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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게시물ID : humorbest_2005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라녀
추천 : 46
조회수 : 1781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05/29 11:52:25
원본글 작성시간 : 2008/05/29 09:04:06
[배명복 시시각각]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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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파문에서 시작된 촛불집회가 반(反)정부 시위로 성격이 바뀌면서 불법 시위와 무더기 연행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나흘간 서울에서만 211명을 연행해 76명을 석방하고, 135명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참가자들의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당초 촛불집회의 주축을 이뤘던 10대 청소년들이 빠진 대신 일반 시민의 참여가 늘고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풍속도도 생겨나고 있다. 경찰에 포위되면 “나 잡아가라”며 ‘자진 연행’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는 인터넷 방송까지 등장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동맹휴업 찬반투표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대학가로도 시위가 확산될 조짐이다. 심상치 않다. 

경찰은 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와 불법시위 엄단 방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체포해도 주동자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고, 특별한 폭력 행사가 없는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무조건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엄정한 법 집행은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찰은 배후 조종 세력이나 불법을 선동하는 세력에 대한 엄벌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뚜렷한 개입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석 달 만에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일부의 주장대로 이명박 정부를 흔들려는 반미(反美)·친북(親北) 좌파 세력의 선동 때문인가. 그렇다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그들의 선동에 놀아나는 무뇌아(無腦兒)들이란 말인가.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시위 참가자들의 대다수는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실정(失政)에 실망해 화가 난 사람들이지 누구의 사주와 선동 때문에 나온 사람들이 아니라고 본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정부가 배후세력 철저 수사 같은 권위주의 시대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니 국민이 더욱 열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제 한나라당의 차명진 원내부대표가 “오징어가 풍년이면 뭐 하나. 기름값이 올라 출어(出漁)를 못 하는데…”라며 이명박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이 신문에 기사로 실렸다. 사람이 개를 문 것이 아니라 개가 사람을 문 경우인데도 그것이 뉴스가 되는 기막힌 현실이다. 대통령은 머리를 세 번씩이나 숙이며 사과를 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집권당이라는 한나라당은 청와대 눈치를 살피느라 국정 쇄신책을 건의조차 못하고 있다. 사람을 바꾸든, 시스템을 바꾸든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화가 풀릴 텐데 그렇지 않으니 대통령의 사과가 빈말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기본적으로 시장친화적인 신자유주의 정부다. 당연히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뒤처지는 사람들의 삶은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을 끌어안고 함께 갈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면서 자율과 경쟁을 외쳐야 하는데 그게 안 보이니 서민들의 실망이 분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시위를 하더라도 법을 지켜가면서 해야 한다는 말은 지당하다. 준법시위로는 정부가 꿈적도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섰다는 주장은 궤변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불법과 폭력, 무질서가 아니라 소리 없는 분노의 평화로운 함성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방법은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청와대를 향한 거리 행진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싫든 좋든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선택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그렇다면 좀 더 참고 기다려줄 줄도 알아야 한다. 취임 석 달 만에 정권 퇴진을 외치면 도대체 뭘 어쩌자는 얘긴가. 그렇게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날 리도 없지만 물러날 수도 없다. 그것이 법치주의고 민주주의다. 애초에 이명박 정부에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이 잘못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기대를 줄이는 것이 상책이다. 기대를 접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



중앙일보는 아예 2MB에게 기대하지 말라는데요?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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