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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관람가) 섹스란 무엇인가
게시물ID : love_19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탐구생활k
추천 : 5
조회수 : 2728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1/08 12:14:27

안녕하세요. 저는 섹스에 '진지하게'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이에요.
 
이 글은요, 야한 자료를 공유하기 위한 글도 아니구요.
야한 농담을 하거나,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지거나 유쾌한 얘기를 풀기 위한 글도 아니에요.
그저 다른분들과 섹스에 대해서 조금 다른 관점에서 얘기해보고 싶어 쓰는 글이에요.
...괜찮겠죠?
 
올바른 성에 대해서 얘기하는 의미로 이 글은 청소년이 더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평범하게 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었어요.
부모님이 교회에 가시는 일요일에 혼자 집에서 야동을 보는게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었죠 >.<
나는 평생 모태솔로로 살 줄 알았는데 20대 초반에 여자친구도 생겼어요.
둘 다 첫경험이었는데 둘 다 섹스에 관심이 많았고 솔직하고 적극적이었어요.
섹스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했고 세상에서 제일 값지게 돈을 쓰는게 모텔비였죠.
 
그 때 공장에서 일하면서 팟캐스트를 줄창 들었었어요.
거기에 나오는 방송을 듣다가 섹스 강의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끌렸어요. 블로그를 찾아봤어요.
 
 
 
글 하나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여자의 입장에서 섹스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은 글이었어요.
고민은 바로 '자빨', 뭔지 아시겠죠? 순수 우리말이에요.
다른 외래어로는 사카시, 블로우잡. 넓은 표현으로는 오럴 섹스.
 
'어떻게 하면 잘할까?', '어떻게 하면 남자를 만족 시킬 수 있을까?'
글에 등장하는 여자분의 고민이었고,
그에 대한 답변은 제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바로 그것이었어요.
 
방법은 '맛있게 먹기'에요.
여러분, 치킨을 먹을 때 '내가 어떻게 이 치킨을 만족시키지?', '어떻게 이 치킨이 맛있게 먹히게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하시는 분 계시나요? ^.^
 
전인권이 광화문 광장에서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에게 울림을 줘야지'라고 되새기며 노래를 부른다면,
그리고 관중들이 그걸 알아챘다면 울림이 있었을까요?
 
섹스도 똑같아요.
우리가 할 것은 바로 섹스를 섹스 이상으로 바라보게하는 장막들을 걷어내는 것이에요.
 
스포츠 선수들은 불필요한 동작을 걷어내기위해 피나는 훈련을해요.
춤꾼들도 거울을 보며 하루종일 자신의 동작을 관찰하죠.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할 때 노래를 하면 되고
섹스를하는 사람은 섹스를 할 때 섹스를 하면 돼요.
그래서 우리가 고민해봐야하는 건 '섹스는 무엇인가?'에요.
 
 
 
어... 이야기가 조금 벗어났네요.
어쨋든 블로그의 그 글을 시작으로 저의 불완전한 호기심은 완전한 호기심이 되었어요.
섹스에 대해 내가 더 알아야할게 있음이 분명해졌죠.
그래서 몇년 후에 직접 강의를 듣게 되요.
 
처음 강의를 들을 때 저는 보다 많은 사람과 섹스를 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근데 지금은 많은 사람과 섹스를 하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닌게 되었어요.
자신의 권력을 쥐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사람과 민생을 위해 정치를 시작한 사람의 차이와 같아요.
섹스에서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저도 아직 고민 중이랍니다 *.*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섹스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상당히 다르죠?
그렇지만 저의 섹스 선생님은 저에게 학창 시절의 선생님보다, 과외 선생님보다,
대학에서 교수님보다 훨씬 더 스승에 가까운 분이에요.
 
저 같아도 섹스를 배운다, 가르친다라고 하면
야동에서 나올 법한 그런 장면을 떠올렸을거에요.
 
하지만 섹스를 배운다는 건 대학에서 물리학 강의를 듣는 거랑 똑같은 거에요.
이론을 배우고 과제나 숙제를 하고 거기에 대해 피드백을 듣고,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하고 말이죠.
여기서의 실습이나 숙제 또한 꼭 직접적인 성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몸을 관찰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경험, 느낌에 대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어찌보면 섹스와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것들이 더 많죠.
 
왜 유독 섹스에 대해서 아주 강력한 프레임이 씌워져있을까요.
물리학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복잡한 수식들이 생각나고 머리가 아파오는 것과 비슷하려나요.
 
'마녀사냥'이 방송되기도하고 사회적으로도 성에 대해서 터부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이 생겼지만,
제가 보기에는 얕은 얘기들일 뿐 섹스의 본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순결을 지키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면서도 눈치를 보고 있는 저 또한 마찬가지이구요.
 
같은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는 자유롭게 얘기하지만,
사회적으로 얽힌 회사 사람들이나, 학교 선후배 등과 진지하게 섹스에 관해 얘기하지는 않아요.
굳이 그런 나를 보이고 싶어하지 않죠.
 
쾌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확실히 많아진 것 같아요.
그치만 그보다 더 깊은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쾌락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어디서 온 것인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보다는.
여자친구를 만족시키는 기술, 사정하지 않고 오래 하는 법, 남자로서 자존심 지키는 법,
여자로서 매력이 떨어지면 어떡하죠?, 현란한 자세와 같은 것에 머물러 있어요.
 
저는 안타까워요. 훨씬 더 즐겨내야할 것들이 차고 넘치게있는데, 왜 저런 고민을 하게 되었을까.
무엇이 사람들을 저기에 머무르게 했을까.
 
이런 의미에서 저의 선생님도 강의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베오베에 올라왔던 고추 펜싱 하는 자웅동체 해양 생물 보셨나요?
이긴 녀석이 진 녀석에게 찍 싸버리고 도망가더라구요.
진 녀석은 망연자실해서 축 처져있구요.
이 녀석들의 세계는 너무 비인간적이었어요.
 
짐승들은 번식을 위해 교미를 해요.
반면 인간은 번식의 목적 없이 교감, 쾌락, 애정 표현 등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섹스를해요.
(찾아보니 돌고래와 침팬지 암컷은 발정기가 아닌 경우에도 교미를 한다네요. - 위키백과)
 
인간은 언어를 기록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해요.
바다에 가서 서핑을하고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건너 다녀요.
인간으로써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죠.
 
'그 영화 어때?', '어제 무슨 영화 봤어?'
영화 감상을 적는 직업도 있고
누구나 영화 리뷰를 써요.
영상미가 화려하다, 카메라 기법이 세련됐다.
음악이 아름답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자신의 감각을 얘기하죠.
 
영화를 더 잘 보기 위해서 사람들과 영화에 대해서 얘기도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보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영화를 본 사람들과 안 본 사람들도 이어져요.
너무나 당연하죠.
 
그런데 섹스는?
오유에 올라오는 19금 글들을 살펴보면요.
구체적인 묘사가 나와야하는 타이밍에 다들 자가검열을 해요.
'나머지는 부끄러우니까 여기까지만 적을께요.'
'여러분들 상상에 맡길게요.'
 
???????????????
 
그럼 우리는 어떻게 영화를 만들죠?
다른 사람들의 훌륭한 영화를 보지 않고?
이 영화가 어땟는지 어느 부분이 좋았는지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당신이 느꼈던 감각의 느낌을 듣지 않고?
 
 

이상하지 않나요.
 
섹스가 대체 뭐길래.
 
여러분들의 섹스 선생님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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