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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만 소설] 아무도 소년의 손을 잡지 않았다.
게시물ID : readers_199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멋진헉슬리
추천 : 1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5/30 02: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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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결국 엄마를 죽이고 말았다. 엄마는 눈을 부릅뜬 채 무언가를 호소하듯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두려움에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이불로 엄마의 얼굴을 가렸다. 그리곤 엄마의 방을 도망치듯 나와 오랜 시간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나는 살인자였다. 그것도 엄마를 죽이고 말았다.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죄를 지었기 때문인지 오히려 실감이 잘 나질 않았다.


언젠가 아버지가 회사에서 가져온 낡은 부엉이 시계가 공포에 질린 듯 소름 끼치는 비명으로 12시를 알려 왔다. 엄마를 죽인 후 두 시간이 흐른 것이다. 배가 고파왔다. 엄마는 어제부터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나는 냉장고에서 쉰 김치를 꺼내 놓고 꾸역 꾸역 밥을 먹었다. 맛있었다. 다 먹고 나서 조심스레 다시금 엄마 방으로 숨어 들어갔다. 죽어있는 엄마가 덮고 있는 꽃무늬 이불이 어떤 불길한 종교적 상징같이 보였다. 엄마의 죽음을 다시금 확인하니 뒤늦게 슬픔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마치 막 시작한 방학의 첫째 날 같은 해방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엄마 옆에서 잠을 청했다. 아까 엄마가 때린 엉덩이가 욱신거렸지만 오랜만에 깊게 잠들 수 있었다.


학교는 어젯밤의 우리 집과는 달리 생기로 넘쳐 났다. 숙제를 깜빡해 망나니라는 별명을 지닌 선생님께 체벌을 받았지만 그다지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현실감 있는 사건이 지금의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친구가 말했다.


"오늘 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 데?"


말 없이 웃었다.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잘 아는 친구는 더 이상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분명 나에게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긴 것이라고 짐작하는 듯 했다. 나는 지루한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향했다. 비록 엄마의 시체가 있는 곳이지만 지금의 날 보호해줄 수 있는 곳은 집 밖에는 달리 없다.


사실, 엄마를 죽이고자 마음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어릴 적엔 엄마도 상냥하게 굴었다. 친구들을 집으로 대리고 오면 과자와 음료수를 내어주시고는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엄마가 변하기 시작하고 내 말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건 아버지가 집을 떠난 뒤 였다.


아버지가 왜 떠난 것인지는 난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내 삶에서 아버지는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 인물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말수도 적었고, 나를 따듯하게 안아준적도 없었다. 마치 어느 서양 소설에서 본, 말수가 적은 늙은 집사 같은 존재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랬던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난 후 엄마는 날 때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주로 공부에 관한 것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공부보다는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고 그러는 사이 다른 아이들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내 자신을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엄마는 결코 나를 포기 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아버지가 두고 간 골프채로 날 수백 대 때렸다.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맞은 날에는 육체적인 아픔보다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엄마는 언젠가 나를 죽이고 말겠어.' 그러한 생각이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성적표를 위조하기로 마음먹었다. 성적표의 숫자를 칼로 슬슬 긁고 유성 매직으로 조심스레 덧칠하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엄마는 생각보다 쉽게 속아 넘어갔고 나는 당분간은 맞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일주일 전, 2가 되자마자 학교에서 엄마를 불러냈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이 나왔다. 만일 내 진짜 성적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엄마는 나를 죽이고 말 것이다. 엄마와 살아온 경험과, 생존하고자 하는 본능이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집은 어두웠다. 아직 시체 썩는 냄새가 나진 않았다. 나는 엄마 방을 제외한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고, 상하거나 이미 썩은 음식들을 내다 버렸다. 그리고 아버지가 붙인 돈을 인출해서 냉장고를 인스턴트 음식들로 가득 채워 넣었다. 물론 저녁 끼니도 인스턴트용 밥과 카레로 때웠다. 일련의 일을 다 마치고도 시간이 꽤 남아 학교 숙제를 하고 간단한 예습을 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전화가 오다니 드문 일이었다. 나에겐 휴대폰이 있기 때문에 날 찾는 전화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엄마 전화일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한 후로 사람들과 좀처럼 관계를 맺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로 이 시간에 우리 집에 전화할 만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혹시 엄마가 죽은 것을 누군가 알아챈 건 아닐까?


나는 화난 듯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저편에서는 뜻밖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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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쓰려던 소설 입니다. 혹여 관계자 분들에게 누가 될까 완성하진 못했네요. 오랜전에 퇴고도 없이 쓴 소설이라 문장이 치졸합니다. 그저 기록 삼아 오유에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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