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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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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맥콜콜라맛
추천 : 0
조회수 : 3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30 22:17:11

오래전 기억

 

원래 있던 곳은 다소 낯설고 고된 곳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렀던, 각종 관상용 나무와 풀, 꽃들로 장식된 길과 탁 트인 잔디밭, 내려다보이는 풍경 등이 보이던 그 곳은, 허름했던 당시 있던 곳에 비해 너무도 아름다웠고, 나는 단번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에덴동산에 온 듯한 기분으로 나는 그 곳 사람들과 인사를 했고, 그 중에 예뻐 보이던 갈색 머리의 여자에게 빠져버린 것은 그 당시 감정 상태를 생각해보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날 보며 웃던 미소와 악수를 나눌 때의 가늘고 길었던, 그래서 그 감촉이 생생했던 기억을 간직한 채 일주일을 더 기다렸고, 마침내 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 때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기쁘고 흥분돼서 그런 것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꿈이 아니었다는 듯이 그리워했던 손이 예뻤던 그녀도 있었고, 그녀를 포함한 모두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 때를 회상하는 지금도 여전히 나는 그 곳에서 보낸 한 달을 내 생에 가장 인상 깊었던 시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좋았던 일, 나빴던 일 등 다채로운 희로애락이 농축된 추억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하고 같이 있던 남자가 나에게 사우나 좋아하냐고 물어왔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고 20분 뒤 우리는 간소한 복장으로 절간의 공중변소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아담한 사우나실 안에 앉아있었다. 향 좋은 냄새가 나는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 같은 건물이었는데, 그 곳에서 나무를 태우면 설치된 통 속으로 연기는 나가고 열기만 그 안에 남는 방식이었다. 건조하면 그 위에 기화되도록 물을 뿌릴 수도 있었다. 옆에 앉은 독일에서 왔다는 그는 나보다 영어가 어눌했다. 그래서 우리는 드문드문 간단한 대화를 나눴고, 나는 기분 좋은 흥얼거림 같은 기분으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놀랍게도, 창 밖에는 나체의 여인들이 줄지어 튼실한 엉덩이와 젖통을 흔들면서 사우나 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꿈속의 한 장면처럼 사우나실의 문이 열렸고 그렇잖아도 넓지 않은 내부에 남자 둘과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여자 넷이 들어찼다. 그 비좁음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내 머릿속은 터질 것 같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 그녀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다소 계획된 일이었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나의 표정과 반응에 그들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얼레리 꼴레리는 내가 해야 하는 상황인데, 왜 내가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고개를 들어 면면들의 얼굴을 보면 당연히 눈코입이 보였고, 그 밑엔 놀랄 것 없다는 듯이 매달려 있는 가슴 두 쪽, 그 밑으로 펼쳐지는 곡선을 따라 옹기종기 붙어있는 살집 있는 허벅지가 살며시 보였다. 이런 것들을 나는 대놓고 볼 수 없어서, 그래서 그 때의 기억은 꿈처럼 아련하다. 그렇게 그 곳에서의 한 달이 시작돼가고 있었다.

출처 오래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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