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를 다녀왔습니다.
정말로 어린 아이들 앞에서 울고싶지 않았지만,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모습에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남은 유족분들의 인사를 받으며 저는 한번 더 울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서울대에 다니시던 분이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 또한 과거에 수학여행중 버스사고를 당하셨던 분이었고,
그분의 글을 읽으며 정말 잘못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의 글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도와달라' 는 작은 외침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또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크고,
이 미숙한 상황대처와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의 자세, 그리고 망할 선장새끼 (욕해서 죄송합니다)의 모습을 보며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그럴 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단원고 학생들은 수많은 취재 인파들 사이에서 담요를 둘러싸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유족들과 친구들은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있는데, 저희가 지금 다른 방향만을 너무 바라보고 있는것이 아닌가 문득 생각이 듭니다.
오늘 추모를 기다리던 도중, 단원고-진도를 순환하는 버스를 보았습니다.
지금도 단원고 학생들은 정부가 아닌 자기 자신의 두려움과 죄책감과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부디 그 학생들이,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평범하게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단원고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측은하게 바라보고, 그 시선속에서 자신이 무너져버리는 것을 그들은 바라지 않을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분노와 그 분노가 향하는 곳에 대해서 반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은,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그 분노때문에 '알아야 할 권리'를 '상처받지 말아야 할 권리'보다 크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기자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부디 단원고 학생들과 유가족들이 아픔을 씻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