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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박쥐 - 13
게시물ID : panic_198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8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25 12:36:13
46. 동훈은 아름다운 여인의 품에 안겨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다. 자신의 죄를 추궁하는 소년 따윈 더 이상 없다. 오로지 따뜻하게 감싸 안는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만이 느껴진다. '내 잘못이 아니야…… 내 탓이 아니라구……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 단지 난 내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야……' 동훈은 자신의 과거를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다. 여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알 수 없는 자극적인 냄새가 동훈의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어디선가 맡아본 향기다. 친숙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약간의 거부감이 스며든다.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 갑자기 생겨난 호기심에 동훈의 뇌가 빨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의 경험했던 장면을 되새김질하며 지금 느끼고 있는 향기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 한다. '피.' 아름다운 그 여인에게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피의 향기가 희미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동훈은 갑자기 느껴지는 위화감에 그녀의 품에서 두 세걸음 물러섰다. 그 자리에서 지켜본 그녀는 반인반수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헉!" 동훈의 놀라움의 한숨을 터뜨리자 여인이 입을 열었다. 『어째서 놀라지? 나의 몸의 매력에 빠져 품에 안겨 왔으면서…… 흉한가?』 사실 그랬다. 적어도 동훈의 눈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상체는 아름다운 인간의 여인이었지만 하체는 비늘이 번뜩거리는 뱀의 꼬리가 붙어있는 모양이었다. 조금씩 꿈틀거리는 커다란 뱀의 꼬리는 둥글게 꽈리를 트고 있다. 동훈의 눈이 저절로 다른 곳을 향했다.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뱀의 꼬리를 보고 있는 것이 그에게는 편치 않은 일이다. 『그래…… 그렇군……』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낌새다. 여인이 고개를 살짝 숙인다. 그리고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얼마를 그렇게 울음소리가 그녀 쪽에서 새어나오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동훈은 그녀에게서 나는 소리말고 또 다른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형사님…… 이형사님……" 몇 번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주 먼 곳에서 부르는 듯한 느낌이다. 동훈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지만 주위는 온통 하얀벽으로 둘러 쌓여있다. "이형사님……!" 다시 한번 들려온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크다. 귀에 익숙한 목소리. 동석이다! 애송이 기자! 47. '꿈이었다.' 동훈의 머리가 어지럽다 못해 아프다. 굉장히 심한 빈혈이다. 눈앞에 있는 것도 확인 못할 정도다. 한참을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나자 그때서야 눈앞이 희미하게 보인다. 제일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쓰러져 있는 동석이다.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몸이 축 늘어져 있다. 동훈은 아직 사태파악이 안되었다. 꿈속에서 너무 심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 탓이다. 그리고 유난히 심한 빈혈도 한몫했다. 평생 빈혈이라고는 느껴 본 적이 없는 그였다. '젠장…… 몸을 움직일 수가 없군.' 몸 어느 한곳이라도 말을 듣는 부위가 없다. 관절이라는 관절은 모두 쑤시고 아프다. 『신선한 아이의 피…… 실로 몇 백년 만인지 모르겠군……』 갑자기 꿈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동훈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재빨리 소리의 근원을 찾아 눈을 굴렸다. '최일환!' 동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일환이 단검으로 아까 자신이 구해냈던 아이의 목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이미 손가락 마디 하나정도의 상처가 생겼다. 구하고 싶은 마음은 들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온몸의 힘이 빠져 주먹조차 쥐기가 힘들다. 하지만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훈은 손을 지렛대 삼아 일어나 보려했다. 그때…… '권총!' 동훈의 손 바로 옆에 그의 권총이 떨어져있다. 잠들기 전에 떨어뜨린 것이 분명하다. 동훈은 일환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권총을 집어 들었다. 권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끼어 넣는 것도 힘겹다. 겨우 방아쇠에 손을 끼워 넣고 양손으로 권총을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환의 머리에 조준점을 맞추었다. "으아아앙!"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단검으로 생긴 상처에서 고통이 느껴지고 있다. 아프다고 말을 하고 싶지만 아직 말을 할 줄 모른다. 단지 울뿐이다. 일환은 입가에 잔뜩 미소를 머금고 있다. 하지만 곧 이를 다물고 인상을 쓴다. 단검을 들고 있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목을 한번에 끝까지 잘라낼 생각이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전혀 상관치 않는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으아앙!" 동훈은 조준점을 간신히 일환의 머리에 맞춘다. 허벅지나 종아리를 맞춰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일환은 허벅지에 두발의 총알을 맞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서있다. '머리를 맞추어 주마.' 권총의 조준점이 정확히 일환의 귀에 맞추어졌다. 동훈의 사격에 대한 오감이 발동된다. 완벽한 타이밍. 바로 그 순간에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48. 인간의 몸은 신비로운 것이다. 어떤 한가지 일에 익숙해지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용케도 몸이 그것을 기억해낸다. 작은 예로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배우는 자전거를 들어보자면, 많은 사람들이 어려서 자전거를 배우고 10여년이 넘은 시간이 흘러서도 자전거를 타는 법을 잊지 않는다. 약간의 어색함 뒤에는 10년 전처럼 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전거뿐만이 아니다. 줄넘기, 운전, 타이핑 등 인간은 뇌로 기억하지 않고 몸으로 기억하는 일이 많다. 몸을 이용하여 기억하는 이 방법은 뇌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수명이 길고, 정확하다. 49. 탕! 동훈의 오감이 최대한으로 발휘된 총알이 발사되었다. 1초를 몇 십개로 나눈 시간을 거쳐 일환의 머리를 꿰뚫는다. 『꺄아악!』 남자의 목소리가 아닌 여자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동훈에게 그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일환이 떨어뜨린 아이를 겨우 받아냈다. "이형사님!" 동석이다. 총소리에 기절에서 벗어났다. "괜찮은가?" "예! 괜찮습니다. 벽에 머리를 좀……" 동석은 머리가 아픈지 약간 인상을 찌푸린다. "그건 그렇고 이형사님은 괜찮으세요? 이형사님도 분명 꿈에서 유혹을 받았을 겁니다." 동훈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동석을 쳐다보았다. "자세한 얘기는 우선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고 해드리겠습니다." 동석이 일어섰다. 동훈은 아직 일어서는 것이 버겁다. 동훈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은 채로 아기를 끌어안았다. 둘다 일환을 주시했다. 『꺄아악!』 일환은 다시 한번 비명을 크게 지른다. 머리에 생긴 권총 구멍 사이로 피가 울컥울컥 새어 나온다. 저런 상처를 입고도 아직 그 자리에 서있다. 물론 굉장한 상처를 입은 듯 하다. 적어도 아까 허벅지에 맞은 총알보다는 그 여파가 몇 배는 차이가 났다. 동석과 동훈은 계속해서 일환의 상태를 관찰했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바램이다. 『우에엑!』 일환이 갑자기 등을 활처럼 굽히고 얼굴을 천장으로 향하게 들고 구토하는 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헛구역질을 하는 듯 했으나 두 세번 크게 그의 몸이 요동치고 나자 입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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