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펌][장편,브금]박쥐 - 15
게시물ID : panic_19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3
조회수 : 9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25 12:39:38
동석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이 한사람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왠지 모를 친숙함이 그의 가슴에 와 닿았다. 58. 한 아이가 방안에 갇혀있다. 거의 일주일째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물만 먹었다. 급기야 더 이상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굶주림에 익숙해졌다. 아이의 아버지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 약간의 재산을 남겼지만 그보다 더 많은 빚을 유산으로 남겨주었다. 덕분에 아이의 어머니와 아이는 갖은 고생을 하며 질긴 목숨을 부지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 몰래 남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아이에게 점점 아버지의 무능력에 대한 복수를 감행했다. 주로 그것은 폭력과 감금으로 표출되어졌다. 아이가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다락방에 가두어 놓았다. 아이는 다락방에 자주 갇히는 일이 일어나자 점점 다락방에 익숙해지고 오히려 바깥보다 다락방에서의 생활이 더 편했다. 그러던 중 큰일은 일주일 전에 터졌다. 어머니가 데려온 남자에게 아이가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개새끼야! 우리 엄마 아프게 하지마!" 아이는 남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계속해서 아프게 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지 어머니의 교성 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59. 아이가 자라났다.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것이 싫다. 아버지가 없다는 설움 때문에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에 시달렸다. 더군다나 어머니가 외간 남자를 집에 자꾸 끌어들인다는 소문은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어 주었다. 아이는 오늘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뒤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어머니는 일을 하러 나갔을 터였다. 아이는 집에서 낮잠이나 잘 생각이다. 집에 도착해서 이제 막 방문을 열려는 때였다. "아......아." 집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는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금새 알아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사실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다. "남편도 이렇게 해줬나? 응?" 아이는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방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서 말해봐. 남편도 이렇게 해줬어?" 남자가 아이의 어머니를 다그치고 있다. "아니. 당신이 최고야. 그 자식은 아무것도 몰라." 아이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재꼈다. 방안에서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아이의 어머니가 알몸으로 뒤엉켜 있다. "이 쓰레기 같은 것들!" 아이의 손에는 큰 쇠파이프 하나가 들려있었다. 60. 동석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의 주인공에게 알 수 없는 애뜻함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영상속의 아이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아이의 분노가 단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자신에게 전해져 온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동석은 자신이 처한 입장을 어느새 잊어 버리고 아이의 인생을 집중해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61. 아이는 어느덧 20대가 넘어섰다. 소년원을 나와 한 택배회사에 취직해 꽤 많은 돈을 저축했다. 어머니와는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어머니를 대신할 한 여인을 찾았다. 그다지 아름답지도, 특별한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이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여인이었다. 아이는 택배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었고 여인은 집안 살림을 도맡아했다. 이 시간들이 아이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늘 꿈꾸어 오던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사랑하는 여인이 곁에 있어 주었다. 하지만 세상은 아이가 그렇게 쉽게 행복을 쟁취하게 가만두지 않았다. 여인과 함께 지낸지 1년 정도가 흐르자 여인은 아이가 직장으로 나간 틈새를 이용해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했다. 바빠서 늦게 들어오는 아이의 애정을 의심한 여인의 행동이었다. 아이는 그 사실을 눈치 채고 여인과 영원히 헤어졌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겨져 버린 것이다. 63. 아이는 깊은 강을 건너는 다리로 갔다. 그리고 뛰어내릴 채비를 했다. 사랑하는 여인이 없으면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와 가치가 없다. 조심스럽게 다리의 난간으로 올라선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옷 사이로 싸늘히 스며들었다. 뛰어내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삶에 대한 미련은 그녀에 대한 미련이 전부다. 아이는 눈을 감고 그녀와 행복했던 시간을 회상한다. 더 이상 그녀와의 추억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죽음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아이는 이제 모든 미련을 버린다. 조용히 난간 앞의 공간으로 발을 내 딛는다. 점차 중력에 의해 균형을 잃어가는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이제 막 감았던 눈을 뜨려는 찰나에 차가운 강물이 아이를 삼켜버렸다. 한번 크게 물이 요동친 후, 강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도시의 불빛만 유유히 반사했다. 아이는 물의 저항에 뛰어 내려가던 속도의 몇 십분의 일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옷과 몸에 붙어 있던 기포들로 인해 강물 안에 하얀 거품이 일어났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뛰어 내리기 바로 전 아이는 크게 한숨을 내쉬어 더 이상 폐에 들어있는 여분의 공기가 없다. 굉장한 고통이 엄습해 왔다. 폐는 자꾸 부풀어 올라 밖의 공기를 받아들이려고 했고, 아이는 그것을 억지로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았다. 물이 폐 속으로 들어가는 고통은 이미 예전에 소년원에서 경험했었다. 다시 경험해보고 싶지 않은 나쁜 기억이다. 마치 폐를 갈퀴로 긁어내는 듯한 쓰라림. 그리고 기관지로 들어간 이물질을 토해내기 위한 격렬한 기침. 될 수 있으면 물이 폐에 들어가지 않은 채로 죽고 싶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숨을 참을 수 있는 한계가 얼마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곧 그 한계가 자신에게 닥쳐오는 것을 목에서 느꼈다. 목이 수축한다. 폐가 억지로 부풀어 오르는 바람에 목의 기관지가 수축한다. 기관지에 남아있는 산소까지 모두 폐로 스며들어간다. 이제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 아무리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고 있다고 해도 조금씩 스며드는 물이 생긴다. 물은 입을 거쳐 기관지로 흘러들어간다. 씁쓸한 오염된 강물 맛이 난다. 뇌에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덕분에 아이는 두통과 함께 시신경과 균형감각의 이상을 경험한다. 눈앞이 뿌옇게 되어갔다. 점점 폐로 흘러가는 물의 양이 많아진다. 작게 기침을 한번 했다. 하지만 물속이라 소리가 흘러나가지는 않는다. 목에 걸려 있는 물을 걸러내기 위한 기침이었지만 입이 벌어져버렸다. 되돌릴 수 없다. 아이는 계속해서 기침을 한다. 하지만 기침을 한번 할 때마다 들여 마시는 물의 양이 너무 많다. 벌써 폐에 물이 거의 찬 것 같다. 쓰라리다. 폐는 단지 산소를 원할 뿐이다. 아이는 극심한 고통이 밀려옴에 따라 물에 뛰어내린 것을 후회한다. 차라리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찡-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며 아이의 마지막 의식이 그와 손을 놓았다. 64. 『살고 싶은가요?』 아이의 귀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65. 동석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이미 알고 있다. 라미아다. 라미아가 아이에게 접근해가고 있다. 66. 아이는 방금까지 느꼈던 익사의 고통에서 순식간에 헤어난 사실을 깨닫고 어리둥절해 있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섰음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여긴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이 반복되어진다. 눈을 뜨고 주변을 살핀다. 검푸른 물속이다. 아직 죽지 않았단 말인가. 아니다. 물속인데도 불구하고 숨을 쉴 수가 있다. 그리고 아무런 육체적 고통도 없다.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복잡하다. 『살고 싶은가요?』 처음 들어보는 낯선 목소리가 정신의 틈을 뚫고 들어온다. 고막을 울려 전해지는 파장의 소리가 아닌 생각에서 생각으로 전해지는 텔레파시와 같다. 아이는 잠깐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살폈지만 주변은 물만 가득 차 있다. 위쪽을 쳐다보았지만 위쪽도 역시 간간히 약한 빛이 눈에 뜨일 뿐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여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 『살고 싶으면 고개만 끄덕여요. 제가 당신을 구해 드리겠어요.』 구해준다구? 아이는 몇 초간 그 질문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곧 그 질문에 대해 긍정의 대답을 해야 할지 부정의 대답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그런 여자에게 미련을 가지지 말아요. 이 세상에는 그녀보다 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여자가 많은걸요.』 갑자기 아이의 눈앞에 수많은 여자들이 나타난다. 생김새가 가지각색이다. 옷을 입고 있는 여자, 옷을 입지 않은 여자가 있다. 또한 검은 피부가 있고, 하얀 피부도 있으며, 화려한 장신구를 잔뜩 찬 여자나, 가볍게 원피스 하나만을 걸친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환하게 웃고 있고, 쳐다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미인들이라는 점은 공통분모였다. 처음 보는 여자들의 향연에 아이는 정신이 황홀해짐을 느꼈다. 정말 이 세상의 여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기분에 사르르 녹아들었다. 『알겠어요? 한 여자 때문에 목숨까지 버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에요.』 그 말에 약간 마음이 흔들린다. 구지 이렇게 목숨을 버려가면서 그녀를 잊어야 하는 것일까? 아이는 약간의 회의가 든다. 그리고 그 약간의 회의가 호수에 던져진 돌에 의해 생긴 물결처럼 그의 정신을 흐트려 놓기 시작했다. 『어서 대답해줘요. 너무 늦으면 구해드릴 수가 없어요.』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녀 말고도 여잔 얼마든지 있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