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8살밖에 되지 않은 아직도 갓난아기같은 너의 차가운 몸을 안고, 감기지 않는 눈을 데워 애써 감겨주려 했던 밤이 생생하구나
가족과 함께 갔을 때 나는 너에게 끔찍히 반해 버려 너를 만나버렸고, 가족들이 수도 없이 지어줬던 많은 이름이 있었지만 내가 지어준 이름이 너를 부르는 소리가 되어버렸지
언제나 강아지처럼 내게 배를 뒤집으며 따뜻한 손길을 구하던 너의 어리광이 , 너를 쓰다듬지 않을 땐 언제나 나의 왼손에 너의 머리를 치대던 나의 아이야
부러 높은 톤으로 너를 부를 때면, 아무리 피곤해도 나의 부름에 답해주던 너의 눈빛이, 너의 웅얼임이, 그 사랑이 마치 지금도 네 곁에서 너를 부르면 당장이라도 올 것 같구나
이러다 언젠간 헤어짐이 오겠지라고 생각하여도, 그것이 이토록 황망하게 급작스럽게 , 마치 네가 떠난 어제의 급작스러운 추위처럼, 이리 나에게 봉착할 줄은, 육박할 줄은 정말 나는 알지 못했다
사랑하는 아이야,
너는 우리에게 이렇게 큰 아픔을 주려고 그동안 그토록 순하디 순하였느냐. 너는 우리에게 이렇게 사무치게 하려고 그동안 그토록 사랑만을 주었느냐.
추상에는 물리가 없다지만, 어찌 너의 그 자그마한 몸 안에 큰 사랑이 있었느냐
나는 오늘도 삶의 숙제를 위해 어제 뜨거운 화장 후에 그토록 차가운 봉안실에 너를 두고 삶의 전장터에서 웃어야 했고, 즐거워야 했다
삶이라는 것이 물리적인 것이 사라지는 순간 그 모든 감정이, 교감이, 사랑이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럼에도 오늘만은 사후를 믿고 싶구나
언젠가 어떤 인연으로 네가 나에게 오기를
언젠가 삶의 마지막 징검을 걷고 난 후 네가 나를 마중해주길
p.s
어제 사랑하는 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고양이별에서 영원히 행복할 수 있게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