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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포니들이 대한민국 입시를 치른다면?
게시물ID : pony_199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니플라이
추천 : 4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2/12/15 02:25:07


삼수생이 3년간 입시를 치르면서 느꼈던 입시 제도와 학교 교육의 부조리를 바탕으로 한 번 적어봐요.

과연 우리의 개성 넘치고 귀여운 포니들은 우리나라 입시를 어떻게 치렀을까요?


트와일라잇 스파클-남보다 지적 능력이 월등한 영재이지만 교과 과정에서 더 나아간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틀에 박힌 주입식 학교 공부만 하다가 질려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선생이 낸 내신문제에 오류가 있는 걸 다 찾아내고 답란을 남들과 다르게 쓰지만 어디서 학생이 선생을 이겨먹으려 하냐는 구박과 함께 복수정답 인정이 안 되어 내신점수가 깎인다. 깎인 내신점수에다가 입시를 정치적 인기몰이를 위한 도구쯤으로 보는 정부의 수능 과목별 만점자 1%정책이 겹쳐 전과목을 만점 맞는다 해도 내신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기에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대학을 도저히 갈 수가 없어 비교내신 대상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삼수를 하고 있다. 아, 물론 학교는 학생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지 학생의 교우 관계나 적성, 심리에는 관심이 없기에 트와일라잇은 교사들의 방관 속에서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12년간 왕따신세를 벗어나지를 못했다.


래리티- 의상 디자인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의류학과에서 주로 보는 건 수능 아니면 논술이다. 꿈에 마냥 젖어있다가 고삼이 되어 입시 요강을 펼쳐보는 순간 충격을 받고 "THE WORST POSSIBLE THING!!"을 외치며 절규하지만 일년동안 만회하기엔 래리티의 논술 실력과 수능 실력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결국 언젠가 자신의 의상 콜렉션에 아낌없이 쓰리라는 마음으로 어렸을 때부터 모아 왔던 보석을 팔아 비싼 돈을 내고 기숙학원에 들어가 재수를 하게되는 래리티...


레인보우 대쉬- 어렸을 때부터 체육에 뛰어났던 대쉬는 체고에 입학한다. 하지만 너무나 빡센 체고의 군기와 서열문화 때문에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게 이건가 하고 심하게 고뇌한다. 어찌되었건 쿨한 대쉬답게 체고 문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체육에서 그럭저럭 좋은 성과를 보이고 대회 우승까지 하지만 체대 입시판에 만연한 촌지와 뇌물 스캔들로 인해 결국 대쉬보다 실력이 부족한 다른 집 아이들이 원하던 체대에 입학하고 대쉬는 떨어진다. 결국 대쉬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대쉬 특유의 자신감을 잃어버린채 카페베네에서 알바를 뛰고 있다.


애플잭- 사고력을 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진 수능과 모의고사는 그리 잘 나오지는 않지만 누구보다도 성실한 애플잭답게 내신 점수를 최상으로 잘 받는다. 하지만 가난한데다가 지방에 산다는 게 함정이었다. 요즘같이 입시 전형이 몇천 가지나 될 정도로 복잡한 세상에서 정보력 없이 애플잭이 갈 수 있는 대학은 없었다. 아무 생각없이 수시는 학생부 전형이 아니라 일반전형(대개의 대학은 수시 일반전형을 논술전형으로 본다)으로 넣고 정시는 수능우선선발 전형으로 넣어버린 애플잭은 비싸디 비싼 대치동 논술 학원을 다니지 못해 수시에서 떨어지고 정시에서는 높은 내신 점수를 활용할 대학이 없어 가나다군 3연패한다. 결국 애플잭은 울면서 독학재수를 시작하지만 머지않아 입시 제도를 또 바꾼다는 정부 발표에 이미 정보력 부족의 쓴맛을 맛봤던 애플잭은 한숨만 내쉰다.


플러터샤이-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감수성과 상냥한 마음을 지닌 플러터샤이는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와 왕따 문제로 학교를 자퇴하고 마음의 병까지 얻는다. 극심한 우울증과 회피성 인격장애로 몇 년동안 고생하던 플러터샤이는 상처를 극복하고 검정고시를 친 뒤 차분히 수능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정규 교육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학생들에게 대학의 문은 너무 좁았다. 수능 점수가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정원 외로 손에 꼽힐 정도로 선발하는 검정고시 전형의 좁은 문때문에 플러터샤이는 두 번 좌절하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방 안에서 나오질 읺는다. 엔젤이 구인잡지를 어디선가 구해와서 화난 얼굴로 플러터샤이에게 들이대지만 플러터샤이는 말 없이 울기만 한다.


핑키파이- 다방면에 재능있는 팔방미인형 천재다. 요즘 강조하는 '융합'과 '통섭'이라는 키워드에 딱 맞는 포니다. 하지만 핑키의 이러한 면모를 몰라보는 학교와 학급 아이들은 핑키에게 건방진데다가 ADHD끼지 있는 짜증나는 포니라는 낙인을 찍는다. 자신이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친해지려 노력했어도 은근히 따돌림당한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와서야 알게 된 핑키는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오고 핑카미나 모드로 변한다. 결국 대안학교로 전학하고서야 핑키는 그전의 자신감을 조금씩이나마 되찾기 시작했고 졸업할 때쯤 되어서는 완전히 예전의 건강한 핑키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방면의 재능에도 불구하고 수능도 논술도 보통보다 조금 나은 점수밖에 못 받은 핑키가 갈 대학은 없다는게 함정이다. 오늘도 핑키는 독서실에서 틀에 박힌 재미없는 걸 억지로 할 때의 반사 작용으로 이리저리 뒤틀리는 꼬리를 열심히 발굽으로 붙들어가며 재수 중이다.



입시로 좌절한 포니는 이 글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분 곁에도 있을 거에요.  결과에 상관 없이 누구나 다 개성을 지녔고 소중한 포니들인데 말이에요. 

어찌되었건 대한민국 입시라는 온갖 부조리가 횡행하는 전쟁터를 결과에 상관 없이 그저 무사히 견뎌온 수험생 여러분께 작게나마 박수를 보냅니다.

수고했어요, 너무나 애쓰셨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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