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월의 저녁을 좋아한다.
대학교 축제가 한창인 5월 캠퍼스 잔디밭에서 마시던 쓰디쓰던 소주, 달착지근한 안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는 세상의 모든 희노애락이, 그리고 그 젊음이 웅성거림 속에 녹아 있었더랬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달게 느껴지는 소주의 쓰디쓴 안주가 되어버린 그 풋내나던 시절이 5월의 청량한 저녁 바람을 맞을 때마다 생각나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5월의 새벽녘을 좋아한다.
숙취에 지끈거리는, 가누기 힘든 머리를 지탱하고 집 근처 공원에 나 홀로 서 있을 때 내 눈에는 호숫가에 핀 물안개 속에 뒤덮여 있던 신록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마치 우주의 한가운데 있는 것 마냥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더랬다. 그 시절의 방황하던 젊은 나는 한순간 구원을 얻은 것 같았고, 일순간이지만 내 마음은 평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