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들 소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요새 정말 괴롭습니다. 경찰이라고 해서 바보 아니고 시사에 대해서 오히려 관심도 더 많습니다. (시사 이슈가 바로 저희 업무와 연결되다 보니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주관도 갖고 있고 무엇이 잘되고 잘못되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라는건 정말 무섭습니다. 하나의 조직이 있는데 그것이 만약 극히 수직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면 상명하복이 곧 조직의 존재의 근거가 되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군대는 어떨지 모르지만 경찰에서 있다보니 명령을 거부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젊었을때는 저는 안그러리라 생각했건만 힘들게 공무원이 되어서 가정을 꾸리고 애들을 키우다 보니 소신을 펼친 다는게 이젠 너무 먼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매일 대원들에게 교양합니다. 절대 흥분하지 마라, 절대 방패로 찍지마라, 특히 여자와 노약자들에게는 몸도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라. 히지만 애들이 수만명 앞에 서있다 보면 자꾸만 이성을 잃습니다. 전의경이라고 해서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들과 다른거 하나도 없습니다. 대부분 착하고 이전까지 다른사람들 한번도 때려본적 없는 애들입니다. 단지 그들은 하기 싫어도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사람을 미치게 하나 봅니다. 자기들도 같은 국민인데 수만명을 앞에 두고 대치하다 보니 국민들을 적으로 오인하게 되는거 같습니다. 전의경들 솔직히 시사, 정치 잘 모릅니다. 어떤분이 전에 요새 전의경편해져서 신문도 마음대로 시켜볼 수 있다고 쓰셨는데 제 주위 부대중에는 그렇게 널널한 부대는 없습니다. 내무실에 작은 TV 한대있는데 힘든 근무 다녀와서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볼 여유 없습니다. 게다가 연중에 집회, 시위 엄청 많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대원들이 각 시위 마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매 시위마다 대원들이 공감해서 막지 않는다면 전의경 존재 이유가 없겠죠) 아마도 전국에 대부분의 전의경들은 단순히 이번 사안이 다른 사안보다는 좀더 규모가 큰 사안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할겁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는 다르게 대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노총, 각종 노조의 폭력시위를 상대하는 방식으로 하다보니 때때로 과잉진압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시민들, 전의경들 모두 평화적으로 이번 사안을 풀어나갈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피흘리고 있는 시민들과 경찰병원에 누워있는 우리 대원들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단 말입니까...도대체 누가 이런 상황을 생기게 만들었습니까... . . . 아! 한가지... 그래도 우리 대원들은 비록 반 강제이긴 하지만 모두 투표했습니다. 투표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