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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전문가를 모셔 조언을 들었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20115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식당노동자
추천 : 12
조회수 : 869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23/07/28 07:56:19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연혁을 말씀드리면, 웹소설계를 먹여살리는데 한 축을 담당하는

분으로써 그가 소설구독을 위해 결제한 금액만 빌딩 한 채의

금액에 수렴하며 서브컬처계에 밀어넣은 돈은 페라리 한 대 값에

근접하는 성덕이십니다.

 

코믹행사에서 사 온 애니굿즈를 적금에 밀어넣었으면 지금쯤

가게 하나쯤 할 돈은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애니에 진심인

분입니다.

 

현재는 메이플 강화에 모든 돈을 지르고 계십니다.

 

어제 그 분이 엄청나게 고생을 하신 날이라(일하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걸어오시는 것을, 차로 모셔

저희 집으로 방문케 하였습니다.

 

"오늘 진짜 힘들었어요..."

 

"그럴 줄 알고 자 자, 닭갈비와 소주를 준비했는데 이쪽으로..."

 

"형 오늘 왜 그러세요... 무섭게..."

 

하지만 갓갈비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죠.

자문료로 닭갈비와 소주 그리고 평소 그 분이 좋아하시는

연어회를 준비했습니다. 

 

자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Q : 최근 소설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하여 읽어보시고

부족한 점이 있거든 가차없이 꾸짖으시고 살려야 할 점을

알려주신다면 적극수렴하겠나이다.

 

A : 어허, 교우관계가 막역하거늘, 어찌 길게 읍하는가.

우리가 그런 사이였던가. 그저 편하게 이야기 하게나.

 

Q : 아닙니다. 배움의 자세로 선생께 도움을 요청하는데

예와 음식을 갖추는 것은 마땅한 도리이옵니다.

 

A : 어험 그럼 어디 술이 식기 전에 보도록 함세. 

 

(진짜 대화내용 이랬음 ㅇ 미친인간들임 ㅇㅇ)

 

 

아무튼 그렇게 읽어보기 시작하는데 똥줄이 다 타더군요.

이를 딱딱 부딪히며 기다리는데 장장 두 시간동안 글을 읽은

끝에 그분께서 "아... 이런..." 하고 탄식을 내뱉습니다.

 

"ㅇ...왜... 뭐가 문제임...?"

 

"형. 다 좋아요. 다 좋은데, 아니 진짜 좋은데."

 

"...은데?"

 

"...그냥 존나 올드해요; 마지막으로 판타지 소설 읽은게 언제에요;"

 

"...9"

 

"99년 아니죠..?"

 

"맞음 ㅇ"

 

"...자 일단 최신 트랜드 반영부터 해봅시다."

 

 

일단 그렇게 시작된 피드백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저는 얼어있었습니다.

 

일단 장단점을 정리한 것을 나열하면

 

 

장점

 

1. 문장이 막힘이 없다. 전개가 흥미롭다.

2. 인물설정에 대한 고심이 글에 그대로 드러난다.

3. 전투묘사가 훌륭하다. 이정도 필력이면 못 쓰는 장면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너무 많은걸 보여주는데 치중할까봐

걱정이다.

 

 

단점 및 피드백

 

1. 존나 올드하다.

2. 내용이 너무 무겁다. 애들은 절대 이거 안볼거다.

3. 그 와중에 젊은 트랜드 억지로 반영하려고 한게 눈에 거슬린다.

4. 기술이름같은거, 그냥 영어 써라. 예를들어 천지진동 이런거 하지말고

그냥 어스퀘이크 이런걸로 바꿔라. 애들은 그게 멋있다고 생각한다.

5. 모든 독자층을 아우르는 글은 절대 쓸 수 없다. 근데 만약 이 글이

6. 누군가에게 회자된다면 그게 20대는 죽어도 아닐거다.

그래 이정도 필력이면 차라리 무협을 써라. 근데 형은 무협 모르잖아?

소호강호 의천도룡기 인기있던 시절 이런 소설 나왔으면 먹혔다.

7. 이영도좀 의식하지 마라.

8. 다시한번 말하지만, 애들은 한정식 먹고싶은게 아니라 햄버거가 먹고

싶은거다. 잘 차려진 밥상 치우고 그냥 햄버거에 콜라나 갖다놔라.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습니다.

단점을 듣다 보니 장점은 아예 없는 것 같군요. 일단 갈아엎어야 하겠습니다.

적극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좀 더 가벼우면서도 할 말을 다 하는 것이

참 힘들다고 느껴 새벽 네시부터 일어나서 문장을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창작의 길이란 이렇듯 원작자의 수명을 깎아먹는 일이지만, 동시에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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