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세살의 소심한 직장인입니다. 얼마 전부터 마음 한구석 체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소주를 털어 넣으며, 회사 동료들과 밥을 우겨 넣으면서, 아내와의 밥상 앞에서는 그렇게 울분을 토해 내면서도, 정작 어린 친구들이 나서서 거대한 악마와 싸우는 전장에 이러저런 핑게삼아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마음을 짖누르고 있었습니다. 직장이 강남이었는데 어제 저녁 외근이 충무로인 덕에 강북에서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8시 30분, 늦었지만 부지런히 달려가면 참가는 할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까운 거리지만 택시를 잡고 청계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촛불 문화제는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활활 타오리고 있었습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촛불에 하나를 더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나와 발언을 하고, 거기에 호응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심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할말이 있을까? 하고픈 말이 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처는 오늘 처음으로 청계광장에 나왔습니다. 나오고 싶은 마음이야 한우 꽃등심을 먹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강렬했지만, 이러저런 핑게로 나오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촛불 하나를 더했습니다. 여러분들께 감히 전해 드리고 싶은 마음은, 오늘 여기에 모이신 5천만 명의 시민만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뒤에는 저처럼 게으르고, 의사 표현에 익숙하지 않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들이 최소 1백30만명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단테가 발의한 이명박 탄핵 서명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그러나 결국 소시민적인 저는 마음속으로만 그말을 되뇌이며, 목구멍으로 넘겼습니다. 9시 40분, 공식적인 촛불 문화제는 끝이났습니다. 전례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일부는 분한 마음에 거리로 나설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소심한 저는 꺼진 촛불과 전단 몇 가지만 챙긴채 전경의 바리케이트를 비켜 집으로 향합니다. 잠시나마 촛불 문화제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마음의 짐을 덜은 듯 했습니다. 그러나 악마의 미소가 계속해서 뒤따라옵니다. 오늘 고시를 강행하고, 결국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온다면 우리 후손들 앞에 더큰 빚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가볍던 발걸음이 다시 무거워집니다. 서울 거리의 네온 불빛이 형체가 이그러진체 아른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