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쌀 가게가 있습니다. 주인은 근면성실하지만 몹시 아둔하기 때문에 쥐가 들어와 쌀을 훔쳐가는 것도 까맣게 모릅니다. 쥐를 본 고양이는 날마다 야옹야옹 울어대며 날뛰지만 주인이 매어놓은 줄 때문에 쥐를 잡을 수 없어요. 터진 쌀자루를 본 주인은 고양이의 소행이라고 억측하고 무능한 놈이 쌀까지 축낸다고 욕하며 공연히 고양이를 걷어차곤 합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옆 가게 주인은 쌀가게 주인에게 당신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고양이가 쌀자루를 뜯고 난리 피운다고 말합니다. 그래서는 평생 고생만 할 거라며, 쓸모 없는 고양이는 내쫓고 건실한 쥐 한 마리 들이라고 살랑살랑 권유하죠. 원체 쌀을 좋아해서 어떻게 관리해야하는 줄도 잘 아는데다 몸집이 작아서 뭘 먹지도 못할 거고 제 몫 잘 챙기는 만큼 성실하게 가게 를 봐줄 거라고요. 원래 줏대 없는 주인은 옳다구나 싶어 곧 그러기로 합니다.
사실 그 쥐는 옆 가게 주인이 애완용으로 기르던 쥐새끼로, 먹으면 먹을수록 비대해지고 탐욕스러워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쌀 가게에 들어간 쥐새끼가 엄청난 번식력으로 쌀 가게를 장악할 거란 건 자명합니다. 게다가 옆 가게 주인이 잘 훈련시켜놨기 때문에 눈 뜬 봉사나 다름 없는 주인 몰래 쌀 가마를 빼돌리겠죠.
고양이는 어리석은 주인이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제대로 당해서 정신차리길 바라지만, 귀 얇은 주인이 현실을 직시하기에는 여전히 아득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