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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보이는 "왜 그래요?" 류의 질문에 대한 통합 답변
게시물ID : medical_200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알탈
추천 : 14
조회수 : 741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7/12/14 14:19:50
오유의 비 보건의료인 대부분이 문제인 케어에 대해 찬성한다면서 하는 여러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그 말들 중에 정말로 몰라서, 혹은 잘못 알고 있어서 하는 말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뭉뜽그려서 써고자 합니다.
 
1. "급여 항목이면 보건 의료 행위에 대해서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로 대신 주는 거 아닌가요? 근데 왜 이게 적자에요?"
 
A. 수가의 문제
 
그 이유는 급여 항목의 보험 수가가 원가의 약 70%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원가는 의사가 맘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평원이 정하는 겁니다. 즉,
 
심평원 : 야 너네 원가의 70%는 우리가 줄게 환자한테 10%만 받아. 대신 모자란 돈은 비급여로 낸 이득으로 커버해.
 
따라서 비급여 항목이 급여 항목이 될 수록 보건의료인의 적자는 늘어납니다.
 
B. 삭감의 문제
 
가령 예를 들어 똑같은 효능, 효과가 있는 약 "가" 와 "나" 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가" 는 하루에 세 번씩 나누어 먹어야 하지만, "나"는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대등한 효과를 보입니다. 대신 "나" 약의 보험약가는 "가" 약의 보험약가보다 비쌉니다.
 
이 상황에서 의사가 만약 환자에게 "나" 약을 처방해 주고 약사가 "나" 약을 조제했을 경우, 심평원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심평원 : 뭐야 "가" 약 세 번 먹어도 될 거 왜 "나" 약 한 번 먹는 걸로 처방해? "나" 약 보험약가 지급 안 해 줄거야 or 깎을거야.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의사, 약사에게 전가됩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비급여 항목이 비싼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저희 가족도 환자인 적이 있으니 당연히 비급여가 비싼것이 아쉽죠.
 
하지만 비급여 항목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 급여 항목이 지나치게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재원 확보 없이 비급여 항목을 급여 대상으로 전면 지정해 버린다면 여러분들은 지금 급여 항목으로 되어 있는 저렴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훨씬 높은 가격에 제공받을 수 밖에 없어요.
 
그러면 왜 심평원에서 이렇게 수가 원가 보전을 안 해주고 삭감을 하고 보험공단에서 흑자를 유지하려고 할까요? 그건 바로 국민건강보험의 재원이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이 처음 시작된 것은 박정희 정부 시절 남한의 의료 인프라 미비를 조롱한 북한의 프로파간다에 빡친 박정희가
 
"야 빨리 전 국민이 가입할 수 있는 공영 보험 하나 만들어." 해서 만들게 된 겁니다.
 
당연히 아무것도 없는 시절 갑자기 공영 보험이 생기게 되었으니 재원 확보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그 때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젊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이끌어가는 초 고도성장기 동안 대다수를 차지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보험료를 납부했거든요!
 
물론 독재자가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으니 밑에 있는 사람들도 이 돈 저 돈 긁어 모은 덕도 있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실하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던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50~70대가 되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기는 커녕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을 열심히 쓰고 있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어떡하죠? 출생율은 낮아지고 하나 둘만 낳아 잘 키웠던 젊은 청년들은 취직이 안되고 월급이 적어서 건강보험재정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때문에 건강보험공단 및 심사평가원에서는 최대한 보험료의 지출은 줄이고, 그 고통은 오롯이 보건의료인에게 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2. "실력 없는 의사들이나 불친절한 의사들이 많은 거 같아요. 제가 의사 선택해서 진료 보면 안되요?"
 
안 됩니다. 그 이유는 바로 국민건강보험의 모토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의료 민영화로 유명한 미국의 경우를 가정합시다. 가령 미국의 의사 한 명이 엄청난 명의로 유명해져서 전국의 환자들이 그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자 하고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합시다. 다른 의사들도 있지만, 다른 의사들에게 받느니 차라리 명의에게 받고 싶어한다면서요.
 
스타가 된 의사는 당연히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 할 것이고, 여기저기 강연도 다니고 티비에서도 나오면서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병원에서는 해당 의사의 의료 행위에 대한 가격을 높이겠죠. 하지만 환자들은 그 돈을 낼 수 있는 한 내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해당 의료 행위에 대한 비용은 상승하게 되겠죠.
 
하지만 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 행위의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의사 10명 중 한 명에게 환자 100명이 몰리는 것 보다, 의사 10명이 각각 환자 10명씩을 진료하는 것이 더 높은 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거기다 모두가 공평하게 환자를 받으니 특정 의사에게 과다한 인건비 지출 혹은 의료 행위로 인한 수가 지출이 적어지겠죠.
 
많은 분들이 "실력 있는 의사가 돈 더 받으면 안 되냐" 고 하시는데 네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건강보험료 재정이 버티질 못하잖아요? 어디 감히 의사의 의료 행위에 차등을 두어 몸값이 비싼 의사가 더 많은 보험료를 챙기려고 합니까. 심평원에서는 그런 것들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보료 상승을 막기 위한 정책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비 보건의료인 분들 중 우리나라의 제약회사를 몇 개나 알고 있으세요? 아무리 TV 광고에 나오는 CF들을 외우고 있다 하더라도 많으면 10개고, 20개 이상 이름을 댈 수 있는 분은 별로 없을겁니다.
 
하지만 식약처에 의약품제조업 허가를 받은 제조소는 국내에 250개가 훌쩍 넘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제약회사는 뭘 만들어서 먹고 살까요?
 
정답은 흔히 복제약이라고 말하는 제네릭 의약품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짭퉁' 내지는 '오리지날보다 효과가 안 좋을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재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날 제품에 대해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하거든요.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날과 효과가 거의 동등하다.' 고 입증해야만 그 제품에 대한 생산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당연히 먹을 수 있다면 복제약 대신 오리지날약을 먹고 싶어하십니다. 찝찝하거든요. 하지만 심평원은 환자들이 제네릭 의약품을 복용하기를 원합니다.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날 의약품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보험약가도 적으니까요.
 
실재로 시험한 결과 오리지날과 효과 차이도 거의 없는데 굳이 비싼 보험료를 외국계 제약회사에게 주어 가면서 건보료 재정을 낭비합니까? 훨씬 저렴하게 만들어주는 국내 제약회사 제네릭 의약품 쓰는게 더 낫죠.
 
"돈 더 내더라도 실력있고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어!"
"돈 더 내더라도 오리지날 의약품 쓰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적은 건강보험료를 내고도 질 좋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겁니다.
 
 
 
3. "그럼 왜 이런 문제가 있는데 의사들은 심평원 개혁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거죠?"
 
수 없이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박정희 시절 처음 건강보험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후로 한 번도 의사들은 수가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의사들이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돈을 지급해주는 심평원이 눈 하나 깜짝하겠습니까? '을' 들이 소리높이면 '갑' 들이 들어주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죠.
 
마치 자영업자 점주들이 알바들에게 최저 시급을 주지 않는 것 처럼, 심평원도 수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료를 의사들에게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바들이 점주들에게 최저시급을 요구하나 묵살당한 것 처럼, 의사들 (및 간호사, 약사들을 포함한 보건의료인 전체)들의 요구 또한 심평원에게 묵살당했죠.
 
그런 와중에 문제인 케어를 시행한다고 하니 의사들이 집단 행동을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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