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남편의 요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채소가 먹고싶어."
당연히 저는, "그럼, 고기는 무슨 고기 구울까?"라고 물었습니다.
채소를 먹는데, 고기를 안먹을리가 없잖아요?
남편이 "아니 뭐... 고기는 없어도 되고... 있어도 되고... 절약해야한다며?"라고 말했을 때, 제 마음속의 무언가가 깨어났습니다.
우리가, 어!! 돈이 없지, 어!! 식욕이 없냐!!
그래서 사왔습니다.
거침없는 식욕은 있지만, 돈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므로 저렴한 고기들만 골라 사왔습니다.
그리고, 둘이 먹을 식탁이라하기엔 과하다는 것이 명백한 고기상을 차렸습니다.
삼겹살과 소고기는 프라이팬에 구웠습니다.
닭모래집은 식용유에 한 번 애벌 튀김 했다가, 참기름 둘러서 스킬렛철판에 마늘과 청양고추 넣고 볶았습니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아서 저는 맛있었는데 미제의 앞잡이인 우리 백인 남편은 싫다는군요.
닭고기는 채소 굽는 김에 오븐에 넣고 구웠습니다.
남편이 요청했던 채소들. 사실, 겨울이라 채소값이 고기값이나 비슷하게 들었다능.
고기엔 역시 파무침.
삼겹살은 파무침하고 섞어서 먹고~
버터 살짝 둘러 구운 소고기는 김치랑 쌈장이랑 같이 쌈싸서 먹고~~
오븐에 구운 닭고기는 양념치킨 소스 말라서 먹고~~
몰론 이렇게 먹어도 다먹지는 못해요. 다 먹을 생각도 없었구요. ㅎㅎ
닭모래집은 제가 와인 안주로 다 먹었고, 삼겹살은 남은 파무침과 섞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닭고기는 양파와 함께 물넣고 푹 끓여서 닭육수를 냈어요.
닭육수에 구운 야채와 소고기, 토마토 캔, 말린 바질을 넣고 슬로우쿠커에서 밤새 끓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빵 한 조각을 곁들인 토마토 스프입니다.
이걸로 주말 내내 집에 있을 남편 식량이 준비되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빅픽처... 후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