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글쓴님의 분노가 정당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책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해볼까 하는데요.
우리는 책으로 지식을 습득합니다. 인류역사 이래 오래 그래왔고 우리는 그걸 당연하게 학습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고 살았습니다. 책이라는 것은 선대가 남긴 기술이나 삶의 지혜 인간 주변에 구성된 모든 지식부터 시작해 희곡이나 시 같은 창작물의 내용을 담는 그릇입니다.
우린 책에서 단순 기술이나 어떤 허구적인 이야기만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베어있는 필자의 사상이나 학자의 다양한 문체 등을 같이 흡수함으로써 자신이 몰랐던 문장구조와 단어에 대해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고 그것이 또 다른 지식이 되어 설파되거나 책의 형태로 다시 엮여지게 됩니다.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A가 B와 다르며 A는 A와 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의 책을 보는 동안 필자가 누구냐 어떤 사상을 가졌냐에 따라 결론이 같아도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는 명백하기 때문에 또 다른 중간이론이나 철학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 그래요. 소설은 어떨까요? 논리의 전개방식, 감정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삶의 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것입니다. "여자는 남자와 헤어졌고 그래서 너무 슬펐습니다. 남자 역시 여자와 헤어진 것을 후회하고 서로 미안하고 보고싶은 마음 간직한 채 지내다가 어느날 그들은 둘이 처음 만난 카페에서 다시금 마주하게 됩니다. 둘은 손을 맞잡은 채 미운마음은 모두 잊고 사랑하는 감정만이 남은 따스한 손으로 서로를 끌어안습니다."
우리 감정의 작동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내가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나의 감정은 어떨지, 혹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내가 주인공과 함께 동병상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책은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우주입니다. 논리이며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 입니다.
그런데 책은 잘 읽히지 않습니다. 요새 들어서는 가속화 됩니다. 자 이제부터, 아랫글님의 분노가 정당한 점이 설명됩니다.
책을 읽지 않고 짧고 쉬운 영상으로만 취득한 얇은 지식은 온갖 논리와 감정이 배제된 그야말로 필요하기만 한 정보 그 이상이하도 아닙니다. 이런 것은 쉽고 빠릅니다. 헌데, 영상에서 설명하는 지식들은 그 반대의견이나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영상구독자가 듣고싶어 하는 부분만 추출해 송출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지식이 단편적으로만 취득됨으로써 깊이가 얕고 편파적입니다.
두 번째는 문체로 지식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자극적인 영상과 음성으로만 지식이 송출됨으로써 문해력의 저하를 야기합니다. 이것들은 필연적으로 대화와 교류의 단절을 가져옵니다.
짧은 영상으로 취득한 지식은 곧 취득자에게 "뭐야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 하는 자만심을 심어주게 되고 곧 자기중심적인 세상에 빠지게 되는 촉매가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그렇게 됩니다. 당연합니다. 영상 구독자가 인구 수 보다 더 많을 지경이니까요.
이런 사람들이 한데 모여 토론이라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누구나 다 자기 잘났다고 떠들며 서로 비난할 뿐 입니다. 좀 더 수위높은 욕과 자극적인 댓글이 사이다라는 이름으로 통쾌하다고까지 찬사받습니다.
논리를 앞세워 일목요연하게 반박한 점잖은 댓글에는 잘 달려봐야 "응~ 어쩔~" 따위의 조롱만이 달릴 뿐 입니다. 시대가 끝없이 추락하는 중이군요.
판다를 키우는 사육사의 노력이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그 사람이 습득한 지식이란 이런 영상물에 물든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쓸데없는 행동 정도로 보이는겁니다. 다들 내가 잘났다고 떠드는 것이 저변에 깔려있으니 다른 무슨 전문가라고 한 들, 똑바로 보일까요.
그래서 저는 글쓴님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저는 제 의견을 좀 덧붙여봤습니다.
원글을 보고 저도 화가나서 한마디 보태려다 보니 수정없이 쓴 글이라 정리가 안된 부분이 있겠으나 그 심정은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