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 있는 개똥망 후기를 보고.... 몇 년전, 저도 흡사한 일을 겪어 글을 써봅니다.
글보니 진짜 착하신 분 같은데...ㅠㅠ 개똥망 후기 작성자님 토닥토닥....
2013년 가을... 21살이었던 저는 처음이자 마지막 소개팅을 했습니다.
중학생때부터 서로 소울메이트라며 의지했던 막역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자기 과 선배를 소개시켜줬어요.
같은 과 선후배이지만 둘은 친하지는 않은 사이이고, 중간에 B선배를 거쳐 소개팅 연결을 했답니다.
그 남자와 저는 사진교환없이 바로 번호를 교환하고 장소를 정했습니다.
(저는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하고, 그 남자는 서울 C지역에서 자취를 합니다.)
저: 우리 어디서 만나는게 좋을까요?
남자: 전 C지역 살아서 여기밖에 몰라요.
저: 음... 우리 중간지점 중에 갈만한 곳이 어디있을까요?
남자: 글쎄요. 전 C지역밖에 몰라요.
저: (....?) 일단 인천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이 홍대라서.... 거기 괜찮으세요?
남자: 네. 근데 저는 거기 뭐가 있는지 진짜 몰라요. C지역밖에 몰라요.
저: (뭐지.... C로 오라는 건가) 일단 홍대에서 볼까요....?
남자: 네.
(그 남자는 홍대까지 30분, 저는 홍대까지 1시간 반.... C까진 당연히 2시간이 넘어요.
예의상 중간에서 만나자는 얘기를 꺼내지도 않고.... 소개팅 의지가 없어 보여서 1차 멘붕.... )
저: 뭐 먹을까요? 뭐 좋아하세요?
남자: 아무거나.... 근데 저 홍대에는 뭐 있는지 아예 몰라요.
저: (스마트폰 뒀다 어디에 쓰니....) (제가 찾아서 후보 몇군데 물어본다음) 그럼 거기 파스타집 OO있는데 어떠세요?
남자: 네.
(2차멘붕....
이 때 그만 뒀어야 하지만.... 제 베프의 과선배라니... 함부로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정색하면 베프한테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성사된 만남이니 만나긴 해야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일요일 오후 5시로 약속을 잡게 됩니다.
서울 C지역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저의 베프는, 제 얼굴을 볼겸, 긴장을 풀어줄겸 저를 보러 홍대에 와줬습니다.
한 4시쯤 커피한잔 하려고 둘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남자는 아무것도 모른다기에 제가 미리 가서 파스타집 예약을 했습니다.
친구한테는 일단 카톡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안했고,
오랜만에 본 둘은 회포를 풀기에 바빴습니다.
그런데 4시 45분쯤, 친구와 헤어지려 하는데 그 남자에게서 카톡이 옵니다.
남자: 본가갔다가 오는 길인데 버스가 막히네요. 좀 늦을 것 같아요.
저: 아... 알겠어요. (한 10분 늦는 건가...?)
그렇게 그는 1시간 30분을 늦었습니다. 5시 약속인데 6시 30분에 왔더군요. 처음보는 사람과의 소개팅약속을... 하하
제가 과장한게 아니라 진짜 한시간 반을 늦었어요.
제 친구는 점점 표정이 굳으면서 정말 미안해했고, 뭐 이런 사람이 다있냐며 화를 내주었어요.
저는 친구가 너무 미안해할까봐, 좀 당황스럽지만 괜찮다고 했습니다.
친구가 그 사람 늦는 시간동안, 저를 달래면서 같이 있어주었기에 망정이지
저 혼자 기다렸다면 진짜 엄청 빡쳤겠죠.
미리 약속을 잡은 날에 본가를 갔다 올때는.... 서울에 좀 일찍 와있던가.... 아니면 애초에 아예 다른날에 약속을 잡던가...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친구의 과선배이니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
(1시간 30분 뒤 약속장소)
그 남자: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끝) (하나도 미안해하지 않는 표정으로 쿨하게 레스토랑으로 들어감)
나: (응...? 나니?) 하하... 네에.... (3차 멘붕)
메뉴를 시키고 나서,
(제친구A와 B선배와 소개팅남은 모두 같은 과 선후배 사이/ A와 소개팅남은 친한 사이는 아니고, B를 거쳐서 소개팅 연결)
남자: 저는 근데 갑자기 B선배가 소개팅하라고 해서 영문도 모르고 나왔어요. 거의 반강제로.
나: (당황) 네? 아 ....
남자: 저희과 누구의 친구세요?
나: 아 A의 친구요!
남자: 아 A 친구시구나~ 저는 정말 누군지도 모르고 나왔네요.
나: 하하 그러셨구나...
시종일관 이런 태도로, 자신은 정말! 나오기 싫었는데 나왔다고 아주 티를 팍팍 내면서 얘기하더라구요.
(나중에 들어보니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지가 외로워서 나온거라고...)
기분상하게 밥을 먹은 뒤, 당연히 그놈에게 얻어먹기 싫어서 더치하잔 말을 꺼내려는데
제가 옷입는 동안 먼저 가서 계산하더라구요.
(너가 1시간 반 늦은 게 잘못이라는건 아는구나...)
전 사실 그 사람이 싫은티를 팍팍 내길래 당연히 빠이빠이하자고 할 줄 알았고,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이제 커피 마시러 어디 갈까요 라는 겁니다.
진짜 제베프 과선배니까... 좋게 헤어져야지... 라는 생각으로 카페를 갔습니다.
또 그분은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제가 이끌어서 카페를 갔어요.
커피는 제가 계산하구요.
얘기하는 동안... 본인 자랑, 본인 얘기만 주구장창 하시더라구요.
자기 얘기 다하면 침묵....
예의상 듣고, 침묵이 싫어서 제가 질문하면 또 신나서 얘기하시고...
저에 대해선 아무것도, 단 하나도 질문하지 않더라구요.
전 진짜 듣고만 있다가 왔어요.
그렇게 지하철역에서 ㅂㅂ 하고... 잘들어가세요~ 각자 카톡 한마디씩만 하고 끝냈습니다.
제가 이렇게 끝났으면 말을 안합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친구한테 아무말도 안했어요. 미안해할까봐 그냥 밥 잘먹고 ㅂㅂ했다 말했죠.
그때까지 제 생각은... 이 남자가 나를 실제로 보고 내가 별로였나보다 란 생각이었고, 전 그거에 대해 별느낌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 친구를 만나서 소개팅때의 얘기를 하는데,
친구: 그 오빠가 내 얘기는 안했어?
나: 그 사람은 내가 니 친구인 것도 모르던데?
친구: 어? 그 오빠가 널 아예 모른다고 했다고?
나: 응. 내가 니 친구인지 모르던데?
친구: 아니야! 모를리가 있나... 연결해준 B선배한테 얘기들었는데, 그 오빠 니번호받고 바로 내 페북들어와서 니 사진 다봤대.
B선배랑 같이 내 페북 니 페북 다 스캔했다는데?
나: ......??
전 여기서 정말 개빡쳤습니다.
아 이 사람이 처음부터 내 얼굴이 맘에 안들어서, 카톡할 때부터 틱틱대고 1시간 반 늦어가면서 사람을 무시한거였구나.
그런데다가 내가 누구친구인지 모른다고 뻔뻔하게 거짓말까지...
페북사진보고 마음에 안들면 그냥 만나지 말자고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던가....
그냥 약속을 파하지 그랬니 이 치졸한 놈아... 사람을 앞에두고 그렇게 개무시하냐
오유에서 진짜 욕쓰기 싫은데 이렇게라도 너한테 욕한마디 한다 이 나쁜X끼야
그렇게 전 그 이후로 제의가 들어와도 다시는 소개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제 베프가, 그 선배가 그런 인간인줄 전혀 몰랐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이 얘기를 들은 남자인 친구들이
그 자식이 남자 망신 시켰네, 개같은 자식이네
하고 찰지게 욕을 해주어서 지금은 모두 풀고 잊어버렸습니다.
혹시 그 남자시키같은 분이 이 글을 보고있다면....
소개팅 연락받고
본인 취향이 아니면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고 번호교환도 하지 마세요.
서로 시간낭비 감정낭비하지 말고...
만약 만나게 되면 기본 예의는 지키셨으면 합니다.
P.S. 야 이자식아!!!!!! 평생 얼굴에 뾰루지 왕창 나라!!!!!! 블랙헤드도 딸기처럼 솟아나라!!!! 모공들아 힘을 보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