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아침에 누워있는데 들리는 도어락 소리.
웃으며 들어오는 여자친구를 손인사로 반기는 나.
여자친구랑 이야기하다가 달력을 잠깐 보던 나를 보고 심통해 하는 여자친구의 말.
"요즘 힘든 거 알아." .......... 이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요즘 겁나. 오빠가 요즘 힘드니까 자주 만나지 말자. 또는 헤어지자." "이 말 할까봐 너무 무서워."
........ "나 시험 쳤던 주에도 그랬잖아."
그랬다. 그 때 그날. 당시 나는 친구랑 약속을 잡아놨다. 여자친구가 주말에도 열공할 것이라는 예상에 오랜만에
친구랑 약속을 잡은 나에게 날아온 여자친구의 문자는 친구와의 약속을 즉각 파기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여자친구의 잘못은 전혀 없다.
연애할 때 여자친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난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 직장 일 때문에.
친구에게 미안했다. 다음에 보면 된다는 친구 말에 더 미안. 설상가상으로 소위 윗대가리 중 한 명이 나에게 자신의 일을 투척.
그거 한다고 과연 그 때 시간이 날까라는 생각에 아득해지고 머리가 아프던 그 시점에 동료가 저번에 대신 해준 일에 대한 보상으로
해준다는 말을 듣고 기분좋게 고맙다고 하고 갔지만 뭔가 책임을 떠맡긴 것 같아 미안했던 그 때.
머리가 복잡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책임을 떠넘기고 거짓말을 해야한다는 것. 누구에게는 일상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힘든 일. 융통성없고 착한 척한다는 비아냥도 너무 힘들었던 시간들.
어쩌면 여자친구는 그 때부터 알고 있었을 것 같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제발. 응?"이러면서 날 안아주는 여자친구의 품에 안긴 나는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나도 오빠 토닥토닥 해줄 수 있어. 오빠가 나에게 늘 해줬던 그 애정표현도........." 하며 어깨 넘어 팔을 감고 볼에 뽀뽀해주는 여자친구.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사는 거야. 내가 오빠한테 의지하는 만큼 오빠도 나에게 의지했으면 좋겠어. 좀 기대라. 제발. 응?" 하면서
안아주는 여자친구의 말과 행동에 뭔가 먹먹했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야 할 것 같다.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줄도 몰랐다. 나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진정으로 나는 그녀에게 그런 사람이었는가. 행복하고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