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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살던 사람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20118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식당노동자
추천 : 9
조회수 : 83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23/08/03 08:40:16
이 집에 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였다.
어느 날 퇴근하는데 자기 집에서 나오던 옆집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했는데 그사람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이였다.

난 그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사람은 나를 그렇게 한참이나 봤다.
집 비번을 누르고 들어가려다 나는 잠깐 멈추고

"왜 사람을 그렇게 쳐다보세요?" 라고 물었다.

그 사람은 분에 못이겨 하는 듯 부르르 떨더니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이상한 사람이였다.

며칠이 지났다. 아침에 자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 나갔다. 그곳에는 옆집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한 손에 수저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이봐요! 밤에 티비 소리좀 줄이세요!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요!" 라고 따졌다. 당황했다. 나는 밤에
티비를 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 티비가 있긴
하지만 내집에서의 티비는 그냥 장식정도일 뿐이다.
그만큼 보는 일이 드물다.

"저기요. 저는 밤에 티비를 안봐요. 그리고 아침부터
다짜고자 찾아와서 이게 뭡니까?"

기분이 나빠진 나는 그사람에게 조금 쏘아붙였다.
그사람은 "아무튼 티비좀 밤에 보지 말아요!" 하고는
홱 돌아서 가버리더니, 이 집 저 집 찾아다니며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며 "밤에 누가 티비를 보는거야!"
라고 소리지르고 다녔다.

그 때 느꼈다. 아 이사람하고 잘 못 엮이면 안되겠다.

며칠이 지나고 또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사람이 자기에게 문자를 보내기를,
내가 집을 너무 더럽게 써서 쓰레기 썩는 냄새가
자기집까지 나고 밤마다 티비를 크게 틀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못살겠다는 내용이였단다.

나는 일하는 곳과 집이 아주 가까웠다.
화가 난 나는 "사장님. 혹시 지금 집에 계십니까?
제가 갈 테니 저희 집 같이 가보시죠." 하고 집주인과
함께 우리집으로 들어갔다.

쓰레기는 커녕 컴퓨터 한 대, 티비 한 대. 접이식
매트리스와 몇개의 피규어가 전부였다. 집주인은
"아이고 문제가 없는데 저사람이 왜 그럴까...
티비는 자주 보세요?" 라고 물었다. 나는

"사장님 제가 일단 밤에 티비를 볼 만한 체력이
없어요. 그리고 제가 원체 티비를 안보다보니 요새
방송에서 뭐가 유행하는지도 모르고요. 티비는
그냥 헛헛해서 가져다 놓은거에요."

집주인은 일하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라며
나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집주인을 부른 것은 나였고
집주인이 사과 할 만한 일도 아니였기에 나도 같이
죄송합니다.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집주인에게 또 전화가 왔다.
그사람이 문자로 내가 너무 시끄럽게 티비를 보고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달라는거였다.

정말 당황핬다. 왜냐면 나는 일하는 중이였고 퇴근까지는
두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장님. 저 아직 일하고 있고 퇴근까지는 한참이나
남았습니다.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라고 말했다.
집주인은 "어허 세상에. 아이고 진짜로 이상한 사람이
맞네요." 하며 나보다 더 당황해했다. 

퇴근시간이 되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문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무서웠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기요. 저 퇴근 이제 했습니다. 자꾸 집주인분 통해서
이상한 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했다.

남자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대더니

"니가 그랬잖아." 하고 자기집안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대체 남자는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걸까.
나는 그날, 집에 들어오자 마자 도어락 밑에 있는
수동걸쇠까지 잠그고 잠을 청해야 했다. 밤 새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랐으므로.

다음날 아침, 나는 출근을 하려고 문 밖으로 나왔는데
옆집 남자가 스윽 문을 열고 날 쳐다보았다.
아침부터... 나는 무섭기도 하고, 말을 섞기도 싫어서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는데 그 날 오후 집주인에게
문자가 왔다.

집주인이 보낸 문자의 내용은 무섭고 황당했다.

- 어제 저녁 세입자분이 ×××씨가 너무 시끄럽게
굴어서 못살겠다며 저에게 이런 사진을 보내더군요.

하며 사진을 보냈는데
출근하는 내 뒷모습이 찍힌 사진에 첨부된 말에는

-이새끼 동생이랑 둘이 사는데 매일 밤마다 둘이서
소리지르고 술을 마십니다. 조치해주세요.

라고 쓰여있었다.

집주인은

- ×××씨 혼자 사시잖아요... 저도 이제 그 사람이 무섭네요.
경찰을 부르든 아무튼 조치해드리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라고 문자를 보냈다.


정말 무슨 일 당하는 거 아닌가?
나는 무서워서 결국 그 날 호텔에 가서 잠을
자야만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랐으므로.

다음날, 쉬는날이였기에 호텔에서 늦게까지 잠을
자고 나온김에 영화를 보고 뷔페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때는 차가 없을 때여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호수공원에 가서 산책을 한 뒤에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두려워졌다.

그사람, 정말로 날 어떻게 해하려는 걸까?
밤 여덟시 쯤이였지만 나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아 안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습니다. ×××씨
아이고 저 아주 무서워서 혼났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 말도 마세요. 어제 저녁에 ×××씨 집 앞에 서서 문두드리고
초인종 누르면서 나오라고 소리지르는걸 간신히
말렸다니까요. 저도 무서워서 아들놈이 대신 내려갔습니다.
경찰부른다니까 그냥 들어가긴 했어요.
아니 근데, 어제 집에 안들어오셨어요?

나는 사실을 말했다. 무서워서 호텔에서 잔 것과
하루종일 밖에서 논 것을 이야기했다. 집주인은 매우
미안해하며 입주민 단속을 잘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단속이라는게 뭐... 실효는 없어보였다.

그리고 애진작에 집주인 탓이라기 보다도, 그사람의
문제였기에 집주인에 대한 원망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 그래도 안심하세요. 그 사람이 오늘 낮에도 난리를
치더니 이런데서 못살겠다면서 방을 빼달라고 하기에
그러시라고 했으니 조만간 이사를 갈 겁니다.

뜻밖의 소식이였다. 나는 정말요? 다행입니다. 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그 사람을 더 안봐도
되겠구나. 나는 그 날 집으로 향했다.




문앞에는

그 사람이 서 있었다.


나는 얼음이 되었다. 뭐지? 왜? 또?
남자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때문에 잠을 못자고 일을 못나가서 난
망했어. 당신때문이야. 당신때문이야." 하며
분을 참지 못하는 듯 씩씩거렸다. 나는 술이 확
깨가지고는 조심스럽게 남자 옆을 지나갔다.

남자는

"이 개같은 동네 내가 나가고만다" 하며 어디론가
향했다. 그건 남자가 부른 이삿짐 차 였다. 그래. 이삿짐을
모두 싼거였구나.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시달릴 일이 없겠다.

나는 안도감에 집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한 캔 더
사왔다. 먹고 잠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문을 열려는데 문 앞과 바닥에 이상한 액체가
흥건했다.

"윽 이게 뭐야"

나는 그게 뭔지 알고싶지도 않았다. 그 남자의 소행이란건
자명하지만, 궁금해하면 안될 것 같았다.
다음날 퇴근시간이 되니 액체는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청소하시는 분이 치운 모양이다.

소동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나는 그 집에서 지금도
잘 살고 있다.

문득 생각이 난다. 그 때의 일이.

대체 남자는 나에게 뭘 말하려고 했던걸까?
남자는 뭘 들었고 무슨 냄새를 맡았던 걸까?
만약 그 때 내가 호텔에서 잠자지 않고 집으로
갔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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