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의 안하무인격 진행이 도를 넘어섰다.
도를 넘어 섰다는 건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표현이지만
어제 오늘 각 포털의 댓글이나 주변의 반응을 보면
딱히 주관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 확실하다.
김구라의 진행 스타일은 독특하다.
상대의 약점을 아무런 죄책감과 동요 없이 끄집어 내 주물럭거리는...
심하게 말하면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한 싸이코패스적인 진행.
그의 존재, 진행 스타일은 한국 방송사에서 독보적이었고
그렇기에 한결 같아 보였지만
사실은 조금씩 변해왔다.
조금씩 심해지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문희준을 동아줄 삼아 공중파에 복귀한 김구라는
사과와 회개를 모토로 방송가에 연착륙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는 언제나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고
급기야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망언으로 잠정은퇴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부재는 방송가에 큰 타격이었다.
독보적인 그의 캐릭터를 대체할만한 엠씨는 없었다.
얼마 가지 않아 자연스럽게 그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는 인터넷 방송을 뒤로한 채 공중파에 입성했을때 보다 더 자연스럽고 위풍당당하게
국민의 성원을 등에 업고 복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김구라는 서서히 그의 정체성을 잃어갔다.
누구나 밝히고 싶지 않은 과거,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잘못을 하고 살아가지만
공공연하게 인정하고 뉘우치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용기겠지.
그 용기를 담보로 김구라는 대중의 힘을 얻었고
대중의 힘은 곧 인기로 작용해 수많은 엠씨자리를 꿰 찰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용기는 만용으로 변하였다.
입에 담지 못 할 독설을 내뱉었던 연예인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던 그의 용기는
이제 자신의 가치관과는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조롱하는 만용으로 변하였다.
전보다 더 조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의 발목에 채워진 과거라는 시한폭탄을 외면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 타버린 날개를 직감한 불나방처럼 더 애처롭고 불안하게 퍼덕이고 있다.
그의 스타일을 경애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발목에 채워진 시한폭탄을 안고 더 오래 갈 수 있는 길이 한낱 내게도 보임에 불구하고
아집과 교만이 그의 눈을 가려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를 몰아 세우는 것이 아집과 교만이 아닌 방송 외적인 것이라 해도 안타까움은 마찬가지다.
다만 그렇다면 팬인 내게도 변명거리가 생기니 불행 중 다행일테지만..
그의 방송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쓰는 글은 아니다.
그의 방송을 빠짐없이 챙겨 보는 이로서의 느낌을 썼을 뿐이다.
아쉬운 감정.
공감 하는 사람은 공감하고 아닌 사람은 아니겠지.
작금의 여론이 그의 방송 철학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나로서도 실망이다.
다만 술에 취해 아쉬운 맘에 끄적거린 이 보잘 것 없는 글에도 작은 욕심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느낀바가 있어
그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가 욕했던 연예인 들에게 한 사과는 물론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용기의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을 용기로 표현한 것에 거북함을 느끼신 분들에게 먼저 사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