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7)이 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이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대한축구협회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의 '와일드 카드'(23세 초과 선수) 요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한축구협회가 프리미어리그를 2연패한 박지성의 베이징올림픽 차출에 대비해 오는 6월 중 맨유 구단을 방문해 담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지성의 측근은 12일 "협회가 올림픽 차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6월 중 맨유를 방문할 계획을 짜고 JS리미티드(박지성 매니지먼트사)에 문의한 것으로 안다"며 물밑에서 진행되는 협회의 최근 동향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협회는 올림픽대표팀의 박성화 감독이 와일드 카드로 박지성을 요청할 경우에 대비한 로드맵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더블'(프리미어리그,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맨유의 일정 속에서 박지성의 와일드카드 차출안에 대한 공식 통보는 미루고 있다. 그러나 그의 속마음은 박지성에게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12일 "아직 협회에 정식으로 박지성을 차출해 달라고 요청하진 않았다. 와일드카드는 조만간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대상 선수 3명을 한꺼번에 정하겠다"고 말했다. 협회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는 해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의견을 냈다. 또 맨유의 리그 제패가 박지성의 차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그래도 접근하는데 조금 낫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협회의 준비는 박 감독이 박지성의 차출을 요청하는 즉시 맨유와 협상 채널을 열겠다는 적극적인 절차의 표현이다. 맨유는 오는 22일 첼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한다. 6월 중 박지성은 국가대표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전에 나서지만 맨유 구단은 휴지기에 들어간다.
협회는 '올림픽 축구가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여서 해당국 협회의 요청 때 클럽은 대회 2주일 전에 소집에 응해야 한다'는 FIFA 내 조항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분위기는 클럽의 허락 없이는 선수 차출이 어렵다는 데로 모아진다. 특히 연령을 초과한 와일드카드에 대해서는 클럽의 의견이 중시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협회 관계자의 특파를 통한 담판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결국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도 협회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조중연 부회장을 급파해 거스 히딩크 감독과 담판한 적이 있다. 히딩크 감독은 8월 초 열리는 2004~2005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3라운드가 본선기간과 겹친다며 차출 불가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7월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것으로 거중조정됐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A매치 기간이 아니었지만 올림픽 최종예선 당시 중국과 두차례 경기에 박지성을 보내줬던 것을 들어 협회의 의지를 꺾었다.
이번에도 협회에서 맨유에 특사 파견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상황이지만 맨유가 순순히 차출에 협조할 지는 미지수다. 8월 6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올림픽 본선 축구 일정이 8월 9일 개막하는 2008~2009 프리미어리그 일정과 충돌할 수밖에 없어서다. 협회가 특사 파견을 통해 난제를 잘 풀어낼 지도, 향후 맨유의 '더블' 행보 못지않게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