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한 때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을 찾은 한국 천주교 주교단에 다시 세월호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10일 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교황은 9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교황청 클레멘스 8세홀에서 사도좌(교황청) 정기방문 중인 한국 주교단을 만났다.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좌담회 형식의 만남에서 한국을 다녀온 지 꽤 돼서 한국어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통역이 필요하다는 농담으로 대화를 시작한 교황은 첫 질문으로 세월호 문제가 어떻게 됐는지를 물었다고 주교회의 측은 전했다. 교황은 지난해 방한 당시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네 차례에 걸쳐 세월호 유족을 만나 위로하는 등 세월호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교황은 또 방한 이후 한국에서 천주교 입교자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하느님에게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지난해 방한 당시 수도자들과의 만남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라면서 수도자들에게 영성(기도)과 수도 공동체 생활, 공부, 사도직 생활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프란치스쿄 교황을 알현한 한국 주교단.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이날 면담에는 김희중 대주교와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등 한국 주교 14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방문한 주교 25명 중 나머지 11명은 오는 12일 교황을 면담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 주교단은 9일 오전 로마 성 베드로 성당 지하에 있는 ‘성 베드로 사도 무덤 제대’에서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진행했다. 김 대주교는 “우리는 종교를 구별하지 않고 하느님의 사랑과 존중과 배려로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과 함께 할 사명을 받았다”라며 “교황님 말씀대로 우리도 모두 교회 밖으로 용감하게 나아가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