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해찬·박지원 합의’는 국민 우롱한 담합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각각 민주통합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맡기로 합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이 발칵 뒤집혔다. 양측은 이 전 총리의 ‘친노’와 박 최고위원의 ‘호남’이 단합해 대선 총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으나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출마자들이 구태적 패권문화라고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실현성 여부를 떠나 아직도 한두 사람이 한 정당의 지도체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그들의 전근대성에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 두 사람의 합의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외면한 밀실 담합이다. 무엇보다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눈감는 바람에 패배한 4·11 총선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굳이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선출토록 한 당헌·당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당 존립의 토양인 공정한 게임의 룰과 원칙마저 저버리는 그들의 행태가 놀라울 따름이다. 정치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옳지 않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야권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개입했다고 하니 더욱더 실망스럽다. 형식도, 내용도 구태 그 자체다. 결국 친노·충청과 비노·호남 진영이 영남권 대선 후보를 만들어낼 테니 지지해달라는 얘기인 모양인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후진적인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두 사람이 감히 양 진영을 대표한다고 나선 것도 당혹스럽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시절의 ‘3·1절 골프 파동’과 같은 실수로 사실상 정계를 떠났다가 세종시 선거로 부활했고, 박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향유해온 기득권 세력에 든다. 그들 스스로 친노다, 비노다 편을 갈라 권력싸움을 하더니 그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국민 무시이자, 오만의 극치다. 민주당 내 친노 심판론을 희석시키려는 이 전 총리와 호남의 맹주로 기득권을 연장해가려는 박 최고위원 두 사람 사이의 담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치는 국민과의 소통이 생명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바라보고 민심을 제대로 읽으면 그에 걸맞은 변신이 따른다. 반대의 경우 권력게임에 몰입하면서 국민들로부터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파동은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심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노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들은 영남 대통령도, 호남 대통령도 아닌 국민의 대통령을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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