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재의 단점만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1부에서는 독재의 장점을, 그리고 2부에서는 단점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보여주는 순서가 장점->단점 순입니다.
이건 단점 -> 장점 순으로 보여주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지요.
1부와 2부에서 조 원장은 같은 말을 합니다.
"당신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강제로라도 하고야 말겠다."
1부에서는 다행히 개혁의 방향을 잘 잡았기 때문에
조 원장의 이런 독선이 강한 추진력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2부에서는 잘못된 방향과 독선이 결합하면서
섬 사람들은 물론 육지인들, 심지어 조 원장 자신까지 위험에 빠트리게 됩니다.
155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장로들을 설득해볼 참이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의 행동은 설득보다는 협박에 더 가깝습니다.
'원장은 점심도 굶은 채'라는 언급이 나옵니다. 그럼 장로들은?
정확한 문장은 아마도 '원장은 점심도 굶은 채, 장로들을 점심도 굶긴 채'일 겁니다.
연로한 장로들은 극심한 배고픔과 피로감에 시달렸을 겁니다.
그들 앞에서 조 원장은 어떻게든 간척공사를 추진하고야 말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조 원장은 자꾸 '섬을 나가야 한다'라며 원생들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지만
사실 저것은 섬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섬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합니다.
설령 간척공사가 성공하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원생들이 원하는 것은 건강인들과의 '화해'를 통해 섬을 나가는 것인데,
조 원장은 '침공'을 통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계속 지켜 보도록 하죠.
2부의 첫 장의 제목이 '출소록기'입니다.
이건 아마도 성서의 '출애굽기'에서 따 왔겠지요.
이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조 원장이 스스로를 '모세'와 같이
신의 의지를 실천하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간척공사가 어려움에 부딪치자 자신의 상관인 도지사나
심지어 태풍에 대해서도 '이것은 나에 대한 배반이다'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