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호텔’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없습니다. 수많은 작은 방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은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담담하게 다루어집니다. 어쩌다 아파트 같은 건물을 바라볼 때 묘한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똑같이 생긴 수없이 많은 공간에서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살다 죽어가는 인간들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그러나 그 공간 하나 하나 속에는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얼굴로 살고 있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 아파트 전체를 뭉뚱그려 묘사하는 게 역사라면 각 집의 사연을 일일이 그려내는 게 문학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북호텔’은 비록 오래 전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구석에서 잊혀진 채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사람들을 하나씩 호명해주는 의식 같은 소설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슬픈 것은 이 소설이 ‘오래 전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곳의 이야기로도 읽힌다는 점입니다. 그 점이 참으로 쓰라립니다.
작가 외젠 다비는 파리의 빈민가인 18구에서 자라고,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입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열쇠철물 제조 견습생으로 일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터져 징집되어 나갑니다. 그의 부모가 ‘북호텔’을 인수한 것은 그의 나이 34세, 성인이 된 뒤였네요. 이런 성장 과정이 있었기에 그가 ‘북호텔’에 깃들어 사는 파리 빈민들의 삶을 그렇게도 실감나고, 애틋하게 그려낼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건 관찰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닐 테니까요.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북호텔을 인수하기 전 오랫동안 무언가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픈 데를 ‘감아주고’, 더운 데를 ‘시원하게 해주는’ 이 물건들의 역할이야말로 외젠 다비가 이 소설을 통해, 그때 파리의 가난한 시민들에게 해준 일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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