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된 입장에서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죽어간 수백명의 아이들에게 심각한 미안함(죄의식)을 느낍니다.
참담한 미안함을 고백한 후 어른이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요?
문득 박완서 작가님의 처절한 고백서 <한 말씀만 하소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은 결혼도 하지 않은 20대의 외아드님을 잃는 참척을 당하고
단장이 마디마디 끊어지며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는 깊은 통탄에 잠기셨드랬어요.
천주교 신자이셨던 작가님은 "평생 잘못한 것 없이 바르게 살았는데 내가 왜 이런 참척을 겪어야 합니까?" 라고
끊임없이 신에게 대답을 요구하셨는데 답을 받지 못하고 오랜 시간동안 고통에 몸무림치시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난 평생동안 나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위한 뭔가를 한 적이 없다. 그것이 나의 잘못이다."
(지금 이사 준비 중이라 대부분의 책들이 박스에 있는 터라 직접 인용이 힘들어 제 기억에 기대어 씁니다. 틀린 점이 있다면 바로 잡아주세요.)
오랜 시간의 고통 끝에 이 대답을 얻고 박완서 작가님은 아드님을 잃은 통탄에서 서서히 빠져나오실 수 있었어요.
내 앞가름 하기 바빠서 내 가족 챙기기 바빠서 그저 크게 잘못한 일이 없다는 것을 양심의 위안으로 삼으며 살아온 날들이
사실 부끄럽고 진저리쳐지는 날들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털어놨으면 이젠 내 자신의 안위를 희생하더라도 뭔가 남들을 위한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놓고 다시 불법관행과 가족이기주의로 가득찬 일상으로 돌아가버리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빠듯한 생활비를 쪼개서 목숨 걸고 진실을 알리고자 하시는 분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뽐뿌의 제비님이 제안하신 불매-구매 운동에도 적극 참석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설픈 반성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