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국수 편에서 사건이 터졌다. 작가가 전화를 해 100% 메밀로 만든 국수를 찾아 착한 식당으로 선정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그 일이 의미 없음을 설명했다. "메밀은 원래 끈기와 찰기가 없어 밀가루나 전분을 조금 섞는 게 보통의 일이며, 또한 이게 더 맛있다. 전통적 방법으로 보아도 메밀국수에 녹말을 섞는다고 조선 문헌에 나온다. 메밀국수는 일본이 발달해 있는데, 여기서도 밀가루를 20~30% 섞는 게 일반적이다. 100% 메밀국수야 누구든 만들 수 있지만 맛으로 보자면 그렇게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니 100% 메밀국수는 착한 식당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제작진은 100% 메밀국수 식당을 찾아내 '착하다'고 딱지를 붙였다. 밀가루 등을 섞는 메밀국수집은 사기를 치는 곳인 양 다루었다.
그때 평가단 중 한 명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그는 식품공학을 전공한 일간지 음식전문 기자였으며, 일본 특파원까지 지내 메밀국수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았다. 두 전문가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방송이었다. 나는 제작진에게 항의하고 자문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후 인연을 끊었다.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시청률이 터졌다. 착한 식당이 100% 메밀국수 방송으로 크게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식당도 대박을 쳤다. JTBC <미각 스캔들>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100% 메밀국수가 의미 없음을 찬찬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오히려 <미각 스캔들>의 방송을 의미 없다고 보았다. 나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방송에서 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실감했다.
반찬 재활용해도 '착한 식당'이 될 수 있다?
조작 방송이건 억지 방송이건 간에 <먹거리 X파일>은 시청률이 높았고, 이 시청률 덕에 이영돈씨는 '착하지 않은' 식당의 죄를 사면해주는 권력까지 쥐게 되었다. 착한 식당으로 선정된 한 김치찌개집이 반찬을 재활용하다가 손님에게 걸렸다. 이는 법을 어긴 것이고 행정처분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이영돈씨는 이 식당에 친히 왕림하여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는 훈시를 하고 착한 식당 명패를 계속 달게 두었다. 법 위에 이영돈씨가 군림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