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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일이였다.
게시물ID : humorbest_2000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뒷북일까나
추천 : 62
조회수 : 2281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05/25 18:55:45
원본글 작성시간 : 2008/05/25 02:02:23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일이였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상당히 극성맞은 분에다, 매우 옛날 분이라서 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많이 차별하였다.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자신이 담임한 반임에도 이름도 제대로 몰랐으며, 반장/부반장 선거때도 반등수 10등 안에 들지 못하면 후보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었다.

이에 분노한 우리반 학부모들은 따로 회식자리를 가져서, 담임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교장선생님께 정식으로 건의하자. 그래서 바뀌지 않으면 교육청에 건의하자" 라는 의견이 나왔고, 모든 학부모님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하였다.
하지만, 그날 회식이 끝난 이후로, 그 일은 흐지부지되었다. 그들의 불만을 담을 '그릇' 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불만을 가지는지 이유는 알았지만, 그 불만을 터뜨릴 방법은 몰랐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렇다고 본다.
현 대통령은 대선때부터 말이 많았다. BBK, 위장전입, 위장취업 등등등...
그리고 그가 취임하고 채 두달이 못되어, 온 국민들이 그에게 불만을 외치며 거리로, 거리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청와대에 있다.

내가 중학교때, 학교 도서관에서 읽은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대중의 불만은 방 안에 가득 찬 가스와 같다. 점점 쌓이고 쌓이면, 조그마한 불씨에도 크게 폭발하여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 라고.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이 조그마한 땅덩어리에 국민들의 불만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쌓여있다. 이제, 누군가가 부싯돌을 부딪히기만 하면, 우리의 후배들은 우리와는 다른 근현대사를 공부하게 될 것이다.

과거 1980년에는 광주가 바로 그 부싯돌이였다. 어두컴컴하고 숨막히는 이 땅에 민주화의 단물을 가져와 우리에게 그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1987년 6월은 박종철 군이 자신의 몸을 던져서 국민들을 일어나게 했다. 87년, 광주는 더이상 외롭지 않았다.

그리고 전두환과 노태우가 물러난 후,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우리는 우리 대한민국이 어느정도 민주화된, 자유로운 세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2008년 5월 25일 새벽, 국민들의 평화 집회가 무참히 탄압되고, 몇몇 국민들이 연행되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이 글을 읽는 오유분들께 여쭙고 싶다.
작금의 상황이 만족스럽냐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만족스럽냐고.

아마 열에 일고여덟분들은 '아니다' 라고 대답하실것이다. 오유인들의, 네티즌의, 국민의 불만이 정수리까지 올라온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불만에 불을 지필 부싯돌이요, 우리의 불만을 담을 그릇이다. 부끄럽게도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이런 하찮은 글로써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하는 것 뿐이지만, 1987년에 그랬듯이 조용히 있는 국민들을 건드린 지도자들은 자유의 피가 흐르는 6월에 결코 무사하지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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