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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삶의 의미가 나였겠지
게시물ID : animal_1994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onandolssi
추천 : 5
조회수 : 69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1/12/23 22:15:23

그 날 중간 정산 할 수 있냐 물었던 날 3일 동안의 입원비로 믿기지 않는 금액을 의사가 말 했던 날

그 날 그걸 묻지 않았다면 넌 조금 더 살 수 있었을까 

계속 입원 한다면 추가 될 금액을 듣고도 그 감당하기 힘든 입원비를 감수했다면 건강해 질 수 있었을까

괴로워 하는 널 보고 결국 참지 못 하고 다시 찾아간 또 다른 병원에서 조차 감당하기 힘든 금액을 말 했을 때   

그 날 널 맡겨 두고 나왔다면 넌 살 수 있었을까


급격하게 체중을 잃어 가는 상황에서도 모든 음식물과 물 조차 거부한 채  야위어 가던 널 보고 난 어떻게 해야 했을까


니 옆에 나란히 누워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주사기로 설탕물을 먹이고 피하 수액을 놓다가도 

괴로워 하며 거부하는 널 안고 포기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새벽에 

사무실에서는 수봉이가 건강한 새끼들을 다섯이나 낳았어

그리고 넌 그 날 저녁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갔지

수봉이가 걱정 되서 일찍 나선 그 날은 주차 자리를 찾지 못 해 지하와 1층을 오갔고

난 차를 타고 가는 15분 동안 별거 아냐 그냥 고양이 한 마리일 뿐이야 를 수 백번은 혼자서 말 한 것 같아  


내 목소리가 들렸을까 들렸을 거라 믿을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었지만 넌 힘겹게 울어 주었잖아

울 힘 조차 없을 때에도 니 귀에 속삭이면 목 주변의 털이 가늘게 떨리는 걸 분명 보았어 


이제 화장실에서 나오면 문 앞에서 가지런히 앞발을 모으고 앉아 있다 일어나던 넌 보이지 않고

아침에 눈을 뜨면 베개 옆에 누워 있던 넌 없을 테고

내 무릎은 제이나가 독차지 할 테지 


수증아

너와 영이가 오던 날 신나서 이것 저것 사다가 쌓인 영수증을 보고 너희는 영이와 수증이가 되었지

뭐가 그리 좋아서 빠트린 게 있다며 마트를 왔다 갔다 했을까

그 날 친구네 누나 집 마당에서 잡지 못 한 다른 녀석도 같이 왔더라면 다른 이름이었을까

그 녀석은 지금도 건강하게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고 있을까


수증아 

니 삶의 의미가 나였겠지

잠에서 깨 눈을 뜨면 내가 보였고 잠들기 전 눈을 감기 전에도 내가 보였겠지

너에게 난 그런 존재 였잖아

그런 내가 널 아프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날 너무 괴롭게 한다

한층 넓어진 방이 날 미치게 한다


수증아

무지개 다리는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다시는 널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어 

미안해 미안해 삼촌이 많이 미안해 

그래서 잊지 않을께 죽을 때 까지 잊지 않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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