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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잃어서 뭐하냐는 글을 읽고 저도 생각나서 써봐요.
게시물ID : freeboard_20093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식당노동자
추천 : 8
조회수 : 4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3/06/28 08:57:20

저도 그래요.

어렸을 적 아버지가 사다주신 어린이 삼국지가 시작이였어요.

정말 책 내용 하나하나를 다 외울정도로 재미있게 봤어요.

나중에는 삼국지 시대에 살았던 우리나라사람들은 그때 뭘 했을까?

하고 삼국사기도 보게 되고, 그럼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유럽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그래요. '아 영국 이새끼들이 현대사회를 다 조져놨구나'

흠흠.


어쨌든 책은 좋습니다.

극장이 있고, 역사가 있어요. 소설 속 인물들은 책을 펼치면

그 자리에 있어요. 콘스탄티노플은 여전히 함락직전이고,

나일강에서는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한 석재를 운반중입니다.


아마존 밀림에서도 문명이 있고, 조조는 여전히 품속에

칼을 떨어트린 채 동탁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습니다.

 

흥선대원군은 서양문물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대항책으로

나라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척준경은 여전히 최고의 무사입니다.

그의 무력을 두려워 한 왕은 그를 시기합니다.

 

북방에 배치된 조선 군사들은 여진족으로부터 최신식 개인화기를

들고 맞섭니다.

 

제승방략체계를 포기하지 못한 조선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농업국가에서 상비군을 대규모로 유지하는 것은 나라를 휘청거리게

만듭니다. 옆나라 일본의 세율이 생산물의 9할을 넘는 것에 비하면

조선은 그렇게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도 아니였기에 군비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야. 아르헨티나 군함에서 최신식 엑조세 미사일로 영국

군함을 침몰시켰습니다. 이건 엘리자베스가 좀 화를 많이 내겠네요.

 

미국은 전쟁기간동안 전시생산량이 극에 달해 독일과 일본이 한달에

찍어내는 물량을 하루만에 찍어내고, 한 주에 한번씩 새 군함이

진수되는 중입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전쟁결의안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주만의 복수는 이제 시작입니다.

 

박정희는 행주대교를 건너 청와대로 진격중입니다.

역사에 남을 죄인. 그러나 성공한 쿠데타는 혁명이라는군요.

나는 당당히 그의 무덤 앞에 침을 뱉고 여전히 살아 망령이 되어

대한민국을 좀먹는 그 후신들에게 조금도 동조할 생각이 없습니다.

 

레볼루션 No.3에 나오는 순신이라는 친구는 하얀 피부를 가진

재일한국인입니다. 그는 친구들과 대체적으로 원만하지만,

자기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위는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에게 자존심이란 우정도 포함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이제 주인공을 괴롭힌 다른학교의 그놈은 순신에게 죽도록

맞을 일만 남았습니다.

 

 

우린 모두...

결말을 압니다. 그리고 그 결말이 도달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결말이 도달한 시대에도 책은 만들어져서, 우리 삶을 역사로

남겨주고 있습니다. 왜냐면요, 우리 입장에서나 도달한 결말이지

우리 뒷 세대에서는 역사거든요. 인류가 존속하는 한 책은 계속

만들어질 겁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종이책이 아닌 다른 형태의

책이 될 수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책은 계속 읽어야 합니다.

또 그것은 우리가 도달한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한가지입니다.

우주선이 달까지 쏴 올려지고, 인간이 계산하지 못하는 복잡한

수식을 컴퓨터가 단 몇초만에 계산하는 시대라고 해도 책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곧게 서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읽고 쓰는 능력이 상실되면 우리는 다른 사고를

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책은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지는 몰라도 그 이야기가 우주의 다른

문명에게 전해질 때를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뜁니다.

그들의 역사도 분명 기록물로 남겨져 있을테니, 우린 서로의

역사를 공유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우주 여기저기에 뿌릴 수 있겠죠.

 

 

나는 책을 덮고 내가 사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이제 보입니다. 내가 사는 현실이 이 책에 기록된 대로 돌아갑니다.

세상 모든 극장과 역사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냥 그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어째 혼자 신나서 떠든 꼴 밖에 안된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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