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정말 미치게 떨려오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은 잠시 아무말 없이 앞에 나서지 말라고 합니다. "앞에 나서지 마, 우리가 연행할거야." 우리가, 그 말이 가슴을 쳤습니다. 저는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누나는 앞에 안나서, 무서워서 항상 뒤에있다가 집에 가니까 걱정말라고 말했습니다.
혹시 시위대 막으라고 군기잡고 때리고 하냐고 물으니 군기는 잡지만 때리지는 않는다고, 욕은 많이 한다고 합니다.
동생이 물었습니다.
"이따가 나갈꺼야?"
그때부터 눈물이 마구 흐르더군요.
"나가야지, 나가야돼."
"나가야돼?" 반문하던 동생이 말했습니다.
....."나는 시민들 안때려."
저는 울음을 참을수 없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 그래... 몸 조심하고."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동생도 저도 그저 몸조심 하라는 말밖에 서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정말 착하고 배려심깊고 이쁜 동생인데, 정말로 누구 한명 다치게 할줄 모르는 마음 약한 동생인데..
그런 제 동생이 왜 거기, 그곳에 서있어야 하는지.. 왜 친구나 동료들이 시민들을 때리는 장면을 봐야만 하는지..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그치질 않네요.
제 동생은 그저 운 없게도 지금, 2008년에 군대에 있었던 것 뿐이고 정말 운이 없게도 의경이 되었고 정말 운이 없게도 이명박 정권 아래 있었던 것 뿐입니다.
이렇게 운없는 상황들로 서게된 세종로에서, 광화문에서 동생은 무슨 생각을 할지... 앞으로 남은 평생 동생은 어떤 기억을, 어떤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가게 될지..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아고라에 계속해서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장면과 전/의경에 대한 울분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너무 무섭더군요. 전경과 의경을 공격하고 싶은 그 마음,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당연히 폭력을 휘두른 그 몇몇 전/의경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죠.
그러나 기억해주세요.
모든 전경과 의경들이 시민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 전경과 의경들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것을. 미친 2mb정권에 반대하는 민주시민들이 전경과 의경의 가족이라는 것을 말이예요.
우리도 전/의경을 때려야 한다는 어떤 분들께 아고라에 계신 분들께 부탁드려요.
모든 전경과 의경을 몰아세우거나 매도하진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폭행과 폭언은 몇몇만 저지른 일이라는 점을 잊지말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비폭력이 우리 시위의 자랑이자 모토잖아요.
비폭력적으로 우리 끝까지 싸워이겨요.
오늘, 혹은 내일 거리에서 제 동생과 마주칠지도 모르지만 웃으면서 인사할수 있도록 우리가 나중에 지금을 웃으면서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