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강민석.이가영] 외교·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중국 해커 등이 청와대 관계자나 외교부 대사의 실명으로 위장한 해킹 e-메일을 보내 보안자료 등을 빼낸 사실이 국가정보원 공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14일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국정원이 올 초 정부 각 기관에 보낸 ‘최근 해킹메일 유포사례 및 대응방법 통보’라는 공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공문에서 국정원은 “최근 외교·안보 업무 관계자 및 해외공관·주재원 등을 대상으로 정부인사 실명위장 해킹메일이 유포되어 PC 및 USB 등 외장형 저장장치의 자료 절취를 시도하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정원은 실제로 어떤 해킹 e-메일이 나돌았는지의 사례도 공문서에 적시했다. 청와대 A행정관, 외교통상부 B대사의 이름을 도용한 e-메일이 외교·안보 라인 근무자에게 발송됐고, 이들 해킹 e-메일에는 ‘프리처드(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방북 결과 브리핑’ ‘2010 한반도 정세전망 관련’ ‘김정일 방중일정’ 등의 문서가 첨부돼 있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첨부문서를 열 경우 “해킹프로그램에 감염돼 보관자료가 전량 유출되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 측은 “적잖은 보안자료가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의원은 해킹 e-메일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방부 관련 보고서 두 종류를 중국 해커들에게서 입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해킹 e-메일로 인한 공격이 잇따르자 피해를 분석하기 위해 ‘한글 바이러스형 분석 보고’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보고서마저 해커들에게 넘어갔고, 이 의원이 같은 보고서를 중국 해커들에게서 입수했다. 이 의원은 또 국방부가 2002년 삼성SDS에 용역을 의뢰했던 군 인사 관련 보고서도 중국 해커들로부터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