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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타진요, 그리고 인지부조화
게시물ID : humorstory_2003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몰라Ω
추천 : 2
조회수 : 75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10/05 14:23:03
*** 딴지일보 문화 불패 게시판에 있는 바람의 계곡님이 쓰신글 펌입니당 ****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라는 심리학자가 실시한 흥미로운 실험입니다.

 

‘아주아주 중요한 실험’이라고 얘기한 뒤 실험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하여 A/B의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는 먼저 A 그룹의 피실험자에게 아주 단순한 문제(5+3=?과 같은 단순 사칙연산)를 수백 개씩 주면서 풀도록 합니다. 피실험자들은 당황하겠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지루함을 참아가면서 열심히(?)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렇게 문제를 다 풀고 시험 주최측에서는 A그 룹 피실험자들에게 부탁을 하나 합니다. 다른 피실험자에게 이 실험이 아주 재미있고 중요한 실험이었다고 말 해 달라는 거죠. 이렇게 A 그룹의 피실험자들이 다른 피실험자들에게 이야기까지 다 하고 난 뒤 실험 참가비라고 하면서 ‘달랑’ 돈 천원을 줍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설문조사를 합니다. 그 설문지에는 이 실험이 재미있었는지, 그리고 피실험자들이 볼 때 이 실험은 어느 정도의 의미나 가치를 가질 것 같은지를 1점부터 10점까지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자, 과연 설문 조사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러면 이번에는 B 그룹의 피실험자들에게 똑 같은 실험을 합니다. A 그룹과 모든 점에서 다 똑 같지만 마지막에 주는 실험 참가비가 10만원으로 대폭 인상이 되었죠.

 

자, 이 A 그룹과 B 그룹의 설문조사 결과 중, 어디가 이 실험에 더 호의적이었을까요? 아마도 돈을 더 많이 받은 B 그룹이 아닐까요?

 

그런데 의외로 실험결과는 정 반대였습니다. 즉,

 천원을 받은 사람들은 이 실험이 재미있거나 의미있었다고 평가한 반면,

 십만원을 받은 사람들은 이 실험이 아주 지루하고 무의미했다고 평가를 한 거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가요?

 

페스팅거는 이런 결과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로 설명을 했습니다.

즉, 이런 내용인거죠.

 

A 그룹(달랑 천원을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1)     엄청나게 지루하고 무의미한 일을 했다.

2)     그런데 남에게 재미있다고 말을 했다.

3)     근데 받은 돈은 달랑 천원이다.

이 사실만 놓고 보니 ‘내가 나쁜 놈이거나 멍청한 놈이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죠.

그런데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똑똑하다, ‘나는 착하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똑똑하고 착한 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엉터리 행동(지루한 단순 사칙연산을 오랫동안 하고, 재미있다고 거짓말까지 했는데 받은 돈은 달랑 천원)을 했으니 모순이 일어나게 되는거죠.

이런 모순을 페스팅거는 ‘인지부조화’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이런 부조화의 상태를 해소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즉, ‘형편없이 보이는 이 실험도 뭔가 내가 모르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실험이 재미있다고 말한 것은 돈 때문이거나 부탁을 받아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 실험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10만원을 받은 B 그룹의 피실험자에게는 이런 고민이 필요없죠.
자신은 왜 이런 지루하고 멍청한 실험을 했는지에 대한 의미가 있거든요. 바로 실험참가비로 받은 10만원이죠.

그러니 이 사람들은 인지부조화가 일어날 이유가 없기 때문에(두둑한 보수를 받았으니..) B 그룹 사람들은 실험이 재미있거나 중요했다고 평가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죠.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어떤 일은 돌이킬 수가 있지만 어떤 것은 돌이키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이미 벌어진 일(지루한 실험, 거짓말, 돈 천원 받음)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돌이킬 수가 없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설문조사)는 돌이킬 수 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돌이킬 수 있는 결과(설문조사)를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맞춰가게 되는 것이죠.

 

이 페스팅거가 쓴 글 중에 더 흥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지부조화에 관심을 갖게 된 사례라고 합니다.)

 

1950년대에 미국의 한 사이비종교 교주가 자기가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는데, 곧 지구가 큰 홍수로 멸망하게 되는데 자기를 믿는 신실한 신자들만 구출될 것이라고 예언을 했습니다.

그 결과, 그 종교의 신자들은 난리가 났죠. (한국의 ‘휴거’ 사건을 생각해 보면 짐작이 갈 것입니다.) 집을 팔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서 헌금을 하거나 아니면 흥청망청 다 써버리거나 한데 모여서 식음을 전폐하고 기도하는 등등…

 
자, 드디어 교주가 지정한 날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모여서 자신들이 구원받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당연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홍수는 커녕 비 한방울도 내리지 않은 거죠.
자신들을 속인 교주에 대해 폭동이라도 일어나야 했겠지요?
그때 교주가 신자들에게 다시 이야기 하죠.

즉 ‘여러분들의 믿음에 감동한 신께서 홍수로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을 연기하셨다’는 거죠. 
이 말도 안되는 교주의 말을 누가 믿을까 싶겠지만 어이가 없게도 모인 신자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며 더더욱 신실한 신자들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건 정말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죠.
홍수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교주의 예언이 틀렸거나 거짓말인 거지, 어떻게 자신들의 믿음으로 연기가 되었다고 믿는다는 말입니까! 


이렇게 이 사람들이 내린 말도 안되는 어이없는 결론이 바로 인지부조화 때문인거죠. 

그 사이비종교의 신자들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집도 팔고 직장도 그만두고..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게 다 가짜더라” 고 하게 되면 아주 심각한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으로 지구가 구원받았다’라는 자기합리화를 시킴으로써 사이비 교주에게 놀아난 사람이 아니라는 현실도피를 하게 되는 것이죠. 

 

요즘 인터넷상을 떠들석하게 하고 있는 타블로와 ‘타진요’의 진실공방을 보니 웬지 타진요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인지부조화에 빠진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즉,

1)     나는 똑똑하다

2)     타블로는 학력을 위조했다

3)     그래서 나는 사회정의 구현차원에서 열심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타블로의 학력이 정말이라면 내가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한 일들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니 더더욱 열심히 타블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게 되고 증거를 제시한 MBC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사실 저는 아직 어느 것이 100%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타블로가 스탠퍼드를 나온 것은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증거가 있는데도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타진요를 보면서 문득 예전에 읽었던 글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데다가 예전에 읽었던 글을 기억해서 적은 거라서 틀린 부분이나 잘못 해석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너무 가혹하게 야단치지는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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