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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20142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뚜기순후추
추천 : 10
조회수 : 1150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23/09/13 21:20:29
나는 잘 자랐다.
물론 가세가 기울어 극장을 하다 하숙을 치는 집이 됐지만
하숙하는 20대 초반 학생들이 나를 몹시 귀여워했다.
할아버지는 이북에서 어렵게 내려와 일가를 이루셨으니
3세의 귀여움은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내 어린 시절 할아버지는 어딜 가시든 자전거에 작은 어린이의자를 올리셔서 나를 데리고 다니시며 자랑하셨다.
하지만 할머니는 다르셨을것이다.
새로 아이를 키우는것이 얼마나 번거로우셨을까…
성정이 잔정이 없는 분이시기도 했고… 호탕한 할아버지와 사시니 더욱 짜게 되셨을꺼라 지금은 이해한다.
그럼에도 나는 잘 자랐다.
이복동생이 장손임에도 엄마 손을 잡고 온 나와 닮은 남자아이가 어느날 나타났을때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콩만한 내 눈치를 보시며 내가 보는 앞에선 말한마디 따스하게 하지 않으셨다.
점점 가세가 기우는건 적응의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나름의 목마름은 있었다. 놀이터에서 아무리 오래 놀아도 블러주는 집이 없는건 어리디 어린 다섯살도 어른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한번은 성당에서 오래 놀다가 친구가 없으니 성당의 장미꽃 씨앗을 모으기 시작해서 어느날 신부님이랑 상담했던 기억이 난다.
눈치가 빠른 아이는 눈에 띄는 짓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릴때 하던 역활놀이중 인형이 없던 나는 인형을 사달라 조르는 아이가 이미 아니었다.
고모네 집에서 받아온 9칸 짜리 블록이 가장 큰 장난감인 아이는 다른 세상이 있는것도 알았지만 내것이 아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나는 잘 자랐다.
그러다 국민학교 3학년때쯤 고모네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기로 했다. 한 2주쯤? 고모네 집은 굉장한게 인형도 많도 2층 침대도 있고 책상도 있고 동화책도 있고…만지지 못하지만 피아노도 있었다.
그전에도 하루쯤 다녀온 적은 있지만 있지만 2주나? 보내는건 굉장한 일이 었다. 게다가 고모의 딸들은 나에겐 동생같은 느낌이라 더 좋았다.
그런데 그때쯤 할아버지가 나에게 엄마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거 같다.
보고 싶냐고 물었던 기억이다.
나는 아니다 라고 했다. 그렇다고 말하면 배신 같았다.
배신이 뭔지 알고 있었다. 버려지는 것 이다.
그렇게 나는 부천 우리집에서 충주로 놀러갔다.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갔다.
설레고 긴장해서 휴개소에서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고모가 터미널에 마중을 나왔고 저녁을 먹고 잘 잤던거 같다.
다음날 레스토랑에 갈때 까지 나는 참 좋았다.
웃긴이야긴데 고모네 딸들은 엄청 못생겨서
나랑 고모 딸들이 가면 내가 고모 딸인줄 알았다.
이게 왜 웃긴건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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