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항상 옛날의 나를 지금의 수면으로 끌어 올린다. 나는 그녀덕에 입대를 웃으며 했었다. 그리고 그 때 못흘린 눈물을 부대 안에서 많이도 흘렸었다.
처음 휴가를 나왔을 때 입었던 노란 원피스. 얼굴마저 흐릿해진 지금도 그 원피스가 기억이 난다. 귓가에 대고 사랑한다 말했을 때, 그녀가 부끄러운듯 배시시 웃었던 것이 기억난다. 얌전히 발을 들어 내 귓전에 대며 '나도' 하고 속삭였던 일들이 기억난다. 지하철로 두 시간, 왕복해서 네 시간, 하루에 여덟시간을 지하철을 타며 보내던 시간이 참 값졌다. 밤 늦게 고개를 떨군 네게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기대게 해 줄까 하며 몸을 뒤틀었었다. 어정쩡하게 숙인 몸에 얌전히 머리를 올린 네가 부시시 잠에서 깨선 슬그머니 나를 올려다 보았었다. 그 눈을 함께 바라보다가 조용히 같이 웃었었다.
그녀는 반 십년 전 모습으로 여전히 웃고 있다. 새내기를 갓 떼어낸 풋풋함으로 자기보다 나이 많은 어린이를 다루며 웃고 있다. 어린 마음으로 서로에게 상처주다가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잘 모르면서도 그저 미안했던 그런 마음으로 그곳에 서있다. 내가, 조금만 더 나이가 들었다면 조금만 더 서로를 이해했다면 조금만 더 너를 생각했다면 그러면 너는 다섯 해 전의 네가 아니라, 지금의 너로 내 앞에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그를 본 것은 1년 전이다. 중간고사가 끝날 무렵이었다. 붉은 색 아디다스 자켓에 검정색 바지를 입었다. 장학금을 받고 다닌다고 하였다. 그때서야 네가 그녀가 아닌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