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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아버지와 아들 : 1. 가투(街鬪)
게시물ID : readers_201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1
조회수 : 3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10 21: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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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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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모든 내용은 허구임을 미리 밝힙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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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 아들]

                                                                           아카스_네팔

1. 가투(街鬪)

 
"야이 새끼야! 애들 다 태울려고 작정했냐 새끼야!"
"더 나가! 더 나가서 던져!"
"던진 놈들은 빠져야지 뭐해! 앞을 보고 빠지란 말이야! 앞을 보고!"
"됐어! 그만 빠져! 집까지 갈래 새끼들아!"
 
그때였다. 도로 곳곳에 혀를 낼름거리며 남아 있던 화염과 아지랑이 사이로 전경들의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이번엔 치고 올 모양이었다.
사수대 1조가 다시 화염병에 불을 붙인 채 천지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앞줄 붙였으면 천천히 나가! 더 못 들어오게 끊어!"
 
1조가 주춤주춤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들의 공기가 달랐다. 이쯤이면 저쪽에서도 대충 움찔해야 얘기가 되는 데 맨앞에 들어오는 백골단조차도 도무지 기가 죽을 기세가 아니다.
작정을 하고 들어오는 것인가?
 
"야! 던져! 던졌으면 뒤로 빠져! 뒤로 빠져!"
 
또 다시 날아가는 불세례들.
하지만 헬멧들은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함성 지르며 밀려오고있었다.
 
"퍼버버버벅!"
 
그리고 진압 전경들 후미에서 신나게 쏘아주는 다연발 최루탄이 뒤를 이었다. 순식간에 사수대가 밀리면서 시위대열이 깨졌다. 미친듯이 아스팔트를 긁어대며 연막을 일으키는 지랄탄에 기침소리, 고함소리, 달려가는 소리, 좇아가는 소리...그것은 흡사 법도 룰도 없는 아비규환의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와아아아!"
 
아스팔트위로 둔탁한 군화소리가 콩볶듯이 울려왔다.
십여초 사이에 시위대열은 교문쪽으로 수십미터를 밀리고 있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같은 숨막힘에 구토를 하며 몇몇의 학생들이 도로에 엎어지기 시작했다. 전경쪽도 움직임이 둔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연기가 걷혔다. 
사수대도 전경도 모두 선수였다. 하지만 전경은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시위대쪽은 그렇지 못했다. 선배급들이 사수대를 이루지만 시위본대는 여학우와 새내기들이 반 이상이었다. 더이상 시간을 끌기는 무리였다. 
이윽고, 천지가 두손을 하늘위로 번쩍 들었다. 경험으로 촉이 왔다. 

'체포까지는 생각이 없군. 그런데 고약한데. 오늘은 진을 뺄 작정이구만...'
 
"됐어! 정지! 대열정비해!! 그만가 새끼야!"
 
사수대로부터 오십여미터 뒤에 있던 본대는 많이 깨져 있었다. 하지만, 그쪽도 단위 인솔자들이 나와 분위기를 추스르며 수습에 나서고 있었다.
사실 사수대 조차도 복학생 몇 명 빼고는 거의 1, 2학년 위주로
급조된 터라 통솔이 쉽지는 않았다. 천지의 말이 떨어지고도 한참후에야 왕복 8차선 도로에 퍼져있던 사수대원들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쪽도 더이상은 밀지 않고, 대열정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턱까지 차오르던 숨막힘이 가시자 이번에는 매캐한 신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열횡대로 서봐. 다 있냐?'
'다 있습니다! 근데...'
'왜?'
'아까 빠지면서 꽃병이...'
 
그랬다. 급작스럽게 빠지면서 화염병 한박스를 옮기지 못해 전경과사수대 중간쯤에 놓여 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내 잘못이지뭐.'
 
천지는 대원들을 주욱 둘러 보았다. 겁에 질려 있던 새내기 몇명의얼굴도 어느새 평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담배 한대씩 펴!"
 
본대쪽에서 총학 투쟁국장이 오고 있었다. 소수 학생회 사람들을 제외하곤 그의 본명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수배가 벌써 2년째였다. 천지는 애들을 도로에 앉혀놓고 투쟁국장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형, 물량이 부족해요."
"정리하자. 정리하고 시내 선전전 나가야지."
"..."
 
전장에선 쓸데없이 긴 말은 치명적인 과오로 연결될 수 있다. 천지는 다시 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담배끄고 일어나!"
 
대열을 정비시켰다. 그의 옆에는 금복주 소주병이 이쁘게 둔갑한 꽃병 하나가 놓여있었다. 천지는 피우던 담뱃불로 금새 불을 당겼다. 바짝 약이 오른 심지에 무섭게 불이 붙어 꽃이 되었다.
 
"모두 따라와! "
 
전경 대열과 사수대 가운데쯤 있는 화염병 박스를 가리키며 천천히가는 천지 일행과 체포조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안 싸운다! 꽃병 가지고 돌아갈꺼야!"

다시 화염병과 최루탄이 등장한지 이년이 지난 2017년의 대한민국, '부정선거 독재정권 규탄을 위한 청년학생 결의대회'는 그렇게 시내 선전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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