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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박쥐 - 14
게시물ID : panic_198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3
조회수 : 8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25 12:38:18
50. 천장을 향해서 솟구치는 피는 천장을 적시며 마치 비처럼 사방으로 떨어졌다. 끔직한 광경이다. 『우에엑!』 처음에는 약간 맑고 붉은 피가 흘러나오다가 나중에는 점점 진해져 그 색이 어둡고 칙칙한 붉은색이 되었다. 그리고 피의 농도도 점점 진해져 마치 토마토 주스를 떠오르게 했다. 동석과 동훈은 떨어지는 피를 피해 지하실의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일환의 토해내는 피의 양은 단순히 피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피가 점점 바닥에 고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동석이 무심코 내뱉었다. "여차하면 지하실에서 빠져나가면 돼. 우선 최일환부터 잡아야해." 동훈은 아직 몸을 잘 가누지 못하면서도 일환의 체포를 신경 썼다. 피는 이미 발목 가까이 차 올랐다. 하지만 피는 그칠 줄 모르고 일환의 입에서 토해져 나왔다. 오히려 그 양이 더 많아진다. 동훈과 동석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일환의 몸에서 토해져 나오는 피가 언제 그칠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상대는 총을 머리에 맞고 서있을 수 있는 괴물이다. 섣불리 다가섰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나의 피…… 나의 피를 돌려줘! 아악! 어서 돌려줘!』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석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계속해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진원지가 정확치가 않은 까닭에 답답한 마음이 든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여자의 비명소리가 계속되자 동석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물론 대답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 나는 라미아…… 벨로스왕의 딸……』 대답이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 주인공은 라미아였다. "당신이 여기엔 무슨 일이십니까?" 동석은 차분히 하지만 큰 목소리로 똑똑하게 물었다. 이미 그는 라미아의 존재를 희미하게나마 의심하고 있었다. 『일……환…… 그가 나를 불렀다.』 라미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에엑!』 일환의 입에서 나오는 피의 양이 몇 배로 는다. 이제 천장에서 튀기는 피가 동석과 동훈의 온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들의 온몸은 피로 뒤범벅이 되었다. 『나의 피를 돌려줘…… 수 천년간 쌓아온 나의 힘…… 나의 힘을 돌려줘……』 이제 일환의 입에서 나오던 피는 아예 검은색에 가깝다. 고인 피들이 이것저것들이 합쳐져 괴이한 붉은 형태를 띠었다. "아무래도 이 피는 라미아가 그동안 흡수했던 수많은 인간들의 피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동석의 이 말에 군소리 없이 동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면 그정도 믿는 것은 아무 상관없을 법하다. 동훈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었는지 권총의 남은 총알을 확인하고 제대로 총을 빼어 들었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아기는 동석이 감싸 안고 있다. 떨어지는 피에 맞아 셋의 옷과 피부 모두 붉은 색을 띠었다. "허리를 넘어섰어. 이대로라면 지하실을 꽉 채울지도 몰라.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야겠어." 동훈은 다른 두 사람의 앞에 서서 천천히 피로 가득 차가는 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물과 달리 피는 젤리 같은 성질 때문에 이동하는데 상당한 힘이 들었다. 물론 그 속도도 빠르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피가 차 오르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문에 거의 도착했을 쯤 피는 이미 가슴께로 올라왔다. "이형사님 어서 문을 여세요." 동석은 역한 피 냄새를 견디기가 힘들었다. "잠깐만……" 동훈은 불투명한 피 속에서 어렵사리 손잡이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손에 잡히자마자 비틀어 당겼다. 하지만 문은 꼼짝도 하질 않는다. "헉! 큰일이야!" 갑자기 동훈의 외마디 비명에 동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문이 열리질 않아. 이쪽에서 피 때문에 생긴 압력 때문에 문을 당길 수가 없어!" 동석은 할말을 잃었다. 동훈 역시 겨우 회복된 몸의 힘이 모두 빠져나간 듯 힘없는 멍 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은 피를 계속해서 토해내는 일환뿐이었다. 지하실 전체가 점점 어두워졌다. 벽이나 바닥에 켜놓았던 수 백개의 촛불의 대부분이 그 빛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렇게 끝나는 건가요?" 동석은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동훈에게 말을 건냈다. 턱 근처까지 올라온 피 때문에 아기를 든 손은 머리위로 올려야 했다. 동훈은 아무 대답을 않는다. 피에서 올라오는 비린내가 싫은 듯 잔뜩 얼굴만 찡그리고 있다. 51. 마지막 촛불까지도 피에 잠겨 지하실 안은 완벽한 어둠으로 가득 찼다. 이제는 피가 어느 정도 차 오르는지 몸으로 느껴야 했다. 동석은 눈을 감았다. 이제 곧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의 준비를 한다. 사인은 익사가 될 것이다. 피에 익사하다니. 신문에 나면 굉장히 음산한 내용으로 꽤나 잘 팔리게 될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기사 생각을 하다니……' 동석은 피식 웃었다. 코로 따뜻한 피가 느껴진다. 피 냄새를 너무 많이 맡은 까닭에 이제 코 안의 세포가 피 냄새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편리한 기능이다. 아기를 계속해서 머리위로 들고 있었던 까닭의 동석의 팔에 감각이 없다. 코가 피에 잠겼다.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다. 52. 어두워진 다음부터 동훈은 혼자였다. 바로 곁에 동석이 있었지만 더 이상 그 둘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피가 입과 코를 막았다. 끈적거리는 피 속에서는 수영도 불가능했다. 마치 늪에 빠진 느낌이다. 동훈은 다시 한번 힘을 주어 손잡이를 돌려 당겼지만 문은 꼼짝할 기미도 보이질 않았다. 손잡이를 아예 놓아 버렸다. 그리고 어두운 지하실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밝을 때의 지하실 모습과 겹쳐지며 자신이 쳐다보고 있는 곳이 떠올랐다. '인간이 산소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었지……' 동훈은 자신의 남아있는 시간을 계산해 보려고 머리를 굴렸다. 53. 동석과 동훈은 채 3분이 되지 않아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아기 역시 동석이 정신을 잃자마자 떨어뜨려 피 속으로 가라앉았다. 더 이상 아기를 돌봐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피는 계속해서 차 올라 거의 천장에 닿을 정도가 된 뒤에야 그 수위를 멈추었다. 54. 누구나 가슴아픈 과거 한 두가지쯤은 가지고 있다. 55. "당신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어요. 나에게 더 이상 강요하지 말아요." 한 그리스 여인이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애원하듯 소리를 질렀다. 남자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사죄했다. "미안해. 이제 다시는 바람피지 않을게." 남자의 간절한 사과에도 여자는 매몰차게 방문을 열고 나선다. 밖은 이미 캄캄한 한밤중이다. 여자는 울음을 참으려고 애쓰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조금씩 밀려오는 슬픔이 턱 밑까지 올라온다. 여자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려는 듯 걸음걸이를 빠르게 하여 집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녀가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한적한 숲의 귀퉁이다. 아무 곳에다 주저앉아 버린 그녀는 인기척이 없는 것을 잠시 확인하고 곧이어 계속해서 꾹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남편이 그녀 몰래 다른 여자와 바람 피는 모습을 그녀가 목격해 버렸었다. 남편의 옆에 있는 여자는 그녀보다 아름답고 젊었다. 『왜 울고 있나요?』 그녀가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 아무런 인기척도 느낄 수가 없었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물을 그치고 나에게 이야기 해봐요.』 달콤한 여자의 목소리.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꺼내든 다 들어 줄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남편의 바람, 자신이 느낀 소외감, 분노,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이나 계속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집에서 뛰쳐나와 울고 있었답니다." 『저런…… 그 남자 나쁜 사람이군요. 제가 혼쭐내 드릴게요. 집이 어디세요?』 친절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미로운 목소리. "저쪽 산등성이 아래쪽 첫 번째 집이에요." 여자가 얼떨결에 집을 알려준다. 집을 알려주는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잠깐의 돌풍이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편은 저녁도 먹지 못했다. 계속해서 사과하는 것을 생각해보니 조금 측은하다. 여자는 집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산등성이 하나를 넘으면 바로 집이기에 그렇게 급할 것은 없다. 푸드득! 어디선가 새의 날개짓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늘을 살폈다. 달이 구름에 가려진 탓에 잘 보이지가 않는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하늘을 바라보던 그녀는 굉장한 것을 발견한다. 사람보다 약간 작은 박쥐가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여자의 집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56. 나무로 된 나막신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일본 사람들이 즐비하다. 장이 서는 날이다. 이날은 밤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도 아이들이 밤늦게 까지 노는 것을 허락한다. 하지만 이번 장에는 최근 마을 어귀에서 벌어지는 실종 사건 때문에 마을 어귀에는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신신당부했다. 아이들 여럿이서 장이 선 길목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한다. 시끄러운 장 분위기를 한껏 돋워 준다. "이제 내가 술래 할게." 아이 한 명이 술래가 되어 나머지 아이들을 쫓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뿔뿔히 흩어져 마을 안으로 사라져갔다. 술래의 역할을 맡은 아이는 천천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찾는다. 부스럭. 건너편 집 벽 뒤에서 소리가 난다. 아이는 한 명을 찾았다는 생각으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 벽 뒤가 보이는 곳으로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약간의 소리가 났던 것일까? 벽 뒤에 숨어 있던 아이는 순식간에 달려나간다. 눈치 챈게 분명하다. 술래는 단순히 눈으로 찾기만 해서는 안된다. 쫓아가서 도망가는 아이의 신체를 손으로 건드려야 비로소 찾은 것으로 인정된다. 술래가 앞에서 달리는 아이의 뒤를 쫓는다. 쫓아가는 술래의 입장은 앞에서 달리는 아이의 입장보다 덜 스릴 있다. 도망가는 입장에 서면 뒤에서 쫓아오는 술래에 대한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법이다. 앞서가는 아이가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진다. 마을 어귀에 놓아두었던 통행 금지 팻말이다. 어느덧 두 아이는 마을 어귀에 와있었다. 술래는 천천히 쓰러진 아이에게 다가간다. 술래로서가 아니다. 넘어진 아이를 뒤에서 건드린다는 건 남자답지 못한 일이다. "자. 일어나." 술래가 손을 내민다. 넘어진 아이가 약간 몸을 움직인다. 앞으로 넘어져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고마워.』 분명 남자아인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난다. 그때.- 푸드득! 술래는 등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박쥐 한 마리가 술래를 향해 덮쳐가고 있었다. 57. 동석은 자신의 의식 속에서 떠오르는 영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꿈이라기엔 너무나도 크게 동떨어져 있다. 자신의 의식에서 자신은 오로지 지켜보는 역할이라니…… 아까부터 그는 이상한 영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일환이 토한 피 속에서 질식으로 정신을 잃은 것은 분명한데, 갑자기 떠오르는 영상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던 <주마등>일리도 없다. 죽기 전에 떠오르는 영상은 항상 자신의 과거다. 행복했던 추억, 괴로웠던 추억들이 번갈아 가면서 몇 십년간의 시간을 간추려 떠오르는 것이다. '박쥐……' 동석은 한가지 영상들의 공통점을 기억한다. 박쥐. 성일 병원의 정신과 닥터가 악몽을 꾸는 사람들의 꿈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도 박쥐라고 했었다. '박쥐…… 라미아……그래! 어쩌면!' 동석은 라미아가 뱀파이어의 시조로 불린다는 것을 생각해내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뱀파이어> 로 검색해 찾아낸 한 문장을 생각해내었다. <뱀파이어는 박쥐, 늑대, 안개로 변신하여 희생양을 사냥한다.> '그래…… 박쥐는 바로 라미아였어. 그렇다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영상들은 다른 사람들의 꿈?' 그랬다. 동석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단편적인 영상들은 바로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 벌써 수십 가지의 영상이 그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신기하게도 질식당한 동석은 계속해서 정신을 말짱했다. '분명히 나는 정신을 잃었을 텐데……' 동석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하나의 영상이 그의 뇌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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