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짧은 단편] J 스토리
게시물ID : readers_20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르륵의눈물
추천 : 1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2 14:35:15
옵션
  • 창작글

길을 걷다가 신호등에 걸렸을 때나,

혹은 한가로이 커피를 내려놓고 커피가 식기를 기다리다가,

혹은 식당 한구석에서 밥을 먹는 중 잘 씹히지 않는 고기를 꼭꼭 씹다가

시선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를 때 가끔 J가 보이곤 했다.

그럴 때 J는 우체국 앞의 우체통처럼 당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많이 의아스럽지도 않은 그런 모습이었다.

사실 그가 J인지 K인지 아님 S인지 그런 것도 모른다.

내가 그를 처음 인식하게 되었을 때 그는 Joy City 티셔츠를 셔츠안에 입고 있었고 그래서 J가 된 것이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안에서 항상 J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고집처럼 제 멋대로인 곱슬머리와

방금 빨래줄에서 걷어 입었을 걸로 보이는 꾸깃꾸깃하고 깨끗한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내가 의식적으로 J를 찾지 않아도 J의 그런 모습은 나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사실 J와 말 한마디 건네 본적이 없다.

J는 이미 내 머리속에서 모델이 되어 수십번씩 나의 의지대로 패션쇼와 같은 변신을 하였다. 


오늘이 내 인생의 당황스러운 하루가 될지 몰랐던 오늘 오후만 해도 그렇게 J의 패션쇼는 진행 중이었다.

그때 나는 무얼하다가 J를 보았는지 몰라도 J는 여는때와 같이 패션쇼 은막의 뒷쪽으로 사라질 차례였다.

순간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아니 내가 멈춘것 처럼 J는 나를 향해 똑바로 성큼, 성큼, 성큼, 성큼 다가와 버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 아니구나" 


J는 나를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로 착가했다는 듯 가벼운 목례를 하며 시선에서 멀어졌다.

그때 난 소풍날에 비가오는 것을 알게된 12살짜리처럼 실망스러웠다.

내가 J에게 어떤 존재가 되지 못하였음에 실망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의 목소리가 4화음 전화벨소리처럼 고음의 어정쩡한 톤이었던 것이다.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J를 인식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만든 사각의 프레임 안에 멀어지는 J를 가두었다.


"바이바이, J"

출처 오래된 미니홈피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