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기종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둔 차세대전투기사업(F-X)과 관련해 F-35로 대표되는 ‘스텔스 지상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희우 충남대학교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은 세종대학교 부설 항공산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학술지 ‘항공산업연구’에 실린 ‘새 정부에 바라는 전투기(F-X/KF-X) 정책’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스텔스에 대한 비용 대비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소장은 논문에서 미군 내부에서 조차 제기된 스텔스 회의론에 대해 기종 선정을 앞둔 우리가 반드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미 해군 참모총장은 스텔스 플랫폼 대신 장거리 센서와 무기 그리고 무인기 활용의 효용성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전력화 된 F-22 전투기 시험비행 조종사 출신의 크리스토퍼 니에미 공군 중령이 “스텔스 전투기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며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 재검토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스텔스 성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비용 부담 뿐만 아니라 항속거리, 무기탑재, 쏘티 발생, 융통성, 보안 측면에서의 희생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F-X 후보 기종중 하나인 유로파이터가 스텔스를 포기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로파이터 개발 수석 엔지니어의 견해에 따르면 유로파이터도 개발 초기에 스텔스 적용 수준을 놓고 상당한 토론이 있었는데, 당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요소는 대 스텔스 기술 등장의 예견이었다는 것이다.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극초단파(UHF) 레이더 및 주파수가 낮은 S-밴드와 L-밴드 레이더가 이미 등장했고, 네트워크 전장 환경 하에서는 스텔스 탐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스텔스 구현에 투자하기 보다는 첨단 무기체계에 투자하는 전략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대당 가격이 천문학적인 F-35를 도입할 경우 우리 공군이 원하는 대수의 전투기를 확보할 수 없어 전력 확충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올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F-35를 선정할 경우 현재 예산으로는 구매 대수를 계획 대비 60~70%로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구나 현재 F-35는 계획된 시험비행의 50%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앞으로 총수명주기비용이 얼마나 증가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F-X의 전력화 시기에 부합하는지도 세심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공군 주방위 사령관 해리와트도 고가의 스텔스 전투기 구매에 따른 전투기 대수 감소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재래식 전투기의 개량을 강조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더불어 F-X 이후 추진하는 한국형차세대전투기(KF-X)사업과 관련한 기술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F-X 사업을 통한 절충교역으로 KF-X 개발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 소장은 “미국의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제출한 F-X 사업 제안서에는 우리가 요구한 51개 기술 항목 중에서 50% 미만의 기술 이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나마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E/L)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기술 이전이 어려운 이유는 KF-X가 향후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F-35의 시장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미 정부가 전통적으로 항공우주기술 유출 억제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다가, 한국과 공동 개발국으로 나선 인도네시아 때문에 미국의 기술 이전에 대한 E/L 승인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만큼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기존 기술 이전 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한 미국제 전투기로의 선택은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이라며 “아무리 전통의 우방국이라고 해도 국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은 많은 반대에 직면할 수 있으며, 특히 항공 분야는 한미간 무역거래 불균형이 대단히 심한만큼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F-X사업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와 보잉의 F-15,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등 3개 기종이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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