 전직 여비서(Marian Carr Knox) 는 내용은 맞다고 ‘댄 래더’에게 힘을 실어 주는 발언을 합니다 (아래 인용 참고) '래더'를 지지하고, 동정하는 여론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댄 래더’가 그 문서를 조작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조작된 문서를 넘겨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맞는 얘길 했으므로, 굳이 그가 사퇴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동정론을 펼친 사람들이 있었지요. 부시가 성실히 군복무에 임하지 않고, 정치판이나 어슬렁거렸었다는 정황은 여기저기서 포착되는 바, [60분 II]의 주장이 맞을꺼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여비서 曰) ☞ 아, 이 문서를 보니께 내가 직접 타이핑한 것은 아이라. 하지만 그 내용은 사실인 것 같구마. 부시 가가 좀 그랬었지, 암~ 

CBS [메모게이트] 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부분이 세가지가 있습니다. 굳이 [음모론]의 입장에서 [메모게이트]와 [줄기세포논란]을 연결시키고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두 사건이 자꾸 오버랩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첫째는, 결과적으로 ‘댄 래더’의 삽질(?)은 부시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 왔다는 사실이죠. 2004년 대선에서 부시가 케리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하는데, ‘댄 래더’의 어설픈 부시공격이 일조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댄 래더’가 공화당이 심어 놓은 ‘엑스맨~’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항간에는 [60분 II]과 ‘댄 래더’가 터뜨린 그 특종이, 부시측에서 흘린 고도의 '역정보'이고, 이것을 ‘댄 래더’가 어리석게도 덥석 받아먹었다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CBS 및 ‘댄 래더’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는데 성공했고, 부시는 자신에게 따라다니던 군복무비리의혹으로부터 오히려 자유롭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지요. [본적인 사실자료 하나 제대로 확인 못하는 방송사의 보도를 어떻게 믿느냐]는 불신감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함으로써, 부시의 군복무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이들의 주장을 약화시킨 셈이라고 할까요. 

더 나아가 CBS를 비롯한 다른 언론이 섣불리 부시의 군대문제를 터뜨리지 못하도록,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1석2조, 1석3조라고나 할까요. 아마 부시진영의 모사꾼인 '칼 로브'의 머리로부터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참고로 공화당측에선, 위 정보를 [케리]측에서 흘렸다고 주장하며 케리측을 연일(?) 규탄했다고 합니다. 물론 뒤로는 연신 입이 벌어진 채, '래더'의 삽질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었다고. 작금의 수첩파동과 연관짓는다면 지나친 억측인가요. 

둘째는, 위에서 기술했듯이, CBS [60분 II]이 터뜨린 제보와 증거 자료들이 '허위'라는 주장이 바로 ‘온라인 블로그’를 통해 최초로 제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브릭]을 통해, [아릉~]이란 한 개인의 게시물이 사진조작사실을 최초로 터뜨린 것처럼 말입니다. 한마디로 [브릭]이 ‘황우석’에게 결정타를 날렸다면, [Buckhead]는 ‘댄 래더’의 몰락(?)을 이끌어 내었다고 볼 수 있지요. 한가지 더 추가하면,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Buckhead]의 블로그는 바로 친공화당 웹사이트 소속이었습니다. 

셋째는, [1人 미디어]에 대한 미국과 한국 주류언론의 반응이 다르다고 할까요. 미국의 경우, 폭스나 ABC같은 메이저 방송사들이 [Buckhead]의 블로그 내용을 이유있다고 보면서, 사실확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들 나름대로 전문가를 고용해가면서 확인작업을 펼치기 시작했었지요. 단순히 일방적으로 퍼올리기에만 그치지 않고 말입니다. ABC는 다음과 같은 결정타를 날리기도 하지요. 

☞ 우리가 CBS 너거가 위촉했다든 서류 감정사 두명을 찾아가가꼬 인터뷰해보니까, 그라데, 저거는 해당 서류가 '가짜'라서 방송하면 망신당할꺼라고 충고했는데, '래더' 니가 우씨우씨 하면서 우겼다고… 

[ABC,NBC,FOX NEWS 연합군] vs. [CBS]의 싸움이 가열되면서, 결국 [60분 II]이 특종에 눈이 멀어 무리수를 두었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반면 한국 주류언론은 [PD수첩]의 이메일 조작건부터 시작된 각종 조작 의혹 선물세트에 대해 전혀 보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난자매매 사실이라메, 데이터 부풀렸다메, 줄기세포 없다카데’ 하면서..철저히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거나, 아니면 황박이 잊혀지길 바라고만 있습니다. 간혹 이곳이나 [알럽황]을 통해 몇몇 기사를 퍼가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것들 마저.. 한번 재미로 실어봐...하는 심심풀이 땅콩용으로 취급하는 것 같더군요. 페이지뷰나 한번 늘려볼까하는..그런 의도들. 
   
‘댄 래더’ 같은 노련한 언론인이 왜 그런 가짜정보에 성급히 달려들었는지, 아니, 가짜라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서도 왜 자충수를 두었는지...에 대해선 여러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특종을 낚으려는 기자의 본능, 공명심의 발로, 최저 시청률을 달리던 자사 프로그램 살리기, 공화당에 편견을 가진 좌파(?) 언론인의 근본적 한계 등등. 아마도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와 같은 어이없는 사태에 휘말리게 되었겠지요. 

과연 [황우석특종]을 보도한 MBC 제작진들은 어떤 생각에서 그와 같이 정교하게 잘 짜여진 각본을 만들었을까요? 수많은 조작의혹을 드러내가면서까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언론인의 사명감? 한학수, 최승호는 과연 ‘댄 래더’가 가졌을 법한 공명심이나, 특종에 대한 열망, 시청률에 편승한 프로그램 제작으로부터 정말 자유로웠을까요. 

아무튼, CBS의 오보파동에 대한 문책은 가혹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60분 II]의 프로듀서는 물론이고, 모두 4명이 직위해제 및 해고의 칼날을 맞았으며, ‘댄 래더’란 거물 앵커가 직접 사과방송을 진행하고, 결과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는 등, 우리의 상식을 훨씬 뛰어 넘는 고강도의 사태수습이 뒤따릅니다. 바로 그 잘못된 종이조각 한 장 때문에 말입니다. 이메일 조작, 날짜 조작, 각종 데이터 조작, 1인 다역 등등의 선물이 가득히 들어있는 [PD수첩]표 [종합선물세트]와는 질적, 양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하면 넌센스일까요? 

공룡언론사 MBC가 두려우신가요? 솔직히 두렵습니다. 예, 두렵고 말고요. 정말 저들이 못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행정/입법/사법부에 뒤이어 언론이 제 4부의 당당한 한 축이 된지는 오래전이 아닐까요. 하지만 지레 겁먹지는 맙시다. 한학수가 과연 ‘댄 래더’같은 거물에 비견될 수 있을까요, MBC가 (미국) CBS 방송사가 가진 신뢰도나 지명도의 1/10이나 따라갈 수 있을까요? 적어도 현재로선 아니지 않을까요.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그 거물 언론인과 공룡 언론사를 일순간에 격침시킨 것은, 바로 단 한개의 웹페이지였습니다. 수십억개의 웹페이지가 떠다니는 인터넷 바다 속에서 발견된 단 한개의 페이지가 하나의 역사를 뒤바꾼 셈이지요. 

[이노]님의 [동네수첩], [reaL라이즈]님이 올리시는 각종 멀티미디어 정보들, 그리고 대다수의 이름모를 용사들(?)이 여기저기서 퍼날라오는 개별 정보의 조각들, 우리는 이것들이 가진 잠재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은지 뒤돌아 봐야 합니다. 아무리 퍼다 날라도 어디 MBC만큼의 파급력을 가질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아닌가, 그런 의문을 가지는 순간, 우리는 이번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겠지요. 거대언론사가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야만 큰 것 한방 터뜨릴 수 있다는 편견도 버려야 함은 물론입니다. 사담 후세인을 단독 인터뷰하면서, 미국 방송계의 ‘빅3’로 불리던 그 명앵커의 신뢰도를 일순간에 ‘제로’로 만들어 버린 것도, 바로 한 개인의 블로그에 담긴 내용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PD수첩]은 시리즈 남발을 통해, 너무나 많은 약점들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들만 해도, ‘댄 래더’의 그 허위문서 조각 한 장에 드러난 조작과는 비교도 안되는 폭발력을 지닌 정보들로 넘쳐 납니다. 그 조작된 자료들이 가져올 후폭풍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을 수도 있습니다. 

좀더 적극적이고 좀더 정교하게 자료를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작,수집해 놓은 많은 분량의 데이터들을, 좀더 체계적으로 분석, 분류, 조합해서, 피디수첩이 [줄기세포논란]에서 간과한 점과 그들이 왜곡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절대 어설픈 자료를 가지고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금물입니다. 요즘 논란이 되었던 [박을순 사진비교] 같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가지고 주장을 펼치는 것은 우리에겐 독약입니다. CBS [메모게이트]의 교훈에서 배울 수 있듯이, 잘못된 역정보에 걸려들면, 정작 중요한 사실을 주장할 때, 우리의 신뢰도 및 진실성에 금이 가 있을 수가 있습니다. 

사실에 기반한, 정교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만들어서 이를 주류언론이 퍼다 나르게끔 해야 합니다. [Fox News]나 [ABC]같은 언론이 일개의 네티즌에 불과했던 [Buckhead]의 블로그 내용에 관심을 보인 것도 결국, 경쟁상대였던 CBS를 누르기 위한 의도가 일정 부분 작용했었습니다.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뿐만은 아니란 말이지요. [언론카르텔]의 결집력이 아무리 공고해 보여도, 결국 확실한 것 한방은 저들의 결속력을 무력화 시킬 수 있습니다. 언론을 무조건 적대시하기 보다, 그들의 힘을 빌어서 MBC, 한겨레 등과 경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언론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신기한 눈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는, 본 사이트의 메커니즘을 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올라오는 많은 정보들, 그중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확대재생산하는 정보창출능력 및, 잘못된 정보를 제거하고 수정하는 정보필터링기술(?) 가히 수사기관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이나 저녁에 이곳에 들어와 보면, 마치 전쟁을 수행하는 야전사령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끔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새벽잠마저 반납하고 이곳에 머무르는지..이해가 안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순간적이지만요. 

끝으로, 주류언론에 일말의 기대를 가져봅니다. 우리 언론들도 역시 FOX 나 ABC와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그들이 [Buckhead] 블로그를 외면했었다면, 지금쯤 미국대통령은 ‘존 케리’가 되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역사가 바뀐 셈이네요. 

[관성]을 거슬러기 위해선 [가속]을 필요로 하지요. 그만큼 힘겨운 일입니다. 낯선 흐름이 하나의 [실재하는 것]으로 인지되기 위해서는, 눈에 드러나는 '모멘텀'위에 기반한, 보편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은 큰 변화들이, 아주 사소한 것들로 부터 비롯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작은 노력과 시도 하나하나가 의미를 지니면서, 결국 기존의 틀과 생각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미 깨뜨려 가고 있다는 사실... 

사회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가능성은 늘 존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1인 미디어]의 등장을 단순히 주류언론에 대비되는 신기한 탐구대상 정도로 보고 있지만, 이미 신개념 미디어의 등장은 우리 실생활 구석구석에 자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Buckhead]의 보잘 것 없던 블로그가 그랬었고, 이제 [섶]이란 한 사이트가 그 역할의 중심에 설 지도 모릅니다. 이미 [동네수첩]이 갈팡질팡하던 네티즌들에게 '방향'을 설정해주는데 큰 역할을 했기에, 그 기대치는 더 커가기만 합니다. 

‘댄 래더’ 얘기가 나왔으니까... 얘기를 다소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자면, 

‘댄 래더’의 일선은퇴는 묘한 여운을 남기게 됩니다. 그가 사퇴를 함으로써, 공교롭게도 '‘댄 래더’'를 포함,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사회 최전방에서 미국인들과 회노애락을 공유하면서 뉴스를 전달해 주었던 BIG 3 (ABC, NBC, CBS 앵커)들이 비슷한 시기에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고 말았지요. ‘댄 래더’는 위에 기술한 대로 불명예 퇴진을 했고, ABC의 '피터 제닝스'는 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톰 브로코'는 후임자에게 NBC 간판 프로그램을 맡기고 이선으로 퇴진합니다. '브라이언 윌리암스'를 일찌감치 후임자로 지정해 놓은 상태에서, 자신은 그 약속을 지키고 물러나게 되었지요. 

한사람 덧붙인다면 '데드 코펠'이 있군요. 코펠 역시 우리에게 친숙한 [ABC Nightline]을 그만두게 됩니다. 학창시절 [월드뉴스]란 영어회화잡지를 통해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모두 'ABC Nightline~' 하는 오프닝 멘트와 음악 속에 흘러나오는 '테트 코펠'의 목소리를 떠올리실 테지요. 아무튼 결과적으로 전면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졌던 셈이네요. 정치판으로 치면, 40대 기수론에 떠밀린 노장들이 화려한 과거를 뒤로한 채 무대 뒷면으로 사라지는 것인가요..? 

모두다 지난 40여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오직 '방송'에만 매달렸었던 사람들입니다. 모두 미국을 대표하는 3대 방송사의 메인 앵커들이었고, [프라이드]가 대단했었지요. 미국 사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구석구석을 안방으로 전달하기에 바빴던 사람들이었죠. '피터 제닝스'는 베트남전 당시 종군기자 신분으로 사선을 넘나들었었고, ‘댄 래더’는 이라크전 발발 직전 직접 이라크로 날아가 사담 후세인을 인터뷰하기도 했었습니다. 천안문사태가 발발했을 때도 역시 그는 천안문 현장에 있었지요. 

[톰 브로코-피터 제닝스-댄 래더] 이들 명앵커 3인방은 [Larry King Live]에 가끔씩 출연합니다. 나와서, 시사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들을 피력하기도 하고, 조언도 해주고, 일반인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방송경험과 생각을 담은 책을 출판하기도 하지요. 한마디로 수십 년간 그들이 일선에서 취득한 정보와 경험들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고, 일반인들과 공유한다고 할까요... 참고로 ‘댄 래더’의 경우 작년 미국에 [허리케인 리타]가 불어닥칠 때, '래리 킹'과 함께 [태풍피해방송]도 진행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톰 브로코는 자기가 집필한 책을 들고 나와, 시청자들과 이런저런 얘길 주고받았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9시 뉴스]를 정치인, 유력인사가 되기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는 우리네 실상과는 딴판이지요.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의 [9시 뉴스]를 이끌었던 앵커들과 간판급 유명 방송인들이 지금은 어떻게 변신해 있는지... 한번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니,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박성범, 정동영, 엄인용, 류근찬, 이윤성, 맹형규, 전용학, 그리고 (9시뉴스 메인 앵커는 아니더라도) 한선교, 이계진, 박찬숙, 변웅전, 전여옥, 박영선... 이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울러 엄기용, 손석희는 앞으로 어디로 발길을 돌릴 지, 갑자기 '그들'의 현재와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이곳에서, 그들이 무슨 일을 하든 비판을 가할 수는 없겠지요. 아울러 방송사 메인 앵커자리가 반드시 정치인이나 다른 직업군보다 가치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언론인으로서 그들의 경험을 잘 살려, ‘정치’를 통해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궁극적으로 우리사회에 이바지할 수도 있고. 하지만, 방송을 떠난 이들의 지향점이 왜 십중팔구 정치판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기본적으로 정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가 다른 분야에 비해 우선하기 때문에? 모르지요. 그럴 수도 있고. 우리와 미국사회의 구조적, 환경적 차이점에 기인할 수도 있고. 

이런 그림을 한번 그려봅니다. 예순이 넘은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가끔은 브라운관을 통해 얼굴도 내보이고, 사회가 혼란스럽고, 경제가 어려울 때, 그들의 지혜가 묻어있는 조언이나 충고도 해주면서, 자신들이 가진 전문성과 경험, 현장감각을 시청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그것들을 우리사회로 다시 되돌려 주는... 그런 방송인 한 사람쯤 소유(?)하고자 한다면..지나친 기대일까요? 꼭 그런 역할을 전직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이 도맡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대한민국 방송역사도 이제 만만치 않은 만큼, 우리 언론인들 속에서 ‘댄 래더’, 피터 제닝스, 톰 브로코 같은 멋진 앵커들이 한 사람쯤 나오길 바라며 글을 맺습니다. 

"Nothing is more important to us than our credibility and keeping faith with the millions of people who count on us for fair, accurate, reliable, and independent reporting," 

-- CBS News President Andrew Heyward , [메모게이트] 사과방송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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