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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 담쟁이가 살랑살랑
게시물ID : freeboard_20065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식당노동자
추천 : 6
조회수 : 62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04/29 0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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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예준 노래 틀어놓고 잠들었다 깼는데,
그건 아마 빗소리 때문이였던 것 같다.
빗소리가 있으니 노래가 필요없을 것 같아서
졸린 손길로 음악을 끄려다가 문득,
에디 브릭켈의 굿타임즈가 듣고싶었다.
그래서 또 틀어놓고 스륵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흐린 하늘에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소리가 들렸다. 비오는 소리가.
우리 집 앞에는 매일우유 가맹점이 있는데
매번 새벽 네다섯시에 한 번, 일곱시 쯤 한번
두돈반 차가 와서 우유를 내리고 싣곤 한다.
비오는 날은 웅성웅성 말하는 소리와
물건 올리고 내리는 소리, 빗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져 꽤 좋은 자장가가 된다.

컴퓨터 모니터가 있는 그 창문 너머엔 동그란
전구 달린 가로등이 바로 보인다. 그래서 밤엔
따로 불을 안켜도 꽤 밝다. 그리고 그 옆엔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이것도 좋다. 아침이면
영화나 만화에서처럼 새들이 앉아 지저귄다.
그런데 가끔 오는 산비둘기 소리는 영 별로다.

비가오는 날이다.
이 멋진 풍경과 새소리, 빗소리와 잘박잘박한
땅을 만들어준 예쁜 회색하늘.
옹옹거리는 바람소리, 이런것들은 때로 내가
지구에 사는것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우리집엔 작은 베란다도 있다.
거기엔 담쟁이가 자라고 있다. 오늘같이
비오는 날에는 담쟁이가 살랑살랑 거린다.
빗물 하나 떨어질 때마다 아야 아야 한다.
그리고 또 바람에 살랑살랑.
빗물이 떨어질 때 마다 아야 아야
고개를 숙이고 이리저리 살랑거린다.

침대에서는 그 광경을 바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킥킥대며 바라보다 또 스르륵 잠이 든다.

어제는 온종일 쉬는날.
나는 머리를 하고 친구를 만났지만 집청소는
하지 않은 그런 날. 버스안 띵동띵동 소리 들으며
약속장소 나가던 그 정적인 평화.
호사스러운 평화 누렸던 어젠 온종일 쉬는날.

그걸 뒤로하고 맞은 오늘 아침은 출근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영 별로였지만. 담쟁이 살랑살랑 하던
그 모습과 빗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음.

그냥 하고싶은 이야기 다 해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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